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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아파트' 참패는 본질적 대안 기피한 결과
[분석] 대지임대부, 환매조건부 공급은 진보진영 본질적 대안이 아니다
 
홍헌호   기사입력  2007/10/18 [12:44]
비교적 진보적 시각을 대변하는 <경향신문>도 10월 16일자에서 ‘반값아파트 주거복지보다는 정치논리, 예고된 참패’라는 제목을 달았다. 같은 날 청와대 대변인도 “반값아파트 실패가 정부책임이 아니라”고 공식입장을 밝히는 걸 보니 ‘반값 아파트 실패’를 부인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일찍부터 일부 시민단체와 홍준표 의원과 주공이 ‘대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주장하고 나올 때부터 그 대안이 별로 좋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 대지임대부 공급론자들 주장의 핵심은 ‘건물은 가격 상승을 하지 아니하고 토지만 가격상승을 하므로 토지를 공공기관이 매수해서 임대하자’는 것이다.
 
▲군포에 시범적으로 일명 '반값아파트'라 불리우는 청약이 시작되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둘러싼 책임론을 두고 공방을 하고 있다  © 새사연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토지 매수 가격’이다. 지금처럼 토지가격이 높아진 상태에서 토지를 매수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물론 주공, 토공이 돈을 많이 벌었으므로 그들로 하여금 그 비용을 전부다 부담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 그렇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토공, 주공의 비리를 전부다 해부하고 이들에 대한 개혁방안을 별도로 제시해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런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혁명보다 개혁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대지임대부 주택의 토지 가격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라면 이 주택은 ‘국민임대주택’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대지임대부 주택 공급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형 주택공급이 전세계적인 현상이니 이에 준하는 대지임대부도 광범하게 활용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당위론을 말하기 전에 국민임대주택이든 대지임대부 주택이든 우선적으로 지주로부터 사들이는 토지매수가격을 낮추어야 한다는 전제 선결조건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국가부담과 국민부담이 엄청나게 커져서 그 정책은 실패로 치닫게 된다.
 
특히 대지임대부는 국민임대와 달리 지주로부터 사들이는 높은 토지가격 부담의 대부분을 피분양자가 부담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반값 아파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임대료가 매우 비싼 ‘임대아파트’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임대료 비싼 임대아파트를 국민들이 외면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대지임대부 주택의 특징은 ‘임대료 엄청나게 비싸고 자산 증식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즉 다시 말해 현재의 ‘임대료 비싼 월세아파트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인데 누가 이런 주택을 거들떠나 보겠는가. 단지 민간 월세아파트와 차이가 있다면 임대주체가 공공기관이라는 것  뿐이다.
 
그리고 이 주택에 국가 재정 보조로 월세가 낮아진다면 국민임대주택과 같은 것이 된다.물론 우리나라 재정사정 하에서 저소득층이 아닌 계층에 공급하는 분양주택에 재정보조를 한다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고 말이다.
 
요컨대 대지임대부 주택은 ‘반값 아파트’라는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본질적으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임대료 엄청나게 비싸고 자산 증식효과도 없는 월세 아파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환매조건부 공급 주택도 본질적으로 대지임대부 공급 주택과 큰 차이가 없다. 싱가포르 이광요가 환매조건부 주택정책을 실시한 이유는 그 나름대로 싱가포르 특유의 사정이 있었다.
 
1959년 싱가포르가 사실상 독립한 이후 경제가 급성장하자 고급 주택 수요 또한 폭증했다. 그러나 싱가포르같은 도시국가에서 국민소득의 급상승과 주택수요의 급상승에 부응하여 고급주택 공급을 적시에 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때 이광요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토지 시가의 10년 이전 가격으로 민간 소유 토지를 공용수용하여 국유화’하는 것이었다. 이 조치는 박정희 정부의 ‘사채동결조치’만큼이나 강력한 조치였다.
 
이런 방식으로  국토의 80%이상을 국유화한 이광요는 국가기관인 주택청이 시행사가 되어 건설사들에게 하청을 주어 ‘주택청 공급 주택’을 건설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이렇게 저렴한 주택을 바로 내주면 국민들의 얻는 시세차익이 너무 크고 지주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었으므로 국민들이 이 저렴한 주택을 팔 때는 항상 주택청에 팔도록 한 것인데, 그런 이유 때문에 이런 주택을 ‘환매조건부 주택’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택은 이광요의 목표인 ‘자가소유주택’확대정책에 위배되는 것이었으므로, 부동산 투기는 막되 시장원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두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광요는 ‘생애 1차에 한해’ 환매조건에서 배제하고 자유 거래를 허용했던 것이다.
 
요컨대 대지임대부든 환매조건부든 관건은 ‘저렴한 토지가격’이다. 거품이 높아진 현 상태에서 대지임대부 공급이나 환매조건부 공급을 하자는 것은 공공기관이 지주로부터 현재의 비싼 토지를 그 가격대로 사주자는 것이므로 국민고부담과 피분양자 고부담을 그대로 유지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의 좋은 대안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주택정책의 본질이 ‘가격 안정’이 아니라 ‘개발이익환수’라는 주장을 하는데 전혀 틀린 이야기다. 오히려 ‘가격 안정’이 본질적인 것이고 ‘개발이익환수’는 부수적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철저하게 개발이익을 환수한 이유는 ‘가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였지 세수확보가 주요 목표는 아니었다. 이광요가 10년 전 가격으로 민간 토지를 공용 수용한 이유도 마찬가지다.‘부동산 가격 안정’이 주목적이었지 지주들에 대한 불로소득 환수가 그의 주목적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1세대 다주택자에게 50~60%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다주택 소유를 막고 1세대 1주택자를 늘려서 가격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 주목적이지 다주택자들의 불로소득 환수가 주목적은 아니다.
 
요컨대 현재 정부가 집중적으로 해야 할 일은 ‘투기적인 주택 매수 욕구를 최대한 냉각시켜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대지임대부, 환매조건부는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설령 그 정책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가격안정’이 가장 우선적인 최대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투기적인 주택 매수 욕구를 최대한 냉각시키는 방법’은 무엇인가.1990년대와 2007년의 우리의 좋은 경험을 살려서 그것의 효과를 최대화시키면 된다.
 
1990년대 경험이란 ‘분양가 상한제의 성공’경험이다. 통계청의 가계조사연보에 의하면 1990년~2007년 사이 근로자 가계소득은 1132만원에서 2744만원으로 142%나 상승했지만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서울시 아파트 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59.5에서 58.6으로  7년간 1.5% 하락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부터 1990년대의 이런 좋은 경험을 살렸어야 하는 것인데 실기(失期)하고 부동산 가격 급등과 지지율 급락의 고통을 겪은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정책적 과제는 LTV와 DTI규제(용어해설 참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 정책이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것인데, 왜냐하면 ‘분양가 상한제 정책’은 그것의 ‘확대, 강화,  내실화’라는 과제가 추가로 요구되기는 하지만 일단 정부가 늦게나마 방향은 제대로 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는 LTV와 DTI 추가 규제로 매수세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다만 지금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정책’이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신혼부부 우선 주택공급 정책’은 아주 부당한 ‘포퓰리즘의 발로’라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정책? 주택 매수세를 부추키면서 주택가격을 잡는다? 이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부유층이든 서민이든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집을 사는 것 자체가 ‘투기’이다. 다주택자만 투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투기란 개념의 실체는 ‘과도한 위험을 안고서 함부로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주택금융실태조사 2006년 보고서에 의하면 주택구입자의 원리금 상환액은 월평균 53.1만원에 달한다. 그리고 주택구입자 평균 주택구입금 대출금은 7202만원에  달한다.
 
그리고 2000년대 부동산 가격 폭등은 가계 부채 잔액을 2000년 1/4분기 199조에서 2007년 2/4분기 565조까지 무려 366조나 늘려놓았다. 가계부채의 GDP대비 비중도 1996년~1999년 4년 평균 35.5%에서 2006년 64.9%까지 급증했다.
 
1990년대 대비로 30%p 정도 높은 수치인데 이 수치는 가계가 과거에 비해 254조 정도 부채 과부담을 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과부담에 연 대출이자율 7%를 적용해 보면 가계의  이자 과부담은 무려 17.8조에 이른다.
 
1년 건설업의 GDP 성장기여도가 4조 정도라는 것을 고려할 때 매년 가계의 대출이자 과부담이 17.8조에 이른다는 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또한 주택구입자의 LTV가 전계층에 걸쳐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위의 국민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가구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LTV가 42.6%로서 주택구입자 전계층 평균의 38.5%를 웃돌고 있어서 고소득층이 부동산 투기를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대출이자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정부가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고 내수 위축 요인도 제거하고 무주택자 주택구입 부담도 덜어주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 필수적이다.
 
요컨대 대지임대부 주택공급이나 환매조건부 주택공급은 애초부터 실패 요인을 담뿍 안고 있었다.‘서민들이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자산 증식 효과도 없는 주택에 관심을 기울이리라는 기대’자체가 허무맹랑한 것이었다.
 
정부는 1990년대의 ‘분양가 상한제’ 성공경험과 2007년 부동산 가격 안정의 일등공신인 ‘DTI규제 확대’ 성공 경험을 살려서 상한가 규제와 금융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주택가격이 20~30%이상 하락할 조짐이 보이면 공공기관이 저렴한 가격에 국민임대 택지용 토지 등을 매수하고 분양가 상한제용 공공택지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토지임대부니 환매조건부니 하는 허무맹랑한 대안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LTV는 현행 40~60%에서 20~40%로 낮추고 DTI규제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주식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매수세가 냉각되면 가격은 죽는다. 가격은 내리고 거래는 활성화하자는 어처구니없는 발언들은 이제는 자제해야 한다. 서민들이건 부유층들이건 매수세를 제로에 근접시키면 가격은 죽는다. 매수세 과열을 방치한 채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그 정책은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용어해설] 주택담보대출비율 [LTV]  


Loan To Value ratio.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비율.

주택담보대출 비율이란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를 말한다. 즉,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집의 자산가치를 얼마로 보는가의 비율을 말하며, 보통 기준시가가 아닌 시가의 일정 비율로 정한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비율이 60%라면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최대 1억2천만원까지만 대출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은 이보다 더 작은 것이 보통이다. 돈을 갚지 않아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처분하는 경우에 대비해, 방 1개당 소액임차보증금을 빼고 대출해 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DTI [총부채상환비율, 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곧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액을 산정할 때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검증하기 위하여 활용하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과 비슷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연간 소득이 5000만 원이고 DTI를 40%로 설정할 경우에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규모를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투기 과열에 따라, 2007년 은행권에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대하여 주택담보대출에 DTI 규제를 확대하였다. 소득을 적게 신고한 자영업자나 상환능력은 있지만 현재 소득이 없는 은퇴자의 경우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DTI는 연간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대출 기간을 장기로 할 경우에는 대출한도의 축소분을 상당부분 보전할 수 있다.  
               
* 논쟁적인 글입니다. 진보적 정책 대안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위하여 다른 분들의 좋은 반론이나 의견 및 대안을 기다립니다.
* 글쓴이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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