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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3주년] 탄핵에 관한 여섯 가지 기억
박관용, 조순형, 최병렬, 임종석, 윤민석, 박원순이 말하는 '2004년 3월'
 
김현정   기사입력  2007/03/11 [22:40]
3년 전인 지난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당시 국회에서는 탄핵을 막으려는 열린우리당 47인과 추진하려는 의원들이 팽팽하게 맞섰고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끌려나가는 의원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고 생생하게 전국에 방송됐다. 결국 탄핵소추안이 이 날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국회 안에서는 탄핵파가 승리했다. 하지만 국회 밖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국민들은 국회의 권력 남용이라며 반기를 들고 모이기 시작했고 전국적인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한 달 뒤 총선에서 탄핵의 주역들은 참패했고 152석이라는 역사상 전무한 숫자의 의석이 여당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5월 14일 헌법재판소 역시 탄핵 무효 판결을 내렸다. 탄핵파들의 완벽한 참패였다.
 
그리고 3년, 탄핵의 현장 안팎에 있던 6명이 CBS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에 출연 그 날의 기억을 되새겼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그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다시 돌아가도 당당히 의사봉 잡을 것"
-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

 
당시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탄핵안을 통과시켰던 박관용 국회의장. 현재 한나라당 상임고문인 박 前 의장은 3년 전으로 돌아가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역사 앞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탄핵 주역이라는 꼬리표에 감사한다며 당당히 말한다.
 
- 3월 11일, 그러니까 바로 전 날 어떤 생각을 했나?
 
= 그 전 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까지 의사봉을 잡아야 하느냐 잡지 말아야 하느냐 전혀 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탄핵에 대해 일언반구 유감의 표시만 있었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 솔직히 역사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 앞으로 역사가, 이 탄핵이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에 관해서 무겁고, 그야말로 참 두려운 감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욕을 먹더라도 의사봉을 잡는 것이 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감을 가지고 잡았다.
 
- '탄핵 주역'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 어쩔 수 없다. 나는 감사한다. 시민들도 나의 행동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 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다시 의사봉을 두드릴 것인가?
 
= 나는 당당히 의사봉 잡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다.
 
"노 대통령, 민주당 안 나갔으면 탄핵 안 됐다"
- 조순형 당시 민주당 대표

 
당시 민주당 대표로 사실상 탄핵의 선봉에 섰던 조순형 의원. 그는 한 달 뒤 치러진 총선에서 낙선하고 탄핵의 역풍을 톡톡히 맞았다. 2006년 7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다시 국회의원이 된 그는 "노대통령이 당시 민주당만 안 나갔어도 탄핵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 지난 행동을 후회는 안 하나?
 
= 시간이 지날수록 옳았다는 확신이 더 든다.
 
- 하지만 헌재는 탄핵이 될 만한 사안이 아닌 것으로 탄핵을 했다며 기각하지 않았나?
 
= 헌법재판소가 여론의 눈치를 봤다. 방송도 얼마나 왜곡 보도를 많이 했는가.
 
- 그 당시 탄핵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나?
 
= 아니다. 그저 대통령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탄핵제도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것(국회 2/3 찬성)이다.
 
- 하지만 그 때는 됐지 않은가?
 
= 그 당시 민주당이 100석이 넘었는데 대통령이 40여명 데리고 당을 나갔지 않았는가. 그대로 있었으면 3분의 2가 안되기 때문에 탄핵 안됐을 것이고 같은 당이었다면 충고로 끝나지 탄핵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노 대통령 탄핵한다면 성사될 것"
-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

 
당시 한나라당의 대표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가 역풍을 맞은 또 하나의 주역 최병렬 전 대표. 그는 총선에서 한나라당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그 후에도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다. 회고록을 준비중이라는 최 전 대표(현 상임고문)는 "지금 탄핵의 상황이 온다면 지금은 성사될 것"이라고 강하게 말한다.
 
- 여전히 탄핵을 당할 정도의 사안이었다고 생각하나?
 
= 판결문 다시 봐라. 헌법을 위반한 건 헌재도 인정했다. 그런데 탄핵할 사안이 아니라고 한 건 헌재가 분명히 잘못한 것이다. 당시에 탄핵만 됐어도 나라가 이 지경 안 됐을텐데….
 
- 나라가 이 지경이라는 건 개인 생각 아닌가?
 
= 길거리에 나가서 물어보라. 오나가나 수없이 듣는다.
 
- 3년 후인 지금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는가?
 
= 그렇다. 방송과 시민단체가 그렇게 나설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3년간 많은 것을 느꼈기 때문에 선동해도 잘 통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가장 큰 오점"
-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당시 국회의장 단상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임종석 의원. 그 모습은 여전히 탄핵 반대파의 상징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는 3년이 지난 지금도 국회의 탄핵이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오점이며 국회 권력 남용의 대표적 사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왜 눈물까지 흘렸나?
 
=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생각했다. 그걸 막으려 3일 밤낮 벼텼는데 허무히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탄핵 역시 의회의 권한 아닌가?
 
= 우리나라의 정치제도는 의원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심각하게 국익을 저해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숫자만 앞세워 끌어내리려는 것은 명백한 의회 권한의 남용이다.
 
- 탄핵 반대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가 대단했다. 예상했는가?
 
= 3일간 국회 안에 있으면서 전혀 몰랐다. 다음 날 보고 깜짝 놀랐다. 87년 6월 항쟁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 3년이 지난 지금 당시 지지율을 다 잃었다. 사실상 '정치적' 탄핵 상황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 정책의 결실을 맺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 전에 신뢰를 잃은 게 문제다.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은 역시 포용과 대화, 타협이었던 것 같다. 낮은 자세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통합을 이루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당시 지지해주었던 분들의 마음이 좀 풀리지 않을까 한다.
 
"탄핵 반대 집회장은 축제의 광장이었다"
- 윤민석 당시 탄핵무효 주제가 작곡자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곳마다 빠지지 않았던 주제가 '너희는 아니야'를 만든 윤민석 씨.
 
그가 기억하는 3년 전 광장은 '축제의 장'이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씁쓸한 사안으로 모이긴 했지만 국민들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큰 성과였다고 말한다.
 
- '너희가 아니야'라는 곡은 어떻게 만들었나?
 
= 사실 1년 전 서청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리 사건을 보면서 만든 곡인데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
 
- 그 당시 집회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 대학 때 같이 시위를 하던 동창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아이들 손을 잡고 나왔더라. 80년대에는 최루탄이었는데 이제는 촛불을 하나씩 들고 아이 손을 잡은 모습에 감회가 새로웠다.
 
- 시민들에게 당시 탄핵의 의미는?
 
= 국민의 권리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정치를 떠나서 그건 국민의 힘을 보여준 축제의 장이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 탄핵 가능하지만 지나치면 국민이 나선다는 교훈 남겨"
- 박원순 당시 아름다운 재단 이사

 
한국 시민운동의 대표격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당시 교환교수로 있던 미국에서 뉴스를 통해 상황을 접했다. 탄핵 사태가 남긴 교훈으로 "대통령도 응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동시에 그 응징이 지나치면 국민이 나선다는 것을 보여준 양면의 교훈을 남겼다"고 말한다.
 
- 탄핵 사태가 남긴 교훈은?
 
= 민주주의 정착의 한 과정이다. 그 전까지 탄핵소추라는 게 장식물이었는데 실제로 대통령도 잘못하면 소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임과 동시에 국회의 응징이 과할 때는 민심이 나선다는 것을 보여준 양면의 교훈을 남긴 사건이다.
 
- 그 당시 국민적인 반대 운동은 어떻게 보는가?
 
= 시민단체들이 아무리 참여를 독려해도 잘 안 되는데 인터넷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의사표현이 되고 오프라인으로 터져나온 자연스러운 흐름에 놀랐다.
 
-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국론 분열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국론 분열 아니다. 민주주의란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그것들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다. 다른 생각의 공존이 민주주의의 장점이다. 다만 그것들이 원심력이 아닌 중앙을 향해 모아져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 위 내용은 3월 12일 월요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을 통해 1시간 동안 방송된다. [CBS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 : 오후 2시 5분 / 진행 : 김현정PD / 연출 : 손근필PD]
CBS편성국 김현정 try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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