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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에 ‘파고들다’
서울독립영화제2006 개막, 7일부터 47편의 다양한 장르 독립영화 선보여
 
취재부   기사입력  2006/12/06 [10:14]
독립영화인들의 가장 큰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2006가 올해 서른두 번째로 7일부터 15일까지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다.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들을 정리 평가하는 행사로 독립영화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1975년 한국 청소년영화제를 시작으로 금관단편영화제, 한국독립단편영화제 등을 거쳐 서울독립영화제로 새롭게 태어났다.

▲ 서울독립영화제 2006 포스터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서울독립영화제는 경쟁 독립영화제를 표방하며, 다큐멘터리, 극영화,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 독립영화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지만 독립영화의 영역을 장르에 한정하지 않고, 장르의 구분 없이 단편, 중편, 장편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독립영화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디지털 매체가 일반화되면서 디지털 독립장편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장편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짐에 따라 극장에서의 개봉 상영이라는 형태로 관객들을 만나고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지난해 '일취월장'에 이어 올해는 '파고들기'라는 슬로건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서울독립영화제측은 "외부적 환경과 내부의 문제제기를 돌파하기 위해 조금 더 '파고들기"를 제안하며, 영화산업 제도를 비집고 관객들 곁으로, 그리고 그 관객들의 맘 속 깊숙이 파고들기를 제안하려 한다"며 "세상 속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 속으로 좀 더 깊숙이 파고들고, 멈칫거리지 않고, 늦추지 않고 거침없이 돌파할 때, 독립영화는 또 한 번 일취월장(日就月將)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8월부터 한달 넘게 진행된 공모를 통해 접수된 602편의 작품 중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은 단편 27편, 중편 10편, 장편 10편 등 경쟁부문 상영작 모두 47편으로 영화제가 열리는 9일 동안 초청작까지 포함해 76편이 상영된다.

특히 개막작으로 초청된 황철민 감독의 장편 HD영화 <우리, 쫑내자!>는 이번 영화제 도 첫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우리, 쫑내자!>는 동반 자살을 위해 세 남녀가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로드무비로, 막다른 길의 끝에 다다라서야 단 한번도 품어보지 못한 희망을 떠올리는 인물들을 쫓는다.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은 단편 27편, 중편 10편, 장편 10편, 총 47편을 본선진출작으로 선정되었다.
 
▲ 서울독립영화제2006 개막작 황철민 감독의 장편 HD영화 <우리, 쫑내자!>의 한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예년에 비해 늘어난 편수는 예심위원들을 좀더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선택에 있어 많은 고심과 고뇌를 하게 하였다"면서 "한정된 수의 작품만을 상영하게 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선택하지 않을 지에 대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했으며, 치열한 논의와 토론 끝에 상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작품들은 한국 사회를 반영하듯 소외된 계층과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두드러졌다. 해체된 가족, 이주노동자, 동성애, 장애인 등에 대한 성찰이 보였지만 비극적 상황을 처절한 비극으로 그리기보다는 따뜻한 희망을 품으려는 분위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단편 부문에는 예전에 비해 많은 실험영화들이 출품됐는데, 내러티브를 해체하고 이미지에 중심을 두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최종 선정된 27편의 작품에는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전형적인 드라마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영화들과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주변부로 외면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생존을 위협하는 국가권력의 폭력에 맞선 사람들의 새로운 방식의 저항이 <우리가 대추리로 가는 이유>에 그대로 담겨있으며, <메리 크리스마스>는 기러기 아빠와 외국인 노동자의 쓸쓸한 여행을, <바람이 분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데이트하려다 뒤통수 맞는 노총각 이야기를 담았다. <우연한 열정으로 노래 부르다 보면> 또한 낯선 어울림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깨닫는 이야기다. 이 밖에 수중에 가진 것이라곤 이만원밖에 없는 가장이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우여곡절을 그린 <이만원>, 공허한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을 주인공 삼은 <살색미래>와 <얼음무지개>에서도 비루한 현실의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진영이> <우리 그만 헤어져>는 남근 중심의 성 관념을 비틀어서 바라보며, <졸업영화>는 독립영화란 뭘까라는 진지한 주제를 명랑하게 풀어내는 재기를 보여준다.
 
▲ 단편부분 상영작 <우리가 대추리로 가는 이유>의 한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중편 부문도 과감한 실험을 엿볼 수도 있으며, 영화가 끌고 가는 이야기의 완결성과 내적 힘은 일상의 이야기를 내실있게 만들어 내고 있다. 신선한 형식의 락다큐, 이미지와 사운드의 실험, 평범하거나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유려한 드라마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중 일본 록밴드 기타울프의 짧은 여정을 담은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는 폭소를 원하는 관객의 열광적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산,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도둑소년>과 <난년이>는 중·단편 독립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성장과 연애라는 익숙한 소재를 신선한 연출력으로 풀어낸다.

장편 부문에는 예년처럼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다큐멘터리들은 모순으로 가득 찬 한국 사회의 단면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형식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신자유주의적 발전 속에서 철저하게 배척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에 드러나고 있으며, 그속에서 파괴되는 개인의 삶이 가감없이 보여지고 있는 작품들과 환경에 대한 성찰없이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되는 자연과 그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동물, 비극적 역사와 마주한 현실 속의 개인,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사건을 현재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1인 제작·연출한 이현정 감독의 <192-339:더불어 사는 집 이야기>는 노숙인들의 생활을 단면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어려움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독특한 형식으로 "범인도 용의자도 없는 사회적 타살"을 되짚는 <파산의 기술>, 가족사를 거슬러 한국 현대사의 고통에 다다르는 <백두산 호랑이를 찾아서>, 야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출해온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 등도 볼만한 영화이다.
 
▲ 노숙인들의 생활을 단면적으로 묘사하는 장편부분의 <192-339:더불어 사는 집 이야기>의 한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저렴한 DV로 긴 호흡의 상상들을 풀어내는 장편극영화는 삭막한 도심에서 묻혀져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화려한 도시에서 결코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담담한 시선을 볼 수 있다. 장편극영화들은 다큐멘터리에 비해 현실속으로 파고드는 기운을 느끼기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년도 보다 많이 늘어난 편수에서 볼 수 있듯이 장편극영화가 다양화되고 향상되고 있다.

문명 세계에서 야만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도시무협 <도시락>, 지독한 성장과 상실의 고통기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연속되는 현실의 난타 앞에서 결국 무너지는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나비두더지>, 마약과 폭력에 취한 양아치들의 비극적 파국을 그린 <떨>, 독특한 상상이 돋보이는 가족이야기 <마지막 밥상> 등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5편의 장편 극영화는 소재, 주제 등에선 기발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제각각의 형식미로 관객의 미각을 자극할 것이다.

올해 영화제가 마련한 특별전은 에릭 쿠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올해 개봉한 <내 곁에 있어줘>를 시작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이름을 알린 싱가포르 출신 에릭 쿠 감독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데뷔작 <면로>(1995), 칸영화제에서 상영됐던 <12층>(1997),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였던 <휴일 없는 삶>(2006) 등의 연출작 외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 <4:30> 등 직접 제작한 작품들도 상영된다. 12월9일 오후 7시에는 에릭 쿠가 직접 관객 앞에 나서 대담을 진행한다. 이번 영화제는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 등 CJIP 지원작 3편을 포함한 독립장편영화 9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유명한 김종관 감독의 신작 5편, KT&G 상상마당 초청작 6편 등도 초청했다.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식은 CGV압구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11일과 12일 오후 2시에는 국내외 독립영화들의 원활한 제작, 배급, 상영 시스템 확보를 위한 세미나를 열어 해결책 마련에 나선다. 

독립영화는 개봉한다고 해도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극장 상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홈비디오 시장과 DVD 시장의 몰락은 독립영화에게 DVD 제작과 판매의 기회조차 제공해 주지 않으며, 지상파 방송은 독립영화의 편성 방영을 외면하고 있다.
 
▲ 총련계열의 홋카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 학생들의 생활을 그린 초청작 <우리학교>의 한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게다가 유일한 독립영화 프로그램인 'KBS 독립영화관'은 최근 기만적으로 폐지되고 말았다. 케이블 방송과 위성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채널들이 있고 영화 전문 채널들도 많이 있지만, 이 채널들에서도 독립영화를 보기는 매우 어렵다. 아직도 독립영화의 편성 방영을 위한 안정적 기회는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상영되지 못하면서 비평의 기회도 가지지 못할뿐더러, 제작 후 구조가 단절되는 악순환의 구조만 반복될 뿐이다. 독립영화를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지만, 독립영화의 문제가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립영화는 주류영화에 비해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보다 더 진전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영화를 만들기 위한 고민만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영화에 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와, 영화를 만든 후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은 충분한지, 독립영화를 만들고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토론과 연대를 하고 있는지, 영화인으로서 이곳의 영화 문화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가기 위한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많은 일들에 결합하고 함께 노력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은 여전한 방식으로 혹은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 www.siff.or.kr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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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06 [10: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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