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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혼이 담긴 단소는 어떤 향기일까?
[김영조의 민족문화 사랑] 이생강의 위대한 우리소리1, ‘단소소리’ 나와
 
김영조   기사입력  2006/09/23 [16:05]
"60해 동안 대금인생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고, 대금과 함께 피리, 쌍피리, 단소, 소금, 퉁소, 태평소 등 모든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타고난 예인이자 전설적인 연주자"로 불리는 죽향 이생강이 대나무의 푸름으로 시도하는 '위대한 우리소리' 1집 '단소 소리'를 신나라(회장 김기순)을 통해 발매했다.

▲ 이생강의 위대한 우리소리1, 단소소리 음반 표지     © 신나라 제공
단소는 대나무로 만든 세로 피리의 하나로 모양은 퉁소와 비슷하나, 퉁소보다는 좀 가늘고 짧다. 소리 구멍은 앞에 네게, 뒤에 하나로 모두 다섯이며, 다서 구멍 외에 장식공이 여러 개 있는데 이 구멍은 음정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관의 지름은 1.2㎝, 길이는 약 46.2㎝ 정도이다.

소리의 특징으로는 음량과 여운은 퉁소에 비할 바 못되지만, 구슬같이 맑고 처량한 음색은 다른 어떤 관악기보다 뛰어나며, 독주 악기 및 생황과의 병주하는 악기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지니고 있다. 이 단소는 중보문헌비고, 악학궤범과 조선 중기 이후의 문헌에는 그 이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조선 말기에 향악기화한 퉁소를 작게 만들어 쓴 것으로 짐작된다.

'위대한 우리소리', 우리 겨레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뿌리내린 우리의 가락.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즐겨 부르고 연주하는 가락을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이번 음반은 그 '위대한 우리소리'의 연속음반 가운데 하나이다. 이 음반을 낸 신붕민예는 '위대한 우리소리' 연속음반을 내게 된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세상을 맞아 우리가 이루어야 할 것은 우리의 역사 안에서 자라온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깊게 이해하며 계승하는 것이다. 즉 전통문화를 한층 더 깊게 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운 마음의 문화를 몸에 익혀 가야한다. 그런데 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렇게 훌륭한 전통문화를 외면한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소년들이 이러한 우리 전통문화의 깊은 맛을 이해하며 사랑하려는 노력이 적은 것은 안타까울 뿐이다.
 
이대로는 귀중한 우리 전통문화가 미래에 끝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위한 음악적인 재조명과 동시에 정비작업을 이루고자 <죽향 이생강의 위대한 우리소리>시리즈를 출반하게 됐다."

죽향 이생강의 '단소소리'는 단순 반복되는 연습과 기교에 의해 고정되어진 화려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음악이다. 그런 그만의 독특한 짜임새와 연주 기법을 통해 뛰어난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는데, 단소 특유의 청아하면서 애끓는 음빛깔로 표현해내는 멋스러움은 또 다른 단소소리의 진수를 보이고 있다.

▲ 이생강 명인은 제12회 방일영국악상을 받았다.     © 김영조
관악기 연주에 있어서 호흡은 소리의 원천으로 중요한데 이생강의 단소연주에 있어서 호흡법은 남다른 데가 있다. 그것은 겉으로 뿜는 찬김이 아니라 손이 시릴 때 호호 부는 따스한 김을 뱃속으로부터 뿜어 올려 "후∼"하는 식으로 곱게 관대에 불어넣는 그런 취법(吹法)인 것이다. 초보자나 많은 연주자들이 관악기를 연주할 때 겉으로 입술만 써서 "푸∼"하는 식으로 부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다.

그런 취법은 자연히 복식호흡을 하게 되고 힘있고 긴 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는 대나무도 살아나게 하여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역시 따뜻한 뱃속의 소리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운지법 즉 손가락 짚는 법도 독특하다고 한다. 그가 인간문화재가 된 것도 많은 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것도 어쩌면 그의 그런 독특한 차별성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공연에서 기타, 색소폰 연주자들과 같이 드럼과 사물놀이 장단에 맞추어 즉흥연주를 한 이생강은 대금과 피리로 다른 연주자들을 압도하는 훌륭한 연주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생강은 기존의 산조나 무용음악 등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 음악이나 영화음악까지도 즉흥적으로 상황에 맞게 척척 연주하는 대단한 음악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대금이든 피리든 또 다른 어떤 악기든 자기 소리를 내는 하나의 도구로 충분히 활용하여 무슨 소리든지 본인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음반은 두 장인데 모두 33곡이 들어있다. 여기엔 창부타령, 청춘가, 매화타령, 상주함창 연밥 따는 노래, 제주 오돌독, 진도 아리랑, 개성 난봉가, 베틀가 같은 대부분 민요를 연주한 것인데 동요인 오빠생각, 반달도 들어있으며 장고반주는 허봉수가 맡았다.

처음 3곡은 '창부타령', '청춘가', '한강수타령'으로 모두 경기명창들이 즐겨 부르는 민요들이다. 이생강은 좀 밋밋한 느낌이 날 만한 이 곡들을 멋진 가락으로 꾸미고 여러 형태로 바꿔 연주하면서 민요의 동질성이 깨지지 않는 범위에서 완전한 기악으로 승화시킨다.

음반 가운데 독특한 연주를 꼽으라면 '달아달아'이다. 3음으로 된 간단한 노래여서 자칫하면 단조로워질 수 있는 것을 그만의 차별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앞부분에 '청성곡' 비슷한 정악풍의 가락을 한참 연주하고 나서 '달아달아'의 주제음악을 연주하며, 노래하듯 한음 한음을 길게 죽- 죽- 뻗으며 연주한다. 그리고 마칠 때에도 마치 후주처럼 정악풍의 선율로 마무리한다.

두 번째 장 첫 곡은 '한 오백년'인데 장식음을 많이 써 민요의 시김새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시김새는 연주자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서 단소를 배우는 사람들이 이생강 같은 대가의 음악이 어떤 것인가를 잘 들어 보고 나름의 차별화된 연주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 제자들과 함께 연주를 하는 이생강 명인                 © 신나라 제공
 
이 음반을 낸 신붕민예는 단순히 연주자의 기량을 뽐내는 연주가 아니라 단소를 배우는 사람들이 교본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9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 음반을 사는 사람에게 최고의 교육용 피브이시 단소인 '죽향 전통 민속악단소'를 선물하는 잔치를 한다.

이 단소는 대금과 함께 일생을 산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 산조 예능 보유자 죽향 이생강 선생이 전통악기 단소를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널리 보급하고, 민족의 아름다운 음혼을 계속 잇고자 직접 현대에 맞게 새롭게 개량한 것이다. 이 단소의 특징은 음정이 정확하여 단소산조, 메나리조, 정악, 민요, 동요, 등의 연주가 가능하며, 단소 합주를 할 수가 있고, 악기의 모양이 타원형이라 손가락 짚기가 쉽다고 한다.

이생강 그는 한국 최초로 국악을 서양음악에 접목한 최고의 연주자이다. 그는 피리로 '오 대니보이'를 멋지게 연주한다. 이생강은 기존의 박종기류 대금산조와 한주환류 대금산조를 복원했고, 본인의 작품인 이생강류 대금산조를 1시간 넘게 연주한다. 전추산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고 했던 단소산조를 복원하고 더 멋지게 연주한 것도 이생강이다.

그런 이생강이 녹음한 단소 음반은 어떤 향기가 날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가을, 단소와 함께 쪽빛 푸름의 대나무 소리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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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9/23 [16: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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