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봄의 정취, 산나물 향기 '매력'에 취하다
제1회 화순 백아산 산나물축제 열려, "웅녀가 먹었던 산마늘을 먹자"
 
김영조   기사입력  2009/04/28 [10:35]
▲ 고조선 때 웅녀가 먹었다는 산마늘    © 김영조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있어 같은 굴속에 살면서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일렀다. 곰과 범은 이것을 받아먹고 근신하기를 3.7일(21일)만에 곰은 여자의 몸이 되고 범은 이것을 못 참아서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삼국유사에 있는 이야기다. 단군을 낳은 웅녀는 쑥과 마늘을 먹었단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먹는 마늘이 웅녀가 먹었다는 마늘과 같은 것일까?
 
중국 명나라 이시진이 엮은 《본초강목》에 “산에서 나는 마늘을 산산(山蒜), 들에서 나는 것을 야산, 재배한 것을 산(蒜)”이라 하였다. 후에 서역에서 톨이 굵은 대산(大蒜)이 들어오게 되어 전부터 있었던 산을 소산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대산을 마늘, 소산을 족지, 야산을 달랑괴”로 구분하였다 설명한다.
 
▲ 곤드레     © 김영조
 
▲ 곰취    © 김영조
 
▲ 노랑매미꽃     © 김영조

이 설명처럼 지금 우리가 먹는 마늘은 서역에서 후에 들어온 것이며, 고조선 때 웅녀가 먹었다는 마늘은 본초강목에서 말하는 산산(山蒜) 곧 산마늘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전남 화순에서 영농조합법인 <산채원> 촌장을 하는 김규환이 바로 그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산채원에서 산마늘을 보여주고 먹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오는 5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 전남 화순군 북면 송단리 331. 대판골 “걷고 싶은 산나물공원”에서 <산채원> 주최로 제1회 “화순 백아산 산나물축제”가 열리는데 바로 이 자리가 산마늘을 보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축제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 아닌 진짜 산나물 200여 가지를 만날 수 있으며, SBS드라마 식객, 영화 식객, 왕의 남자 등에서 음식감독을 한 food&culture korea아카데미 김수진 원장 코너가 개설될 것이며, 사찰음식의 대가인 선재스님 코너도 마련된다. 특히 이 자리엔 산나물로 만든 산나물쌈밥, 곤드레비빔밥, 산나물무침 등 100여 가지 맛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엄나무싹    © 김영조
 
▲ 애기똥풀    © 김영조
 
▲ 곤달비      © 김영조

또 축제엔 다양한 체험마당이 있는데 피나물(노랑매미꽃) 꽃구경, 산나물 세밀화 전시, 산나물 산약초 도서전, 산나물 관련 비디오 시청, 화순 10대 특산품 전시·판매, 송단 복조리 체험과 함께 복조리를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또 초중고교생 산나물 이름 100가지 적기 대회, 산나물 한 잎씩 따서 이름 적어오는 서바이벌 산나물 보물찾기, 순환탐방로 걷기, 주요 산나물 화분 판매도 마련되어 있다.  
 
김규환 씨는 원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오래 활동하면서 어렸을 적 고향이야기를 써서 인기를 끈 사람으로 《잃어버린 고향풍경》이란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십여 년 전부터 나물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으며, 실제 강원도와 경기도 유명산 근처에서 나물을 재배하다가 작정하고 고향 산천으로 내려가 30여 만평의 “걷고 싶은 산나물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벌써 화순으로 내려간 지 3년이 되어가는 그는 말한다.
 
“그동안 몸을 던져 일해왔습니다. 쉽게 결과는 안 나오고 누가 돕는 사람은 없고 그저 이를 악물고 일만 했습니다. 밤엔 비교적 일찍 자고 새벽 2시면 일어나서 인터넷하고, 기획하고 모든 것을 혼자 해나갔지요. 그러다 보니 그 좋아하는 술 먹을 힘도 없었습니다. 아침엔 차라리 눈이 안 떠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 결과가 나타나니 다시 힘이 생깁니다.
 
농민들은 우리 농촌에 희망이 없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농산물 분야 중 산나물은 전 세계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하며, 가짓수가 많아 가공음식도 다양하게 만들 수가 있어서 큰 경쟁력이 있는 것이 산나물이지요.”

 
▲ 산나물을 설명하는 산채원 김규환 촌장    © 김영조
 
▲ 쌈밥 차림, 산마늘·곤드레·곰취·두릅 등으로 밥상을 차렸다.    © 김영조
 
▲웅녀가 먹었던 산마늘잎에 돼지고기와 밥을 쌌다.     © 김영조
 
▲ 앞에 보이는 백아산 산골짜기에는 산채원이 만든 “걷고 싶은 산나물공원”이 있다.     © 김영조

그의 눈은 열망에 차 있었다. 힘들어도 미래의 꿈은 버릴 수가 없다는 굳은 결의 그 자체였다. 곰취, 취나물, 돌나물, 두릅 등 우리가 익히 알던 나물은 물론 노랑매미꽃(피나물), 곤달비, 반디나물(참나물), 헛개나물, 소태나무 등과 함께 애기똥풀, 자운영, 고춧잎나무, 금낭화, 산작약 따위를 줄줄이 알려주는 그의 눈은 빛났다.  
 
예전 고향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썼던 또 홍어의 전문가였던 그가 언제 이렇게 산나물에 전문가가 되었을까? 그는 2년 7개월여 백아산에 처박혀 오로지 나물과 함께 살았단다. 그러는 동안 그의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리고 몸은 비쩍 말랐다. 
 
“산나물”은 산에서 나는 나물 곧 토박이말로 “멧나물”이며 , 한자말로 “산채(山菜)라 부른다. 정비석은 ≪성황당≫에서 “순이는 전에 현보가 하던 모양대로 도끼를 들어 장작을 패고, 틈틈이 겨울 준비로 도라지, 고사리 같은 산나물도 캐 모았다.”라고 묘사했다. 
 
이 산나물은 어쩌면 곰을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던가? 이제 우리도 그 산나물 특히 산마늘을 만나러 가면 어떨까? 전남 화순 백아산 대판골 “걷고 싶은 산나물공원”에 <산채원> 주최로 하는 “화순 백아산 산나물축제”에 가볼 일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4/28 [10:3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솔미산 2009/04/28 [17:47] 수정 | 삭제
  • 봄나물의 향취가 솔솔... 좋은 기사와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