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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많다
[김영호 칼럼] 미국에 엉뚱한 것 요구하지 말고 지킬 것이나 지켜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6/09/16 [16:35]

지난 20년 이상 미국의 통상압력에 의해 이 나라의 모든 시장이 거의 개방됐다. 미국은 양자간-다자간 협정이란 쌍칼로 금융-외환-자본시장도 활짝 열어제쳤다. 농축산물도 수입관세만 높지 개방된 상태다. 쌀도 소비수요의 8%가 열려있다. 모든 분야-산업에서 미국자본의 이익을 완전히 보장하라는 것이 미국이 말하는 FTA(자유무역협정)이다. 시장논리를 내세워 공공분야마저 그 대상으로 삼는다. 

한미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상품의 범위를 넘어 자본-기술-용역-인력의 이동을 뜻한다.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내국민과 동등하게 영역의 제한 없이 돈을 벌겠다는 것이 FTA이다. 상품은 물론이고 법률, 의료, 회계, 통신, 방송, 택배, 금융, 보험, 특허 등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도 더 열라. 전기, 가스, 철도, 수도 등 공공서비스도 미국의 사업영역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3차 협상이 끝나도록 한국은 미국에 실현성이 희박한 요구나 해왔다. 그 첫째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이다. 미국은 한-미 양국간의 문제라며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다. 북한의 국제법상 지위를 떠나서 북-미간의 긴장관계를 미뤄 들어줄리 만무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경제제재를 강구하고 있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문제를 왜 집요하게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그 둘째가 앤티덤핑-상계관세 제소를 남발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 협상단은 TPA(무역촉진권한법)에 의해 FTA를 추진한다. 협상범위는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벗어나지 못한다. 무역규제관련법의 적용범위를 한국에만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문제는 권한 밖이다. 제소권자인 산업계는 물론이고 의회가 법개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 정부가 나서 제소를 남발하지 말라고 권유할 수도 없는 일이다.

노 정부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섬유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리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섬유산업 보호에 골몰하고 있다. 그래서 관세철폐 단계를 장기화하고 상당수의 품목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섬유쿼터가 철폐된 이후 미국 섬유시장은 중국산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그 틈새를 비집고 개도국의 저가품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한국산에 대해 문호를 더 열지 의문이다.

설혹 미국이 양보한다고 해도 중국산과 경쟁해서 수출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미지수이다. 그런데 한국산 섬유와 미국산 농축산물을 맞바꾸자는 흥정이 있었다는 후문이 있다. 섬유는 어렵지만 시장다각화-품질고급화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번 붕괴된 농업기반은 복구가 불가능이다. 득실이나 따지는지 식량안보의 중요성이나 아는지 모르겠다.  

한국이 공공서비스를 양보하더라도 미국한테서 상응하는 대가를 받기 어렵다. 한국은 협정체결을 거쳐 국회비준을 받으면 모든 법령을 여기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 미국은 다르다.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협정내용이 주정부의 법령과 충돌하면 효력이 없다. 예를 들어 정부조달시장이 개방되면 미국기업은 한국정부에 용역-물자를 납품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기업은 미국의 50주중에서 어느 주에 납품이 가능한지도 알기 어렵다.

미국은 오랫동안 국책은행은 민간은행과 경쟁하지 말라고 압박해왔다. 민간은행보다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을 취급하지 말라는 따위가 그것이다. 경쟁제한이라는 이유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업무중 상당부분에 제동을 걸 것이다. 농협은 보험업무를 없애고 정책자금에 대한 이자보전를 폐지하라고 나올 것이다. 우정본부가 취급하는 택배업무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소유제한 철폐를 통한 방송-통신시장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 통신기업, 케이블 TV 49%, 위성TV 33%인 외국인 소유한도를 51%, 39%로 확대하라는 것이다. 방송-통신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소리다. 지상파 TV 20%, 케이블 TV 50%인 외국 프로그램 편성비율도 늘라는 요구이다. 돈벌이를 위해 방송의 공공성도 문화의 다양성도 필요 없다는 뜻이다. 투기자본이 방송-통신도 인수-합병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도이다.

이 밖에도 미국의 이익에 맞춰 저작권, 특허권, 의약품, 자동차 등등 제도를 뜯어고치라는 요구가 무수하게 쏟아지고 있다. 지킬 것이 너무 많은 한국이지만 엉뚱한 것이나 내놓으라고 조른다. 한미FTA, 잃을 것은 많지만 얻을 것은 거의 없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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