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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강만수와 ‘이 죽일 놈의 학벌주의’
[하재근 칼럼] IMF 주역이 또 나라 망치는 작태 두고 볼 것인가?
 
하재근   기사입력  2008/07/17 [11:14]
이명박 정부 들어 워낙 황당한 일이 많이 터져 이제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 존재 자체가 지속적으로 놀라운 이들이 있다. 청와대의 이동관 대변인, 내각의 한승수 국무총리, 그리고 지금 거론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도대체 어째서 이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 혹자는 말한다. 이동관 대변인의 존재는 언론관리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강만수 장관은 대통령과 교회인맥으로 얽혔기 때문이라고. 사실여부는 모르겠다. 특히 후자는 농담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까지 황당한 나라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분명한 건 이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어청수 청장보다 이들의 건재가 더 놀랍다. 특히 강만수 장관은 지속적으로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번엔 망언이다.  

-서울법대가 최고? 이 죽일 놈의 학벌주의-  

"지난 10년 동안 기획재정부 안에 서울대 법대 인맥이 다 없어져, 일을 시킬 사람이 없다"  

‘위대한(?) 서울법대’를 나온 강만수 장관이 최근 서울법대 동문 장관 및 국회의원 초청 모임에 참석해 이 같은 망언을 터뜨렸다고 한다.  

첫째, 그런 불미스러운 모임에 참석한 것 자체부터가 문제다. 2004년 총선 후에도 서울대 동창 국회의원 모임이 개최됐었다.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참가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특히 개혁성향 의원들은 큰 ‘망신’을 당한 바 있다. 
 
권력자들의 학벌모임은 그 자체로 반민주적이다. 고위 학벌이 학연 인맥으로 ‘작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패거리, 즉 지배적 학벌이 아닌 절대 다수 국민은 소외당하고, 그럴수록 자식을 패거리 안에 들여보내기 위해 입시경쟁에 몰두 사교육시장이 과열된다. 결국엔 나라가 기울 것이다. 지도층 인사들이 절대로 참석해선 안 될 모임이었다.  

둘째, 그런 자리에 참석한 것은 그렇다 치고 재정부에 서울법대 출신이 없어 일 시킬 사람이 없다니 이게 장관 입에서 나올 말인가? 그것도 강만수 장관 입에서? 강장관은 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재경부에서 일할 때 상관이 내 윗사람을 제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나와 후배한테만 일을 시켰다 ...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서울법대가 다 해 먹는다'고 불평했지만,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 그런데 10년 만에 재경부에 돌아와 보니, 서울대 법대가 손이 끊겨 안타깝다 ... 서울대 법대가 경제학과 나온 사람들보다 더 일을 잘 한다." 
 
강만수 장관이 지금 이렇게 당당한 입장인가? 현재 위기설이 나도는 나라경제상황에는 강 장관이 이끈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이 단단히 한몫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민생파탄국면의 핵심은 물가고통이다. 강 장관은 환율을 올릴 것을 공언함으로서 물가상승을 자초했다. 또, 그다음엔 환율을 내려 원화가치를 방어한다고 하면서 외환위기의 공포를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은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강 장관이 결코 당당한 입장이 아닌 것이다.  

또 성장위주 경제정책은 물가상승 국면에 끓는 기름을 퍼붓는 행태일 수 있었다. 개발을 통한 경기부양 역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 이 모든 경제정책 뒤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있었다. 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뿐인가? 강 장관은 “10년 만에”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강 장관이 있었다던 10년 전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바로 IMF 외환위기다. 이 나라가 한번 망했었다. 이 점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강 장관의 임명 자체를 반대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 장관이 자기가 서울법대 나왔다고 자랑하며, 서울법대 동창 모인 자리에서 재정부 공무원들을 학벌주의로 인신공격한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법대가 경제전공자보다 낫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으며 말이다. 법대가 다른 전공자보다 나은 건 딱 하나 있다. 입시 커트라인이다. 전공 분야가 뭐든 국영수 입시 커트라인을 기준으로 사람의 서열이 갈리는 ‘이 죽일 놈의 학벌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궤변이었다.  

-폭탄이 경제정책의 키를 쥐고 있나-  

서울 법대의 황금기는 전두환 정권기였다. 그때 민정당은 육법당이라 불렸다. 육법당이라 함은 육사와 법조인들이 해먹는 당이라는 뜻인데, 법조인의 한 복판에 있었던 것이 서울법대다.  

강만수 장관의 말은 딱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했을 법한 생각이다. ‘서울법대 출신들이 시키는 일은 잘 한단 말이야.’ 그래서인지 서울법대는 독재시기 동안 승승장구했다. 통치자가 ‘보시기에 좋았더라’였기 때문인가?  

그런 식의 일 잘함이 오늘날 민주공화국에서도 과연 칭송받을 가치인지, 그중에서도 특히 국민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 검증된 바는 없다. 강 장관은 위에서 747 밀어붙이라고 지시하면 꼬장꼬장하게 경제원리 내세우며 반발하지 않고 ‘우직’하게 명령 이행할 사람을 아쉬워했던 것은 아닐까? 말 잘 듣는 게 일 잘 하는 거라면 육법당이 제격이긴 하다.  

이번 망언으로 강 장관의 망국적인 학벌주의, 차별적 인간관과 시대착오적인 공무원관이 드러났다. 또 서울법대 아닌 사람들을 탓하는 무책임도 드러났다. 시한폭탄처럼 위험한 경제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경제위기가 닥쳤다는 이 나라에서 경제정책의 키를 ‘폭탄’이 잡고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촛불집회의 민의를 받든다면서 인적쇄신을 단행할 때 강 장관을 지켰다. 그렇게 살아난 강 장관이 서울법대 자랑을 하고 다닌다. 국민은 파탄지경이다.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요즘엔 내가 특별한 우국지사가 아닌데도 걱정만 앞선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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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17 [11: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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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계자 2008/07/17 [18:07] 수정 | 삭제
  • 미튄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