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뚜렷해진 ‘보수’…‘더 많은 신자유주의’로
민주당이 81석에 그쳤다.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개헌저지선은 의미가 없다. 민주당의 당선자 면면을 보면 개헌저지선이 얼마나 무의미한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보수 민주당의 대표 박상천 당선자, 추미애 당선자, 정세균 당선자, 김근태 의원이 ‘좌파’라는 강봉균 당선자, 한미FTA·경인운하(한반도대운하)찬성의 송영길 당선자, 민주당 신자유주의 주도자 김진표 당선자, 비례대표의 수많은 보수성향 인사들. 당선자 명단에서 그나마 나은 인사들을 찾을 수 없었다. 이를 보여주듯 경향신문은 81명 중 원혜영, 천정배 등의 12명만 개혁·진보성향으로 분류했다.
사실 그동안 민주당은 여러 기준으로 봐도 ‘보수’당이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87년 체제 정당 구조로 본다면 분명 민주당은 48년 한민당이란 지주계급 이익을 대변했던 정당이 뿌리였다. 보수적 야당 간 협애한 이념체제였던 58년 체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개혁과 진보를 표방했던 민주화 운동의 대부 김근태 의원, 천정배 의원, 학생운동의 대표격인 이인영 의원 등이 원내에 진출했고 유별났지만 ‘열우당의 민노당 당원’ 임종인 의원까지 나타났다. 그래서 민주당이 정치경제적으로는 ‘우’(보수·신자유주의 정책)파였지만 불구하고 담론은 ‘좌’인 “레토릭”을 해왔고 ‘소극적인 신자유주의’를 펴왔던 것이다.
정당의 대표적인 인물로도 민주당은 ‘보수’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강재섭·박근혜,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친박연대의 서청원·홍사덕 모두 ‘한나라당’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약간 다르지만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이한정 당선자 역시 ‘반공활동’ 단체인 자유총연맹 부총재를 지냈고 한나라당 공천 불복자들이 만들었던 민주국민당 후보로 지역구 출마 경력이 있다. 이렇듯 ‘냉전수구보수적’ 프레임 속에 같은 뿌리를 둔 인물들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유지해왔던 ‘레토릭’·‘소극적 신자유주의’는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손학규 대표부터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이 보수성향의 기업인·관료 출신부터 지난 17대 국회에서 보수·신자유주의 정책을 주도했던 이들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당도 엄연히 “더 많은(적극적) 신자유주의” 부류로 한나라당 아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정당 차이 없다…한반도대운하로 정당 차이 만드는 암울한 현실
통합민주당은 일부 정책에 있어 한나라당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이외 정책들은 똑같다는 말을 하는 셈이다. 친박연대는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음은 물론이며 ‘복당’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친박연대는 한나라당 정책·공약 비교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제외하면 딱히 한나라당과 다른 게 없다. 통합민주당은 건보 민영화를 포함한 의료산업화 정책에서 한나라당과 차이를 두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이 노무현 정권의 의료산업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다 국민연금 개혁 문제에 있어서는 유시민 의원의 개혁 방향이나 한나라당의 개혁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권때는 의료산업화 정책을 막지 않고 이명박 정권에서 반대하는 것은 근본적인 “반대”가 아니란 것이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공적보험운영체계를 아직도 ‘재정 안정화’에 방향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반도 대운하를 통한 차이도 모호하다. 통합민주당 송영길 당선자는 “경인운하 찬성·추진”으로 당선됐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당선자는 대선 당시 “영산강 운하 찬성·추진”을 들고 나왔었다.
‘수구보수의 나라’…일본의 보수양당체제? 저리가라 수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사회경제적 좌·우 차이를 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기자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본다. 정당 역사의 뿌리로 보나 반공세력(자유당)의 후손 한나라당, 지주세력(한민당)의 후손 민주당이며 인물로 보나 강재섭·손학규·이회창·박근혜로 이어지는 ‘한 뿌리 네 정당’의 보수체제가 공식적으로 성립되는 것이다.
미디어스 신학림 기자는 이를 두고 ‘수구보수의 나라’가 되는 것이라 칭한다. 김성호 전 의원이 ‘일본 보수양당체제’를 거론한 데에 대해 기자가 한술 더 떠 ‘보수 4(5)당체제’ 열린다고 해왔다.
향후 (인위적인)정계개편…곧 ‘네 보수교섭단체’시대 완성 의미
17대 총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대연정이 암묵적인 보수정당체제였다면 18대 총선은 엄연히 ‘공식적인’ 보수정당체제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만 교섭단체를 구성했고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는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질 판이다. 기자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의 결과를 '네 보수교섭단체'의 완성으로 본다. 이번 정계개편에서 한나라당은 153석에서 ‘안정적인’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함이고 자유선진당은 2석을 더 채워 교섭단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친박계를 끌어들이는 것(복당)도 있지만 결국 자신들의 공천이 실패한 공천임을 인정하는 것임과 동시에 당권은 물론 차기대권을 ‘박근혜’에게 내주는 것이다. 그래서 친박계보단 비박근혜 계열의 무소속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이 가장 부담이 적은 방법이다. 이에 대표적인 당선자는 울산 울주군에서 당선된 강길부 의원(17대 열린우리당->한나라당)과 공천에 불복해 부산 금정구에서 무소속 출마해 당선된 김세연 당선자다.
자유선진당의 경우 충북의 통합민주당 의원들과 이인제 당선자(충남 논산·계룡·금산)가 꼽히고 있다. 친박성향의 의원은 한나라당·친박연대·무소속연대로만 따져도 48명의 의원이 있어 이들이 독자정치노선을 걷게 될 경우 단번에 원내 3당으로 “유력정당”이 된다. 다만 독자노선으로 갈 경우 차기 대권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표가 찢기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경우 전라도에서 당선된 무소속 6명과 강원 무소속 당선자 중 친민주당 성향의 최욱철 당선자의 영입에 공을 들일 것이다. 박지원 당선자는 민주당으로의 복당 의지를 굳게 표명하고 있다.
무소속도 다를 게 없더라…보수가 보수를 막는 ‘거침없는 보수전성시대’
무소속 당선자 전라도 6명, 부산 5명, 전체 무소속 당선자는 역대최다 25명. 그러나 이 무소속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전라도 6명은 모두 ‘친 민주당’성향으로 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이 대부분이다. 부산 5명은 김세연 당선자를 제외한 유기준(서구)·이진복(동래)·김무성(남구‘을’)·유재중(수영)당선자는 모두 “친박”성향이다. 김세연(금정) 당선자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불복한 친한나라 성향이다.
임종인 의원이 주장한 “수도권 개혁·진보성향 무소속 당선자” 중심의 새로운 정당 건설도 의미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수도권 내 무소속 당선자라고는 ‘친박’성향 한선교(용인 수지)·이경재(인천 서구·강화‘을’)당선자다. 한나라당의 초라한 ‘153석’은 영남을 휩쓴 “친박연대”와 충남·대전을 휩쓴 “자유선진당” 덕분이지 다른 이들이 막은 게 아니다. 이를 ‘보수가 보수를 막는’ 선거라 한다.
정당에 대한 반감(국민들의 ‘반’정당성향)에 뽑힌 25명의 무소속은 국민들의 뜻과는 달리 親민주당 성향 7명(전라 6명/강원 1명), 親박근혜 성향, 親한나라 성향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번 선거는 무소속에서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도, 통합민주당에서 ‘제2의 임종인’이 나오길 기대할 수 없다. 그럴 싹도 없다.
보수(자선·친박)가 보수를 막는 거침없는 보수전성시대에 18대 국회에 또다시 '원외투쟁'하는 민노당 의원 5명이 눈에 빤히 보인다. ※ 이번 총선에 대한 세세한 분석과 앞으로의 정계예측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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