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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죽이기, 골프 살리기 둘 다 망친다
[김영호 칼럼] 수도권 논밭에다 골프장, 미래의 식량위기 생각 안하나
 
김영호   기사입력  2007/08/08 [01:47]

 골프 치는 값이 비싸 해외에 나가 즐기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들을 붙들려고 논밭에다 골프장을 싸게 만들겠다고 재정경제부가 나섰다. 갖가지 조세혜택을 줘서 골프장 건설을 촉진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타결에 따른 농업붕괴를 전제로 한 농지활용정책일 것이다. 재정경제부가 식량안보를 아랑곳 않지만 중국은 지난해부터 식량위기에 대비해 중농정책을 편다. 일본도 휴경을 통해 미래의 식량난에 대비한다.

 농지법은 농지의 이용과 전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지투기와 농지잠식을 막기 위한 것이다. 공장건설이 까다로운 것도 그 까닭이다. 그런데 농지를 출자해서 골프장을 만들면 농지전용부담금, 법인세, 취득세, 등록세를 감면해준다는 것이다. 부대-운영시설의 설치도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10월에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팀까지 만들어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한국농업은 경쟁력이 취약하다. 땅이 좁아 농사지을 논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지가 넓다면 지대가 낮아 생산비가 적게 든다. 농지를 줄이면 줄일수록 농업경쟁력은 더 약해져 수입의존도가 높아진다. 같은 이치로 땅값이 비싸니 골프장 이용료도 비싸다. 산지가 전국토의 70%를 차지해 골프장을 지을 땅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논밭에다 무턱대고 지을 모양인데 서울서 멀면 잘 안 간다.   

 그런데도 농지만 보면 골프장 감이라고 난리다. 현대건설이 서산간척지 B지구에 기업도시를 개발하면서 골프장 8개를 짓겠다고 한다. 전북도 새만금에 세계에서 가장 큰 540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단다. 충남, 전남, 전북 3개도 15개 시-군이 서로 서남해안 일대에 관광단지를 만든다고 야단이다. 인천을 시발점으로 해서 여의도 면적의 728배나 되는 관광단지가 들어설 판이다. 여기에 골프장이 몇 개가 들어설지 파악조차 안 된다.

 2004년 7월에도 재정경제부는 골프장을 무더기로 짓겠다고 나섰다. 이번은 '반값 골프장'이지만 그 때는 '골프장 경기부양론'을 들고 나왔다.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230개 골프장을 규제개혁위원회가 직접 나서 일괄심사해서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시-군-구별로 건설할 수 있는 총면적을 지역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했다. 클럽 하우스 면적제한도 없앴다. 그 해 2월에는 문화관광부는 5년 내에 퍼블릭 골프장 50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3년이 지나서 골프장 덕택에 경기가 살아났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오히려 해외골프 나들이가 더 늘었다는 소식만 들린다. 골프는 이 땅의 기후와 토질에 맞지 않는다. 골프는 원래 영국에서 생겼다. 평지가 많고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따듯하며 비가 2∼3일마다 와서 잔디가 늘 푸르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겨울이 추운 탓에 땅이 얼고 잔디가 나지 않는다. 그 까닭에 겨울철 해외골프 나들이가 많다. 논밭에다 골프장을 만든들 겨울에 무슨 소용이 있나?

 돈 많은 서울 사람들이 골프도 많이 친다.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주로 수도권을 찾는다. 국세청이 7월 30일 발표한 골프장 회원권 기준시가가 그것을 말한다. 상위 10위는 모두 경기도에 있고 기준시가도 7억5,250만∼14억7,600만원으로 아주 높다. 그러나 남부지방은 2억∼3억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에는 골프장이 103개나 있다. 여기에다 13개가 공사중이고 14개가 곧 공사에 들어간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영-호남과 제주도 골프장은 경영상태가 더 나빠질 판이다. 

 결국 논밭에다 골프장을 지을 곳도 경기도뿐이란 소리다. 그런데 수도권에는 골프장이 많아 신도시 지을 곳도 없다. 얼마 전 확정된 화성 동탄 신도시는 골프장 사이를 비집고 겨우 들어가는 형국이다. 농지전용을 규제하나 경기도에서 지난 10년간 18개 골프장에 편입된 농지가 67㏊나 된다. 경기도의 골프장 면적은 전체의 1.2%인데 농지는 6%에 불과하다. 남은 농지마저 골프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럼 수도권은 시멘트 덩어리 신도시와 골프장 빼고 무엇이 남겠는가?

 재정경제부가 일본은 골프장이 2,440개인데 한국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푸념이다. 일본도 1990년대 장기불황을 극복한다고 골프장을 무더기로 지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한해 평균 100개꼴로 도산하고 있다. 농업 죽이고 골프 살리려다 둘 다 망치지 말라.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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