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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 사건과 <내 마음의 미운 오리>
법의 정의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
 
신정모라   기사입력  2007/01/23 [09:15]

다음은  중학생 필독서 '내 마음의 미운 오리'  (29쪽-37쪽)입니다.  

석궁 사건에 관련하여  법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처음엔  한 교수와 대학이 대결하였고  재판관이 힘 있는 쪽 대학편에서 판결을 내립니다.  그러자  교수협회가 사법부의 심판 기준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 다음엔 교수협회, 법정의를 요구하는 시민사회 vs  대학당국이  대결할 것입니다.   사법부는 또 어느 쪽이 더 힘 있는가를  재량할 것입니다.   법이 이런식으로 작용하는 데 대해 깊은 회의를 해야 할 때입니다.   법의 정의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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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리야! 너는 왜 혼자 물 위에 떠돌다 기절했니? 너 어디 아프니?』

하고 수하가 물었어요.

『날 어떻게 여기까지 데려왔지?』

『내가 친구들에게 부탁했거든.......넌 죽을 뻔 했어. 여럿이 함께 이리 데려왔어. 여기는 숲 속의 비밀 장소야, 안심해.』

『아!..............』

유리는 아득히 멀리 신처럼 크고 신비한 존재 수하가 자신에게 손짓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하 !』

『말해봐. 뭔데?』

『고마워.』

『별거 아니야. 네가 좀 불쌍해 보여서 돕고 싶었어.』

『동정이라고?』

순간 분노가 지나갔어요.

유리는 자신이 초라해지는 걸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 수하는 날 단순히 동정하는 것 뿐이야. 내가 동정 외에 뭘 더 바랄 수 있는 처지인가! 난 밉고 기형인데다, 따돌림 당하는 외톨이야.

그러나 그와 가까이 단 둘이서 이렇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내가 꿈꾸어 왔던 일이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요정이 소원을 들어준다더니....꿈이 아니었나?

『난 여기 오래 있을 수 없어. 날 시기하는 무리가 있거든.』

『무슨 뜻이니?』

『우리는 오리와 어울려선 안 돼. 그렇게 교육받았지. 우리는 지배와 권력을 배웠어. 우리는 피지배 계층을 동정하는 법을 몰라. 우리가 만약 너희들과 어울리면 우리 부모나 친구들은 우릴 모욕하고 추방할거야. 우리의 법은 굉장히 무섭고 엄격하지. 너희들과 어울리는 건 우리 백조세계에 대한 수치라고 다들 여기고 있거든. 정말 미안해. 난 그만 가봐야 해.』

 

▲ 신정모라 지음, <내 마음의 미운 오리> 책 표지     © 도서출판 중명, 2007
『법이라는 것이 뭔데?』

『응, 나도 잘은 모르지만, 법이란 힘있는 자를 도와 계속 권력을 유지하게 하는 일종의 제도야. 원래의 뜻과는 다른 게 현실이지. 흔히 법에 따라야 사회에서 살 수 있다고 믿지.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목격한 사실은 법이란 힘있는 자를 따라다닌다는 거야.』

 

『그렇다면 법은 참 나쁜 거네? 난 잘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치고 음음.....아, 너는 정말 멋진 옷을 입었구나. 나는 정말 부러워』

『유리야, 옷은 형식이고 겉모습일 뿐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글쎄, 확신은 못하겠어. 나도 유전자에 그려진 지도 밖으로 나가 본 적은 없거든. 어쨌든 너는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어도, 독특하고 신비로운 오리야. 너는 정말 사랑스러워. 처음 널 본 순간 내 생에 그림을 그려줄 신기한 색연필을 발견한 기분이었어.』

유리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자신이 수하를 신비로운 존재로 느꼈던 그 순간 수하도 역시 유리를 특별한 존재로 의식했던 것입니다. 이렇게도 묘한 우연이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세상은 정말로 신기한 우연이 많구나.

그 때, 수하의 친구가 달려왔습니다.

『수하, 큰일났어. 네가 유리 목숨을 구해 숲 속으로 옮겼다고 누가 왕에게 일러 바쳤단 말야. 아, 이 일을 어쩜 좋지?』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군. 하지만 어떻게든 해 봐야지, 나도 곧 갈테니 먼저 가봐. 고맙네, 친구』

유리는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살아났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물에 쓰러져 깊이 침잠하여 영원히 다시 물 위로 떠오르지 못했다면 얼마나 원통한 일인가! 아, 나는 수하의 마음을 얻었어. 감격스런 일이야. 나처럼 못 생긴 오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나마 할 수 있을까. 세상은 정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구나.

그러나 유리가 그런 기쁨과 흥분과 설렘에 젖어 있는 것도 잠깐이었어요. 수하는 유리에게 다정한 눈빛을 주고는 안타깝게 바라보더니 말했습니다.

『난 그만 가봐야만 해.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쩜 우리는 못 만날 지도 모르지. 법이란 엄격하고 무서운 칼이거든. 나는 만약의 경우 처벌을 받게 될 지도 ...... 너는 집으로 빨리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 줘.』

수하는 고고한 풍채로 서서 유리에게 희망을 넣어 주려 했습니다. 유리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수하의 아름다운 모습을 깊이 기억에 간직하려고 애썼어요.

 

수하는 왕의 부름을 받고 그 앞에 끌려갔습니다.

『그대는 어찌 천한 오리 따위에 신경을 써서 우리 백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가?』

『저는 단지 죽을 뻔한 생명을 살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오리들은 우리를 미워한다는 것을 모르오? 그들은 우리의 지배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소. 못생긴 오리들이 우리 영역을 탐내고 우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시기한단 말이오. 그들이 힘이 있었으면 아마 우리를 이 호수에서 몰아내려 했을 것이오. 그러나 그들은 감히 뭉칠 생각을 못하지. 우리는 먹이가 풍부한 호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오리를 도와주면 안되오. 그들은 천박하여 은혜를 이용해 먹으려고만 할거요. 그들은 우리를 절대 고맙게 생각하지 않소. 알아들었소?』

『하지만, 호수에 살고 있는 모두가 사이좋게 지낸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 우하하하.... 그대들의 세대 중에서 제일 잘난 것 같아 내 그대를 특별히 귀여워해 줬더니 철이 없이 자랐구먼. 자연의 세계엔 자비가 없는 법이오. 지배하는 자는 살아 남고 약자는 먹이가 없으면 굶거나 죽는 수밖에 없소. 권력다툼은 전쟁이오. 전쟁에는 관용이나 자비란 없는 거요. 약육강식은 생태계를 조화롭게 유지시키는 원리요.』

『자연의 법도 상황에 따라 바꿀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자연의 법은 아무도 바꿀 수가 없는 거라오. 만약 자네처럼 오리들을 동정한다면 오리가 우리의 영역을 차지하려 들거요. 그럼 우리는 피곤한 전쟁을 해야만 해. 우리가 전쟁에서 질 경우, 우리 사회엔 현재 오리가 겪고 있는 것처럼 궁핍한 백조들이 생겨나는 거요. 굶어 죽는 오리가 있듯이 그때가선 굶어 죽는 백조가 생긴다는 것을 모르오?』

『굶어 죽는 백조는 불쌍하고 굶어 죽는 오리는 불쌍하지 않은가요? 다 같은 새의 신분인데 말입니다.』

『팔은 안으로 굶는 거라오. 자네처럼 세상을 넓게 보면 불쌍하지 않은 존재가 없는 거야. 그렇게 되면 고뇌는 깊어지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위선자가 될 거요.』

 

『아,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또다시 오리 따위의 천한 신분을 동정하는 짓을 한다면 우리 백조 법대로 처벌할거요. 그대는 추방당하거나 목숨이 위태로울 거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수하의 동생 경하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수하는 처벌해야 합니다. 용서하지 마세요, 폐하! 지난 번에도 그 못생긴 오리를 동정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그 특이한 오리를 숲에 안전하게 옮기는 당돌한 행동을 했습니다. 관용을 베풀면 법과 질서가 흔들리고 자연법칙도 깨져서 생태계가 위협받습니다. 사자가 위험하다고 그에게서 백수의 왕 자리를 빼앗아 버리면 양의 숫자가 늘어나 초원은 바닥나서 전 숲속이 멸망할 것입니다. 제 신분과 법을 어기고 당돌한 행동을 하는 자는 법대로 처벌해야만 혼란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폐하는 이 점을 명심해서 다시 처벌을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평상시 경하는 수하 때문에 빛을 못보고 있었어요. 수하가 백조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동년배의 지도자로 부상할 때, 경하는 그를 시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경하의 논리는 미움과 시기심에 기인한 거였거든요. 수하도 그걸 알고 있었어요.


경하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왕은 수하를 이틀 동안 호수에 나가지 못하게 벌을 내렸습니다. 먹지 못한 수하는 핼쑥해졌어요. 수하는 굶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오리들이 먹이가 모자라 굶어 죽는다는 말이 떠올라서 오리를 연민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고통을 받아 본 존재만이 자비로움을 가질 수가 있는 걸까요.

수하는 유리를 생각하고 빙그레 웃었어요. 유리가 수하에게는 잘 놀래는 귀엽고 신기한 존재였으니까요. 그의 마음 속에는 아름다운 백조보다도 유리가더 강렬한 빛을 띠고 있었던 겁니다. 수하를 연모하는 아름다운 백조가 있었지만 수하의 눈에는 익숙한 백조의 아름다움이 신비롭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형식적이고 진부하고 겉모습뿐인 아름다움이었죠. 그런데 유리는 겉으론 화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상이 서려 있는데다 개성이 강하고 외롭게 보여서 수하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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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23 [09: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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