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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지, 시민들의 손으로 다시 태어나다
[잔치현장] 강원도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열린 제9회 <원주한지문화제>
 
김영조   기사입력  2007/09/09 [13:41]
1966년 불국사 석가탑 해체 공사를 하자 금동제 사리함이 안치되어 있었고, 그 둘레에는 목재소탑, 동경, 비단, 향목, 구슬 등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닥종이로 된 두루마리 즉 다라니경이 하나 들어 있었는데 경의 폭은 6.7cm, 길이는 6m가 넘었다. 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은 1200년 동안 좀벌레에 그 두루마리 일부가 침식되어 있던 것을 복원, 국보 126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이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이다. 즉 우리 조상은 삼국시대 때 이미 닥을 종이의 원료로 해서 현대의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종이를 만들었다. 1200년을 탑 속에서 보내고도 형체를 보존하고 있는 닥종이로 만든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우리 제지 기술의 우수성을 말해주고 있다. 

        

        ▲ 체험장에서는 한지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 김영조

 
이 한지를 세계에 알리고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강원도 원주에 있었다. 지난 9월 5일부터 9월 9일까지 원주 치악예술관에서는 (사)한지개발원 강원민방(GTB) 주최, 한지문화제위원회, 원주시민연대 주관으로 “천육백 년의 숨결, 한지 빛으로”라는 이름의 <원주한지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 <원주한지문화제>는 1999년부터 열려 벌써 9회째를 맞고 있다.
 

                       

                  
                         ▲ 불설무량수경첩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스님들의 휴대용 경전인데
                              약간 
좀벌레만  먹은 상태로 생생하다. ⓒ 김영조

                   

                     ▲ 한지로 만든 옷 전시장에는 드레스와 양복을 한지로 만들어 선보인다.
                         ⓒ 김영조
  
 

        

     
       ▲ 한지 상품 한지로 만든 와이셔츠, 팬티, 넥타이, 양말 등이 선보인다.  한지로 만든 옷감은 내구성도 뛰어나지만 기능성 옷감이어서 좋다. ⓒ 김영조

제9회 <원주한지문화제>는 교육, 문화, 산업이 어우러지며, 스스로 축제, 체험하는 축제, 독특한 축제, 함께 하는 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원주한지문화제>는 모든 것이 관이 아닌 시민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축제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여 시민은 대부분 소외되거나 방관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준비에서부터 진행과 마무리까지 원주 시민의 정성이 온통 묻어있다. 물론 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 강원도, 원주시 등이 후원은 하고 있지만 주최는 물론 시민들로 구성된 ‘한지문화제위원회’와 ‘원주시민연대’가 주관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치악예술관전시실에서는 제7회 대한민국한지대전전시전, 2007 한국한지조명특별전, 2007 한지자료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특히 한지로 만든 양복, 드레스 등과 양말, 팬티들이 일반 옷감보다 내구성이 있음을 물론 건강에 좋다고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바깥에서는 시민들이 만든 호박등, 골무등, 수박등, 사각등 따위 5천 개의 한지등이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그 옆에는 장미꽃등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꽃밭도 있으며, 한지 종이배 띄우기 행사도 벌어졌다.
 

         

          ▲ 한지공예 체험 어린이와 한 미국인 여성이 한지로 꽃을 만드는 체험에 열중하고 있다.  ⓒ 김영조 

         

       
     ▲ 외국인 관람객 전시장엔 미국인 세 선교사들이 관람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 김영조

문화제는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있어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단란하게 참석하여 한지공예 체험을 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 참으로 흐뭇했다. 밤이 되어 어둑해졌는데도 사람들은 갈 줄 몰랐다. 하나라도 더 만들어보려고 사진을 찍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한지뜨기 체험>이었는데 오색한지뜨기, 꽃잎한지뜨기, 닥피 벗기기, 닥피 두드리기 등을 2천 원만 내면 할 수 있었다. 또 한지공예로 손거울, 팬던트, 한지가면, 보석함, 다용도바구니, 공주거울, 핸드폰고리, 목걸이 등을 3천 ~ 6천 원을 내면 만들어볼 수 있어 엄마와 아이들의 정신을 쏘옥 빼놓았다.
 
또 문화제를 들러보면서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지하 전시장에서 외국인 선교사 러드 트레비스(Rudd Travis), 브랜든 헉스(Brandon Hawkes), 랜드 리스(Rand Reese)를 만났다. 그들은
“한지문화제가 참 재미있다. 종이로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만드는지 몰랐었다. 특히 100번의 일손이 필요해서 ‘백손’이라고 불렀다는 게 놀랍다. 한지옷을 입어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 한지등 전시 시민들이 직접 만든 한지등에 불이 켜져 아름답다. ⓒ 김영조

        

          

         ▲ 장미꽃등 한지로 만든 장미꽃등에 불이 켜지자 아름다운 장미꽃밭이 펼쳐진다. ⓒ 김영조

          

          ▲ 끊이지 않는 관람객들 시민이 만든 문화제, 밤에도 여전히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김영조
 
이제 시민의 손으로 꾸려진 <원주한지문화제>는 끝나간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시작이다. 시민들, 특히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루어내 잔치는 또 다른 내년을 기약하기 때문이다.

<원주한지문화제>는 문화정체성을 만들자는데서 출발
[대담]<원주한지문화제> 김진희 집행위원
- <원주한지문화제>는 어떻게 시작했나?

▲대담중인 원주한지문화제 김진희 집행위원장     ©김영조
“시민운동을 하면서 처음엔 지자체 예산감시운동을 했다. 그때 시비를 들여 최규하 전 대통령생가를 짓겠다고 해서 3년을 투쟁한 끝에 백지화시켰다. 이때 생각한 것이 문제제기만 해서는 안 되고, 대안과 문화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1997년부터 2년에 걸쳐 원주의 고유문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찾아낸 것이 한지를 만드는 전통이다. 그 뒤 학술회의 등을 거쳐 한지로 산업․지역경제․도시이미지를 살리는 문화제를 열자는데 합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 <원주한지문화제>의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는 ‘시민이 만들어 국민이 참여하는 축제’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준비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모든 것은 순수 시민들이 이루어낸다. 여기 진행요원들은 모두 자원봉사자이다. 이들에겐 티셔츠와 밥 2끼만 제공될 뿐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마치 제 일처럼 열심히 해내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지원은 20~30%에 불과하며, 회원들이 백만 원씩 내고, 한지공예점을 운영한 수익금 등으로 나머지는 충당한다.
 
우리에겐 유명가수의 공연은 없고, 흔히 따라붙는 야시장도 없다. 그저 한지 주제에 충실할 뿐이다. 유치원·초중고생들의 현장학습에 중점을 둔다. 그런데도 많은 시민이 참여한다는데 큰 보람을 느끼며, 시민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 <원주한지문화제>는 어떻게 준비하나?

“매년 새로운 내용의 체험거리를 고민한다. 문화제를 하려면 5월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북부산림청이 통나무를 지원하면 나머지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고 준비한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한지등 5,000여 개는 모두 시민이 만든 것이다.”
 
- 9번의 <원주한지문화제>를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2005년에 파리에서 한지문화제를 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개설된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국영텔레비전이 촬영·방송했으며,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파리시청과 공동으로 개최하여 파리시청 로고를 공식으로 사용했고,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항공권을 보내왔다. 또 <국제종이작가전>에 자비로 참석하여 2010년 원주총회를 따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문화제는 무른모(소프트웨어)지만 굳은모(하드웨어)도 있어야 한다. 2009년 가을에는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한지테마파크’가 완공된다. 여기엔 한지박물관, 전시장, 한지예술가·작가·공예인들의 작업·전시공간, 한지연구소 등이 들어설 것이고, 한브랜드 상품 개발, 디자인 개발의 중심기지(허브) 구실을 할 것이다.”
 
흔히 시민운동을 정치감시나 환경·교육문제에만 치중하는 다른 시민단체와 달리 문화제를 만들고, 시민과 같이 문화제를 해내는 그에게서 이 시대 모범적인 시민운동을 보는 듯했다. “한지는 서민문화여서 기록이 별로 없다. 따라서 하루빨리 한지문화를 기록·보존해야한다,”라고 강조하는 그에게서 순수와 열정이 온통 묻어나고 있었다.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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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09 [13:4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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