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국민건강 위협하는 한-미 FTA
[김영호 칼럼] 유전자조작식품 강요하는 미국과 FTA 강요하는 盧 정부
 
김영호   기사입력  2006/11/29 [11:08]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다. 태어난 곳의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뜻이다. 언뜻 들으면 근거가 없을 듯하다. 그저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자는 애국적인 뜻을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하나 새겨보면 옳은 말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의 값싼 농축산물이 뚝 무너지듯이 쏟아져 들어온다. 미국에서 농축산물을 한국으로 들여오려면 내륙운송을 거쳐야 하고 항해일수도 길다. 선적-하역을 포함한 항해일수는 대략 서해안에서는 15일, 동해안은 30일, 남해안은 20일이 소요된다. 

유통기간까지 쳐서 저장기간도 길다. 변질을 막으려면 수확이전-이후에 농약처리는 필수적이다. 배로 한국에 오려면 적도를 거친다. 선박의 철판온도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 냉장컨테이너에 실어도 오랜 운송기간으로 섞기 쉽다. 곡물이라면 하중압력으로 자체열이 발산된다. 썩지 않게 하려면 항생제, 항균제, 방부제를 뿌려야 한다.

유기농법을 키운 감귤은 땟물이 낀 듯 꾀죄죄하다. 그런데 수입 오렌지는 빛깔도 좋고 맛깔스럽게 보인다. 수확한지 두어 달은 됐지만 행상의 좌판에서도 싱싱한 모습을 뽐낸다. 노랗게 착색하고 피막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국산도 농약을 치지만 유통기간이 짧으니 그렇게 많이 칠 필요는 없다. 

감자를 아파트 베란다에 며칠만 두어도 싹이 나거나 마르지 않으면 섞는다. 토마토나 딸기는 금새 무른다. 냉장고에 넣어도 며칠만 지나면 변한다. 그런데 산 넘고 바다 건너오느라 오랜 운송기간-유통기간을 거친 수입 농축산물은 좀처럼 무르지도 마르지도 섞지도 않는다. 토마토나 바나나라면 덜 익은 채로 따서 가스시설에 넣어 숙성시킨다. 유전자도 조작한다.

옥수수, 밀, 콩은 가축사료로 많이 쓰인다. 농지가 워낙 광활하니 비행기로 파종하고 농약과 비료도 비행기로 살포한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잡초를 뽑아내기 어려우니 제초제를 뿌린다. 독성이 강하니 해충도, 익충도 죽는다. 제초제에도 죽지 않을 만큼 내성이 강한 농산물이라면 유전자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서는 미국산 유전자조작식품을 놓고 무역마찰을 자주 빚는다. 미국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한다. 유전적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지만 인체에 유해하다는 입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괴물식품(Franken-food)이라고 부른다. 초식동물인 소한테 소뼈와 내장으로 만든 사료를 먹여 생긴 병이 광우병이다. 그야말로 미친 소(mad cow)이다. 자연의 이치를 거역한 재앙이다. 그것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게 미국이다.

가족농은 교역의 대상이 아니다. 먹고살려고 다품종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가족농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류는 누구나 제 땅에서 제철에 난 신선한 식품을 먹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국민건강을 뒷전에 두고 미국과 FTA를 맺는다고 야단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11/29 [11:0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