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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와 포커스는 조중동의 앵무새인가
하루 100만부 뿌려, 대기업편향과 보도연성화 심각
 
윤익한   기사입력  2003/09/23 [12:22]

'종합무료일간지'를 표방하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지하철역 주변에서 배포되고 있는 <메트로>와 <더 데일리 포커스>의 친대기업적 상업보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커스 PDF파일     ©포커스홈페이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위원장 이명순)은 지난 8월 18일부터 29일일까지 두 신문의 보도내용과 광고량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광고량이나 기사, 칼럼 내용 등에 있어 대기업에 편향된 광고성 기사가 많아 상업성이 두드러지고, 쟁점이 되는 사안에 있어서도 단순 사실 나열에 그쳐 보도연성화가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지난 19일 민언련이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신문에 실린 광고량이 전체 지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47.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민언련이 지난 4월 모니터 한 조선·중앙·동아일보의 평균 광고비율은 58% 였다. 그러나 <메트로>와 <포커스>에 실린 기사 가운데 '광고에 가까운 기사'들이 많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반 신문보다 문제는 심각하다고 민언련은 전했다.

민언련은 <메트로>와 <포커스>의 '광고에 가까운 기사'들을 광고를 마치 기사처럼 편집해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기사형 광고'와 기사를 통해 특정 업체나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성 기사'등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하고, 그 가운데서도 '광고성 기사'가 노골적으로 특정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다음은 민언련이 소개한 '기사형 광고'와 '광고성 기사'다.
■ [사례1] 기사성 광고
① 더 데일리 포커스 8.19 3면
<위조주 추방 캠페인 4차-위스키없체 가짜와의 전쟁>
-위스키 업계의 위조주 방지 노력과 함께 소비자의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 명품을 선호사는 소비자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불경기가 장기화 됨에 따라 진짜 같은 가짜가 더욱 기승…
→광고회사: 진로 발렌타인(임페리얼 광고가 함께 편집되어 있음)

② 더 데일리 포커스 8.28 7면
<부동산 新 재테크-저금리 시대 안전한 선택!! 부동산 시장 어디가 좋을까?>
…서울의 청계천 복원사업이 첫 삽을 뜬지 한 달을 넘겼다. 청계고가 철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청계천 복원공사는 이제 재테크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도심 재개발 부동산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기폭제가 될 것으로…
→광고회사: (주)태영 (주)피카디리극장 건원기업(주) KB부동산신탁(주)(상가 분양 광고가 함께 편집되어 있음)

▲메트로 첫화면     ©메트로홈페이지
③ 메트로 8.19 22면
<최악의 상황에서 당신의 생명을 구해줄 결정적인 안내서!>
세계에서 가장 역량이 뛰어난 영국 공수특전단(SAS)의 훈련기술을 바탕으로 씌어진 이 책은, 첫 출간된 이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서바이벌 분야의 원조책'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아 오고 있다…
→광고회사: 도서출판 솔(SAS 서바이벌 백과사전 광고가 함께 편집되어 있음)

④ 메트로 8.29 3면
<'사오정 오륙도' 시대 내일이 없다>
-조기퇴직 속출 노후대책 속수무책-
…기존의 구태의연한 방식의 재테크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바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재테크 포트폴리오도 이젠 다시 짜야 할 때다…
→광고회사: 코업주식회사 코업자산관리 대성산업(수익형 부동산 '서비스도 레지던스' 광고가 함께 편집되어 있음)

■ [사례2] 광고성 기사
①메트로 8.18 22면
<손영태 원장의 몸매만들기1-다리 살을 '쏙' 빼는 한방치료법>
…하체순환이 잘 안되는 여성들에게는 '한방 좌훈 요법'을 병행하면 비만뿐만 아니라 냉, 대하와 같은 여성질환에도 효과가 뛰어나…(○○○한의원,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 주소 함께 제공)

②메트로 8.22 22면
<디카족의 새로운 아지트 '디카바'>
-무료인화 서비스 인기 맛있는 퓨전요리도 자랑-
…이제 디지털 카메라는 젊은 세대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디카족'을 겨냥한 상품과 명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디카바'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한 곳이다…(문의 전화번호와 위치, 홈페이지 주소까지 함께 제공)

③더 데일리 포커스 8.28 10면
<모델하우스 탐방 마석 '신명스카이뷰 그린'-고품격 거실구성 돋보여>
-홈씨어터 콘센트 넓어진 보조주방엔 TV까지 설치 눈길-
신명종합건설이 경기도 남양주 마석에 짓는 '신명스카이뷰 그린'은 최신 감각과 품격이 조화를 이룬 거실이 돋보인다…(문의 전화번호와 사진, 건물의 장점 자세하게 나열)

조사기간 2주 동안 두 신문에 실린 총 1,649건의 기사 가운데 경제 관련 기사가 전체 441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스포츠와 국제관련 기사 각각 181건과 192건, 문화 관련 60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치나 사회를 주제로 한 기사는 각각 54건과 72건에 불과했다. 또한 <메트로>와 <포커스>의 정치·경제·사회 기사도 전반적으로 단편적인 소식을 나열하는데 그쳐, 보도 연성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신문은 경제지면의 정보 출처에서도 특정 기업을 정보원으로 하는 보도비중이 195건으로 가장 높은 반면 노동계 쪽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정보원으로 하는 경우는 1건에 불과해, 기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 균형도 맞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두 신문 가운데서도 <포커스>는 노동자 파업 관련 보도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논조와 비슷해, 기업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포커스>와 <매트로>는 기존 신문들의 '상업주의' 악덕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면서 "새롭게 등장한 매체마저도 언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을 잃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재국 언론노조 신문특위위원장은 "무료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편향된 보도로 인해 왜곡된 시각을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법적인 미비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일간지의 경우도 지면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을 경우, 정기간행물이 아닌 '광고전단지'로 등록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기간행물법을 보완해야 한다"며 "언론전문가와 시민단체, 소비자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분석하는 기회를 가져 한국언론 환경에 맞는 법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트로>와 <포커스>가 하루 100만부 가량 배포되면서 일간신문들의 광고시장을 분할해, 조중동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문들은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판신문판매상들과 무료지를 배포하는 사람들간의 신경전도 갈수록 심화돼 지하철역 인근에서 종종 충돌이 빚어지기도 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무료지가 이미 외국에서는 보편화돼 있고, 무료지를 발행해 배포하는 행위 자체는 현행법상 문제삼을 수가 없다는 점은 향후 일간지 신문시장에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의 운영이 지면에서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광고에만 의존하면서 대기업편향 광고가 많다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회적 현안보도에 있어서도 사안의 본질을 짚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연성화를 부추기고 있어 왜곡된 정보전달의 폐해 또한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이 중앙일간지 시장을 무가지와 경품제공 등으로 70%이상 독과점하면서 시장의 왜곡구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이들 신문의 의제 설정 기능이 일방향적으로 흐르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무료지마저 광고의존도가 커 신문시장이 급속도로 자본에 잠식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5월31일 창간된 '무료신문 1호' <메트로>는 하루 40여 만부, <더 데일리 포커스>는 올해 6월 16일 창간해 하루 50여 만부를 배포하고 있으며 연합뉴스 등 통신사 기사 중심으로 지면을 구성, 타블로이드판 32면으로 주5일씩 수도권 지하철역 부근을 중심으로 배포되고 있다. 또 이들 신문은 지난 7월부터 부산  지역에서도 배포를 시작해 두 신문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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