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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가장 낡은, 꼴통 진보가 돼버린 정당"
[민노당 출입기자들이 쏟아낸 쓴소리] "당과 캠프, 누구 말이 맞나?"
 
레디앙   기사입력  2007/10/25 [16:11]
"쓸 게 없다"
 
담합(?)을 한 것도 아닐 텐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매체의 색깔이나 논조에 상관없이 동시에 이같이 말한다. 대개 기자들의 경우 권 후보 취재 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기사 야마(기사의 방향 및 주제)를 뭘로 잡아야 하나?"에 대한 걱정이고, 그 다음에는 "써봤자 데스크에서 또 짤리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이다.
 
권영길 후보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언론에 굶주리고 있다"면서 "이제는 인기 얻기를 포기한 사람"이라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독자를 대상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기자들로서도 권 후보에 대해 기사를 작성할 때 고민이 적지 않다. 많이 기자들이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물론 ‘빅2’ 구도로 몰아가는 정치 관행 및 구조, 권 후보의 낮은 지지율, 진보정당을 외면하는 언론의 전반적 풍토 등의 '외부 조건' 또한 민주노동당 관련 기사를 만드는데 적잖은 장애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내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창당 이래 최고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가까운 거리에서 당의 사람들 그리고 대선에 임하는 당의 모습을 지켜보는 출입기자들 눈에 비친 민주노동당의 현실을 알아봤다.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각 정당 출입기자들     © 레디앙 김은성 기자
 
방송사 기자 A "국민들 관심 밖 얘기만”
 
"없는 사람들을 위하는 유일한 정당이자 그나마 옳은 말을 할 줄 아는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을 응원한다"고 밝힌 방송 기자 A씨는 할 말이 많았다.
 
그는 "내 딴에는 재미있게 정말 열심히 쓰는데, 당과 후보가 국민들 관심 밖의 얘기를 하다 보니 편집하는 과정에서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밀리는 등 보도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그러다보니 기자와 국민이 당과 점점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백만민중대회' 성사를 위한 '만인보'와 관련, "방송 특징상 각 당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보도를 해야하는데, 나조차도 백만민중대회를 왜 해야하는지 납득이 안가고 또 만인보가 한 번에 쉽게 이해되지 않아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기자인 내가 이러할진데, 받아들여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더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자기가 진보라고 하는데, 국민들에게는 민주노동당만이 진보가 아니다"라며 "2002년과 2007년의 진보는 달라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사회 변화 흐름에 관심이 없고 또 그러한 변화된 사회적 욕구를 수용할 의지도 없어 보여 그런 면에서 오히려 낡은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내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러한 민주노동당의 바뀌지 않는 익숙하고 오래된 이미지를 권 후보가 오히려 더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가 교집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문국현 후보만 뜨는지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언론이 문 후보를 띄워줘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며 "문 후보의 말이 '현실'로 피부에 와닿는다면, 권 후보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이념'과 '구호'에 그쳐 권 후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메시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민주노동당이 소수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 발굴 및 활용에 과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UCC 동영상 등 웹 전반에 대한 새로운 도구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한나라당과 신당에 비해 민주노동당이 가장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치부 반장 B "진보 꼴통 민노, 수구 꼴통과 뭐가 다른가?"
 
"역으로 묻겠다. 민주노동당이 지금 대선에 올인하고 있나?"
 
민주노동당 내부 사정에 밝은 정치부 반장 B씨는 "모두 힘을 모아 올인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국에 민주노동당은 내년 총선이나 비례 계산에 혈안이 돼 있다"면서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권 후보 개인의 자질과 무관하게 권 후보는 첫 시작부터 '상대적 보수'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심 바람은 '조직'을 뛰어넘는 당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권 후보의 행보는 그러한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은 채, 수구 꼴통이 하듯 진보 꼴통의 그것과 똑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권 후보가 올인하고 있는 '백만민중대회'와 관련해 " 결국 내년 총선을 위해 지역에서 각자 자기 선거 운동을 하자는 것으로 무의미한 전략은 아니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자발적인 붐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할당된 사업이 돼버렸다"면서 "원내 진출 전이나 진출 후나 똑같은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당의 전략의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대선이나 총선 등을 이유로 이번 국감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아마추어적 정치 행태"라며 "소수 정당으로서 원내 활동을 성공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의회에서 어떻게 국민적 이슈를 만들고 성공적으로 활동할지에 대한 고민을 제쳐버리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에서 주도해 나갈 장기적인 로드맵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중단기적인 전략조차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문국현 후보에 대한 갈지도 행보, 현충원 및 중소기업 방문 등 그저 이벤트성의 보여주기 외에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역 일간지 C씨  "당과 캠프 중 누구 말에 따라야 하나?"
 
지역 일간지 C씨가 체감한 '지역 선대위' 상황은 '아노미' 였다. 그는 "당과 기존 경선 캠프 체계가 일원화 되지 않아 서로 다른 말을 한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손발을 맞춰야하는지 난감해하고 있다"면서 "당의 큰 자산이며 풀뿌리 조직인  각 시도당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백만민중대회가 안되면 선거가 끝나는 것인가 싶어 지역에서는 사업을 조직화하는데 상당한 부담과 불안을 안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는 총선을 내다보고 있는 분위기이며, 이번 대선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열기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정책 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가 내용이 없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권영길 하면 막상 떠오르는 게 없다"면서 "대선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이 어떤 대결 구도를 만들고 대립각을 세울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없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 필사적으로 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국에 권 후보가 혼자 뛰어다니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면서 "경선 때에도 그저 세 후보의 인지도만 활용하다가 경선이 끝났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간지 기자 D "첫 음반이나 3집이나 같은 노래, 식상해"
 
2002년 대선부터 민주노동당을 출입한 일간지 D기자는 "2002년 대선 당시 부유세 논란 등 권 후보의 발언 하나하나가 '저런 게 진보이구나' 싶어 그 자체로 신선했다"며 "그러나 데뷔 음반과 3집 음반은 달라야 하는데, 지금 권 후보를 보면 그저 매일 하는 얘기를 똑같이 계속 반복하는구나 싶어 식상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백만민중대회와 관련 "당이 잘 팔리는 노래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권 후보 또한 이번 대선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연계된 행보인 것 같다"면서 "국민들의 자발적 울림 없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느낌이 강해 백만민중대회가 일반 서민들에게 도대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다가 경선에서 보여준 권 후보의 행보는 보수 정치인과 똑같았으며, 그 후 선대위를 꾸려가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 등에서도 후보가 보여준 행보는 진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면서 "솔로가 안 되면 그룹으로라도 뛰어야 사는데,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권 후보가 솔로로 활동하는 것으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권 후보가 현충원, 군대, 중소기업 등을 방문하며 마치 대통령의 행보를 보여줬는데, 과연 지금 현실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기대하는 것이 대통령 후보로서의 행보인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라며, "정치 외적 구도상 쉽지는 않겠지만 독자적인 권 후보의 목소리를 먼저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간지 기자 E “후보 인지도 효율적으로 활용 못해”
 
민주노동당을 출입하는 일간지 기자 E씨는 "권후보가 식상하다는 것은 역으로 말해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다는 것인데, 노-심 두 의원과 달리 권 의원만이 가지고 있는 인지도에 대한 경쟁력을 당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가 참신하지 못하면 내용이라도 참신해야 하는데, 지금 권 후보의 행보를 보면 누구나 예측 가능한 민주노동당의 '당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 비전이나 큰 밑그림도 중요하지만 중단기적인 국민적 관심사에도 답을 해야 한다. 교육을 예로 들면, 영어 교육, 공교육 등으로 구체화 시켜 일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현안 문제에 대해서도 동시에 발언을 해야 하는데 추상적인 이념에 그쳐 사람들에게 무언가 전혀 기대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만민중대회 관련해서도 "86년 민주화 항쟁 형식을 빌리자는 것 같은데, 과연 그러한 틀이 지난 20년간 민주화에 대한 내용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 받는 오늘의 현실과 도대체 어떻게 연계 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권 후보의 행보가 기획 없는 가지치기로 그치고 있는데, 큰 줄기 안에 유기적으로 엮을 수 있는 중심 기둥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김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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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25 [16: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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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탬 2007/10/27 [18:32] 수정 | 삭제
  • 민노당이 이번 대선에서 지지부진 한것은 분명 문국현 효과도 영향이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그들이 주장했던 '진보'가 전혀 일반 국민들에게 와닿지 못하는 데 있다.

    지난번 권영길후보가 라디오 토론에서 계속 노총의 입장을 부인하지 않고 함께 가는 말을 듣고 난 마지막 희망도 버렸다. 지금 국민들에게 "귀족노조"라는 비아냥, 현대차등 강성노조에 대한 반발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모르는가? 게다가도 조중동이 이를 갈고 이미지작업을 하고 있는 마당에..

    부동산만 양극화가 있는게 아니다. 노동계도 이런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가 있고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얼마전 전태일씨의 여동생이라는 분이 문국현 지지를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노조라도 만들 수 있는 노동자는 행복하다 했다. 뭔 이야긴지 모르겠는가?

    문국현이 아픈 지적을 했다. "민노당은 기업을 너무 모른다"라고.. 이미 시대적인 기업의 흐름은 "노동자의 착취, 자본의 지배" 가 아닌 "지식기반의 경쟁, 윤리경영, 환경의 보호"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계급투쟁"수준의 구호들로 기업들을, 국민을, 노동자를 설득할 것인가?

    민노당 지지자중에 문국현 지지자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왜 돌아서는지 물어보기 바란다. 거기에 해답이 있을테니까. 하다못해 물건을 팔아도 왜 그만사는지 무슨 불만은 없는지 물어보는 세상이다.

    이말 저말 답답하지만 그래도 초기 민노당의 노력, 내 주변의 진정한 변화를 바랬던 이들의 한때의 꿈이었던 민노당에 대해 애정어린 충고를 하고자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제발 추구하는 진보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기 바란다"
  • 흠... 2007/10/25 [16:55] 수정 | 삭제
  • 우선 본인은 민노당원이고, 현재 권후보 및 그 지지세력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고 있음을 밝혀둡니다. 뭐.. 저부터도 이번 대선에 당을 위해 죽자고 뛰자는 생각도 안하고 있고, 권후보가 어디서 뭐하고 다니는지 뉴스를 통해 간간히 접하는 정도이니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요.. 하지만 몇가지 내용에서 동의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아래는 다른 글의 리플로 달았던 글이고요..

    민노당 얘기가 식상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그건 맞습니다.
    전 에 대자보에서 본, 언론개혁 관련한 글이 생각나는군요. 그 글의 요지는 아무리 비판해도 조선일보가 바뀌지를 않으니 맨날 똑같은 소리로 비판해야하고, 그것이 지극히 정당한 비판임에도 몇년 하다보니 비판하는 자기가 다 식상해진다고요..
    조선일보에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지 마라.'라고 비판한다고 칩시다. 이건 정당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해야하는 비판이지요. 이 비판을 5년동안 한다고 칩시다. 식상하죠. 구태의연합니다. ... 그러나 조선일보가 여전히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는데,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비판은 식상하고 구태의연하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거나 시의적절하지 않은 비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민노당에 대해서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걸고 있는 기대가 큰 데서 오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역 사성과 진보성과 현실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정책을 날이면 날마다 쏟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내놓았다면, (그것이 가장 정확하고 시급하니까) 한동안 그보다 더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은 나오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지금 권영길을 미는 민족파 사람들의 정책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난 1년간 주장했던 정책들을 그대로 하겠다고만 해도 시의적절한 정책들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 그것들은 시행되지 않았고, 그 정책들에서 진단하는 사회 문제들은 아직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흥행성의 차원에서 좀더 참신한 방법을 개발하라는 주문은 지극히 타당하고 어쩌면 뼈저린 충고일 수 있겠지만, 하던 소리 또 했다고 진보냐 아니냐고 묻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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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물론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