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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센진에서 일본 최정상 지휘자가 된 김홍재의 음악
[명반순례]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과 제8번”, 김홍재 지휘, 신나라
 
김영조   기사입력  2008/11/24 [21:02]
▲ 김홍재 음반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이며, 또 하나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8번 <영국>'     © 신나라
 
얼마 전 MBC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클래식을 잘 모르던 사람들도 이순재 씨가 열연하며 분 오보에가 무엇인지, 그 소리가 얼마나 맛깔스러운지를 얘기한다. 아직 생소한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게 클래식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22일 연합뉴스에 실린 임기창 기자의 기사에 취임 1돌이 된 김홍재 울산시향 상임지휘자의 얘기가 있었다. 김홍재 씨는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잘못된 점만 지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분명한 신뢰를 줘 역량을 150% 끌어내는 사람입니다. 음악을 온몸에 흠뻑 적신 채 단원들 앞에 서서 '저 사람을 따라가면 잘 될 거다.'라는 믿음을 주는 역할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자휘자론을 강조한다. 원래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인 김홍재 씨는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두루 지휘했었다. 조선인을 끔찍이 싫어하는 일본인들도 김홍재 앞에서는 그를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가 얼마 전 신나라(회장 김기순)를 통해 두 장의 음반을 냈다. 하나는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외”이며, 또 하나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8번 <영국> 외”이다.  
 
첫 음반은 두 장인데 먼저 “아리랑환상곡”부터 시작한다. 이 곡은 1976년 북한의 작곡가인 최성환이 민요 <아리랑>을 환상곡풍의 관현악곡으로 새롭게 작곡한 것이다. 우리 겨레의 수난과 그것을 극복하여 아름다운 삶의 꽃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관현악곡으로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북한을 방문하여 앙코르곡으로 연주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 도니제티의 오페라 <파보리타> 3막에 나오는 아리아 “오오! 나의 페르난도(O mio Fernando)”와 김형준 작사,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를 연주했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 23번 A장조 작품번호 488”도 선보인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은 친근감 있는 주제와 아름다운 선율, 잘 짜인 구성 덕분에 널리 알려졌는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의 모형이라고도 말한다. 
 
▲ 1992년 "윤이상 음악의 밤" 지휘를 마친 뒤 서로 껴앉는 김홍재와 윤이상     © 신나라
 
▲ 1992년 윤이상 교향곡 제3번 일본 초연, 지휘 김홍재     © 신나라

두 번째 음반은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로 드보르작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인데 얼마 전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북한에서 연주하여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민요와 흑인영가의 음악요소를 구사하여 작곡한 것으로서, 조국에 대한 사랑과 인간애를 노래한 아름다운 곡이다.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제2악장의 라르고는 특히 유명하다.  
 
음반의 마지막에 앵콜곡으로 박세영 작사, 고종환 작곡의 가곡 “임진강”을 선물한다. ‘임진강’은 1958년에 작곡된 북한의 대표적인 가곡으로,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통일을 염원하는 서정적인 가곡으로 가사는 “임진강 맑은 물은/흘러 흘러 내리고/뭇새들 자유로이/넘나들며 날건만/내 고향 남쪽 땅/가고파도 못가니/임진강 흐름아/원한 싣고 흐르느냐”로 되어 있다.  
 
이 곡은 선율이 아름다워 다양한 형태의 기악곡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곤 하는데, 여기에 수록된 것은 이 곡을 1978년 3월에 김홍재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것을 연주한 음악이다. 

또 다른 음반은 먼저 조영출 작사, 이면상 신영철 공동 작곡의 “꽃노래”로 시작한다. 북한의 대표적인 민족가극인 <춘향전> 제1악장에 나오는 주제가이며 독립된 아리아로 애창이 되는데 광한루에서 봄의 정취를 노래한다. 그리고 한상억 작사, 최영섭 작곡 “그리운 금강산”이 이어지며,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중에 나오는 아리아 “신이여 평화를 주옵소서”가 나온다.
 
두 번째 음반은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8번 <영국>”이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중 <신세계로부터> 다음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 제8번 <영국>이다. 교향곡 제8번은 영국으로부터 위촉을 받아 작곡한 것이지만 ‘England'(영국)라는 별명과는 달리 영국적인 분위기나 성격을 느낄 수 없고 오히려 보헤미아 국민주의적 성격과 향토색이 짙은 작품이라고 한다. 
 
▲ 지휘자 김홍재     © 신나라
모두 세 장의 음반에서 재일 조선인이란 굴레를 과감히 떨고 일어서 재일동포의 희망으로 우뚝 선 지휘자 김홍재는 드보르작의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서정성과 겨레의 음악을 함께 연주한다. 눈을 감고 듣고 있노라면 현장에서 연주를 듣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그리고 나 자신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윤이상 선생은 김홍재 씨를 “나의 작품을 연주함에 동양의 도교철학을 바탕으로 한 ‘動(동)과 靜(정), 陽(양)과 陰(음)’의 미묘한 대립과 화합을 섬세하고 강력한 표현력으로 설득력 있게 지휘를 하였다.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고 신비적이면서도 활력있는 기교와 감성의 지휘자”라고 평했다. 
 
또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지휘자 김홍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동양과 서양, 남과 북의 음악에 정통한 유일한 지휘자라고 말할 수 있다. 또 그는 단순히 실력 있는 지휘자가 아니라 음악으로 우리 민족의 운명을 지휘할 수 있는 지휘자, 음악으로 조국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휘자이다.”라고 말한다. 
 
'무국적 조센진에서 일본 최정상의 지휘자'가 된 거장 김홍재의 음악을 들어보았는가? 그는 드보르작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우리 모두 한겨레라면 김홍재의 음악과 함께 하나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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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1/24 [21: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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