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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잇따른 '한국車 때리기' 왜?…한국 만만해서?
美 점유율 40% 일본차는 언급 없어…한국차 5%에 그쳐
 
권민철   기사입력  2008/11/12 [09:09]
"한국은 미국에 매년 수십만 대의 차량을 수출하면서도 정작 미국 차는 4~5천대 정도 밖에 수입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선거유세)

"자동차 산업은 미국 제조업의 골간(backbone)이다." (7일 기자회견)

"차세대 자동차 포함해 친환경사업에 10년간 1500억달러 투자하겠다." (대선공약)
 
 
 
◈ 대미수출 적신호 켜질까
 
버락 오바마 당선자의 이 같은 보호주의적 발언으로 한국 자동차 업계에 평지풍파가 몰아치고 있다.
 
10일 현대자동차의 주식이 5.69%, 기아자동차의 주식이 4.46% 떨어진데 이어 11일 다시 3.4%, 2.59%씩 하락 했다. 오바마가 미국 자동차를 보호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작용한 탓이다.
 
우선, 오바마가 한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체 수출물량 가운데 3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직격탄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오바마측이 우리정부에 한미 FTA 가운데 자동차 부문에 대해서는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상호간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합의 내용을 뒤집고 한국산 자동차에 한에서는 관세를 일정기간 존치 시키는 방안이다.
 
인하대학교 정인교 교수는 "FTA 재협상 요구는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되지만 현 부시 정부의 책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정치적인 결단을 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FTA 합의가 미국에게 불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 정부간 합의 내용을 새 정부가 번복하는 부담감을 안아가면서까지 굳이 재협상에 나서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 수출될 때는 2.5%의 관세가,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에 수입될 때는 8%의 관세가 각각 부과되고 있는데 서로 관세를 없앤다면 미국측이 더 유리해 진다는 논리다.
 
◈ 미국차의 대공세 시작되나?
 
백보 양보해서 설사 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장벽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가 앨라배마에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중이고 내년에는 기아차도 30만대 규모의 조지아공장을 완공함으로써 관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측은 "대규모 현지생산공장은 보호무역주의의 완충 작용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효과도 있어 자국 업체와의 차별 가능성에서도 자유롭다"고 밝혔다.
 
두 번째 우려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미국차가 한국에 무차별적으로 상륙하게 되면 국내에서 국산차들이 독보적인 지위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이 6.39%, 이 가운데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은 11.3%에 지나지 않는데 앞으로 미국차의 비중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미국산 차량에 대한 관세가 사라진다하더라도 국내 자동차 시장이 미국 메이커들에게 자리를 쉽게 내줄 것 같지는 않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차량이 유독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격 때문이 아니라 감성 때문"이라며 "미국산의 경우는 예를 들어 실내 인테리어에 세심한 배려가 없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 오바마, 미국 자동차를 키우겠다?
 
세 번째 걱정은 국산차의 대미수출에 장벽이 생기지 않더라도 미국 정부가 미국 자동차 업계를 살려 낸다면 국산차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몰락은 저효율 차량을 고비용으로 생산해 온데 기인한다. 연비가 떨어지는 대형 차량 위주로 판매되다 보니 고연비 차량 개발에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인건비 등으로 생산비 또한 과다한 탓이다.
 
이에따라 민주당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 모두 500억 달러를 공급해 미국 자동차 업계를 회생시키려 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즉각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또 오바마 집권을 계기로 미국이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나선다고 하지만 우리 역시 어느 정도 대비가 된 상태다.
 
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우리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내년에는 실제 상업용 하이브리드 차량이 길거리에 쏟아질 예정"이라며 "우리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출가스 규제를 강조하는 민주당의 정책은 상대적으로 배출가스가 적은 중소형차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차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오바마, 한국차 때리기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유독 한국 자동차에 대해 적대감을 품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요는, 한국차가 만만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차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겨우 5%를 점하고 있는 힘없는 한국차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요타나 닛산 같은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국 본토에서만 20여개의 공장을 가동중이다. 이에따라 높은 시장 점유율 못지않게 로비력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비슷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톨릭대 김기찬 경영대학원장은 "일본 자동차공업협회의 경우 워싱턴에 많은 인원을 상주시키며 인맥을 구축중인데 반해 우리의 로비력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미국 자동차 학계에 여러 형태의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도요타의 케이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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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1/12 [09: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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