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팔도 장승 사투리 잔치를 통한 우리 문화 이야기
[책동네] <장승 벌타령>, 김기정 글·이형진 그림, 책읽는곰
 
김영조   기사입력  2008/11/12 [23:01]
▲ ≪장승 벌타령≫ 표지     © 책읽는곰
“그게 참말이드래?”
“뭔 하늘이 두 쪽 날 소리다냐!”
“뭐라 카노? 좀만 참거래이, 내 퍼뜩 가서 콱!”
“뭔 소리여? 내 살다 살다 별꼴 다 보네.”
“뭐이 어드래? 간나 새끼 혼꾸멍내갓어.”
“날래날래 가자우! 무선 맛을 보이갔슴둥!”
뛰고 또 헤엄친다마씸. 호꼼만 이십서게."


온 나라에서 태백산 두메장승, 운주사 돌장승, 팔공산 복수, 계룡산 수막살이, 대동강 돌미륵, 백두산 당승, 제주 돌하르방 등 장승들이 모두 모여 각자의 사투리로 장승을 뽑아가 땔감으로 쓰려는 밥만 먹고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 가로진이의 행패에 흥분하고 있다. 

뽑혀온 장승은 외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두 눈 부릅뜨고, 마을 사람 보살피고, 나쁜 귀신 물리치고, 몹쓸 병 막아주고, 도적놈 혼내주고, 나그네 길 가르쳐주고” 등 장승의 구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이런 장승을 땔감으로 쓰려는 것은 배은망덕이라고 울부짖는다. 

이는 김기정이 쓰고 이형진이 그림을 그려 <책읽는곰>에서 펴낸 ≪장승 벌타령≫ 내용이다. 장승은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전해온 문화유산이다. 책은 잊혀가는 그 문화유산 장승이 어떤 것이고, 지방에 따라 어떤 이름으로 다르게 불리는지 감칠맛 나는 글솜씨로 표현한다. 
 
▲ 장승은 도둑도 막아주고, 길도 안내하고     © 책읽는곰
 
▲ 남쪽 지방의 돌장승들     © 책읽는곰

그동안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방 사투리를 올림말에서 없앤 통에 이제 사투리는 거의 잊힐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성을 국립국어원 스스로 하고 사투리는 우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사전에 다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때에 아이들의 책에 이렇게 사투리의 맛깔스러움을 드러내 준 것은 크게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리라.

이 책의 훌륭한 점은 뒷부분에 덧보탠 “장승이 보낸 편지”에도 있다. 그림책에서 놓치기 쉬운 장승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자근자근 속삭여주는 것이다. 

편지는 “퉁방울 같은 눈, 주먹만 한 코, 귀밑까지 찢어진 입,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이, 웃는 듯 화난 듯 알 수 없는 표정”이라며 장승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내 얼굴을 자세히 봐. 네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떠오르지 않니? 어쩜 네가 웃을 때나 화날 때 짓는 표정이랑 닮았는지도 모르지.”라며 장승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친근한 모습 그 자체임을 말해준다.
 
▲ 뒤에 덧붙인 "장승이 보낸 편지"     © 책읽는곰

또 “장승을 부르는 여러 가지 이름”에서 장승을 지방에 따라 당승, 돌미륵, 벅수, 법수, 법시, 수막살이, 수살이, 수살목, 장신, 돌하르방, 옹중석, 우석목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고 소개한다. 그밖에 “장승은 어떤 일을 하나”, “장승은 어떻게 세워지나”, “우리 곁에 남은 장승 이야기” 등을 이야기하며, 이 책은 판소리 <가루지기타령>을 바탕으로 썼다고 밝힌다.

다만, 이 훌륭한 책에 아쉬운 점은 그림이 좀 어둡고 무겁다는데 있다. 아이들을 향한 그림으로 밝고 아기자기하게 그렸더라면 아이들이 좀 더 장승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 고전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들려준다는 데 장점이 있다. 그리고 지은이, 그린이, 출판사가 함께 우리 문화유산을 정겹게 설명하여 우리 문화 지킴이로 거듭나고 있음에 독자들에게 큰 손뼉을 받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데르센 동화도 좋지만 ≪장승 벌타령≫은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8/11/12 [23:0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