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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노린 한나라당의 신문법 무력화
[김영호 칼럼] 과점3사가 지상파 방송까지 장악하면 여론은 획일화 돼
 
김영호   기사입력  2006/12/15 [12:09]

미국언론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찰스 디킨스는 그의 소설 '마틴 추즐위트'에서 뉴욕 신문들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뉴욕 신문들이 그를 공격한데 대한 분풀이라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뉴욕 뒤에 '하수구', '염탐꾼', '자객', '첩자', '약탈자', 따위를 붙인 제호를 만들어 신문을 저열하고 저급한 것으로 묘사했다. 톰 스토파드는 그의 희곡 '밤과 낮'에서 '쓰레기 언론'말로 비난했다.

2차 대전이 끝나자 미국사회는 무엇이 언론의 문제인지 고민에 들어갔다. 언론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허친스 위원회를 만들다. 위원장이었던 당시 시카고 대학교 총장 로버트 허친스의 이름을 땄다. 1947년 내놓은 보고서는 취재기법과 보도관행을 비판한 결정판이라고 할만하다. 언론의 책무를 '공중에 대한 봉사'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마디로 정리했다.

2004년 새해 벽두 태어난 신문법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작품이다. 두 당이 흥정하다보니 시민-사회단체들이 입법청원한 내용이 누더기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한나라당이 수구신문들과 합세하여 위헌 투성이라고 협공하기 시작했다. 무려 22곳이 위헌이라나…. 하지만 헌재는 위헌 1곳, 헌법불일치 1곳이라고 결정했다.

헌재결정에 따라 위헌소지를 정비하고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헌재결정을 묵살하는 파괴적인 내용으로 일관한다. 신문산업 진흥에 관한 부분을 없애버렸다. 충격적인 사실은 제4조 사회적 책임, 제5조 공정성과 공익성을 삭제했다는 점이다. 두 조항이 발행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두 조항은 선언적 성격에 불과하다. 4조는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고…,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등등의 내용이다. 5조는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민족문화의 창달에 힘써야 한다, 소수자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등이다.
 
▲ 동아일보는 헌재의 신문법 판결을 위헌이라는 제목을 뽑아 마치 헌법재판소가 2005년에 제정된 신문법 전체에 위헌판결이 난 것 처럼 보도했다.     © 6월 30일자 동아일보 pdf

이것은 언론의 본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교과서적 내용이 언론의 자유도 아닌 발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 논리대로라면 신문은 공공의 문제에 관해 보도-논평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안 진다니 말이다.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해도 좋은지 묻고싶다. 언론보도가 불공정해도 주관적이어도 괜찮은지 자문하기 바란다.

헌재는 방송-신문 겸영금지를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시장점유율 20%미만인 신문사는 지상파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을 함께 경영하도록 길을 트겠다고 한다. 경영자료 신고-공개 조항을 삭제한다면서 무엇을 근거로 시장점유율을 산출하려는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은 지상파방송의 '1공영, 다민영'체제를 주장해 왔다. 한국방송1만 남기고 한국방송2, 문화방송을 민영화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과점신문 3사만이 방송에 진출할 여력을 가졌을 것이다. 미군방송 채널을 환수하면 3사가 지상파 방송을 하나씩 나눠 가질 수 있다. 똑같은 족벌신문이고 정치적 성향도 같다. 신문시장을 균점하고 있는 과점3사가 지상파 방송까지 장악한다면 여론은 하나라는 가공할 사태가 예고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여론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참으로 우려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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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15 [12: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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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이반 2006/12/15 [15:31] 수정 | 삭제
  • 죽일놈들을 제대로 죽이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지면으론 안되니 전파로 해먹겠다는 의도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래야 편안히 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