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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 히딩크의 용병술을 보라
[김영호 칼럼] 盧 정부 폐쇄적 인력조달은 민심 거스르고 민심이반 자초
 
김영호   기사입력  2006/09/05 [00:39]

 노무현 정부는 과거정권에 비해 인사문제로 많이 시달린다. 과거에는 측근이니 가신이니 하는 따위를 요직에 발령해서 '낙하산인사'라고 시끄러웠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밥벌이로 한 자리씩 꿰차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낙하산인사'라는 시비가 그치지 않는다. 잠잠하다싶다 인사발령이 나면 또 '코드인사', '보은인사', '회전문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잦은 인사시비는 검증체제의 미비를 말한다. 허물없는 사람이야 드물겠지만 양파 까듯이 벗겨도 벗겨도 흠집이 나온다면 공직자로는 자격이 없다. 연기가 나면 불을 꺼야할텐데 여론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큰불을 내고 만다. 주변인사만 골라서 쓰니 잡음이 따른다. 덧나서 버린 돌을 다시 찾아 쓰고 밑돌을 빼서 윗돌로 괴는 식이다. 청와대만 해도 그의 주위에 맴돌던 386이 주류를 이룬다.

 로마를 세계제국으로 만든 율리우스 카이사르. 정치가 이전에 군인으로서 대성한 그는 남다른 똘레랑스(관용)를 지녔다. 인심을 파악하는 재간이 뛰어났던 그는 항복한 적장도 중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적국과도 공존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정적마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인자한 지도자였다고 한다. 바로 이 융화적 인사정책이 그 광대한 로마제국을 지배하는 초석이었다.   

 몽고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 전장에서는 잔악한 그였지만 오늘날 표현을 쓰면 다문화-다민족-다종교를 존중한 인물이었다. 다른 종교를 포용했고 외래문화에 개방적이었다. 이슬람권과의 경제적-문화적 교류가 아주 활발했다. 많은 모슬렘을 막료로 등용하는 인사정책을 썼다. 그가 그 거대한 제국을 통치한 배경에는 요나라의 유신(遺臣) 야율초재와 위그르 출신 진해 같은 패전국 인재의 지혜가 있었다.

 세계경제가 무한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인재등용에도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다. 1990년대말 일본의 닛산(日産)자동차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프랑스의 르노에 넘어갔다. 뜻밖에도 최고경영인에 카를로스 곤이라는 외국인이 발령났다. 그는 레바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 브라질에서 태어났다. 일본사회는 냉담했다. 일본을 모르는 외국인이 닛산을 살릴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단숨에 닛산을 침몰위기에서 구출했다. 도요타의 맹추격에 위협을 느낀 GM(제너럴 모터스)이 얼마 전 그에게 구조의 손길을 요청한 상태다.

 1993년 3월 세계자동차의 두 거두, 미국의 GM과 독일의 VW(폴크스바겐)이 격돌했다. 당시 시점으로 7년 전에 GM 스페인공장에서 무명의 기술자에 불과했던 호세 로페스라는 중역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던 것이다. GM이 그 스페인인에게 북미총책사장을 제안했으나 거절하고 VW의 생산 및 구매총책으로 가버렸다. 그는 생산관리의 귀재여서 생산원가를 10%나 절감하는 신화를 창조했다. 경영난 돌파를 위해서는 GM도 VW도 그의 탁월한 관리능력이 절실했던 것이다. 급기야 GM은 그를 산업스파이로 몰아 법정투쟁까지 갔다. 

 인재를 찾아 예를 다하는 말로 삼고초려(三顧草廬)란 고사가 곧잘 인용된다. 중국 촉한(蜀漢)의 임금 유비는 제갈양의 초가집을 세 차례나 찾아 간청한 끝에 그를 군사(軍師)로 맞이했다. 제갈양의 책략이 있었기에 그는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다. 제갈양 없는 유비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무협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아마 강호제현(江湖諸賢)일 것 같다. 시골구석에 파묻혀 사는 어진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제도권을 벗어난 현명한 인재를 널리 찾는다, 그들의 고견을 구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역대정권의 공직임면을 보면 당파적 정실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군인에 이어 측근, 가신이 득세한다. 정권을 전리품으로 여기고 공직을 갈라먹는 엽관제(spoils system)의 전형이다. 그 결과 정권의 말로는 비참했다. 노 정부의 인력조달은 그 범위가 협소하고 폐쇄적이다. 장관으로 발탁했다가 선거용으로 징발하고 패배하면 또 중용하는 모습이다. 민심을 거르는 인사정책을 쓰니 민심이 이반한다.

 2002년 월드컵 승리는 히딩크가 건각(健脚)을 실력만으로 발탁했기에 가능했다. 학연-지연이라는 고질적인 연고주의를 타파하고 말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한테서 생전에 들은 말이 떠오른다. 취직, 승진 따위의 인사청탁이 너무 많다는 실토였다. 다 거절하지만 정 곤란하면 차라리 돈을 줘버린단다. 그런 사람 쓰면 기업이 망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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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9/05 [00: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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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뼈척결 2006/09/05 [23:06] 수정 | 삭제
  • 노뼈 애들은 인터넷 그만 말아먹고 그만 사라져라.
    정말 징그럽다. 뇌가 없는 애들이니...뇌무현과 똑같은 소리만 되뇌이고 잇어... 쯔쯔..
  • 백성주 2006/09/05 [19:58] 수정 | 삭제
  • 나는 김대중광신도고, 노빠이며, 유시민추종자다. 나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의 당선을 위해서 선거운동에 나섰고, 선거자금에 보태라고 돈도 송금한 바 있다.

    내가 노무현을 지지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상식'에 거의 근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내가 생각하는 상식'에 근접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무현의 지적인 능력은 대통령의 격무를 감당하기에 충분하고, 노무현의 견식은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사전에 확신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노무현이 어떤 인재를 장관으로 임명하는지, 그것은 사전에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방위병으로 근무하면서 나는 '일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대통령직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정을 대통령 혼자서 다 총괄할 수는 없다. 장관들이 실무를 맡아서 정책을 추진해 간다. 그러니 가장 유능하고, 가장 견식이 훌륭한 사람을 발탁해서 써야 한다. 그리고 권한과 함께 책임을 위임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천박하다는 것은 교육부총리 인사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윤덕홍을 교육부총리로 뽑는 것을 보고, 나는 그 사실을 즉각 감지했던 것이다!!! 나는 윤덕홍의 자진사퇴를 내정단계에서부터 제안했고, 임명 이후에는 1인시위를 통해서 제안했다. 결국 윤덕홍은 NEIS 사태로 갈팡질팡하다가 물러나고 말았다. 후임 교육부총리들도 윤덕홍 못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를 살펴 보건대 단 세 사람만이 내게 유능한 인재로 보였다. 고건, 강금실, 진대제. 나머지는 있으나 마나한 둔재들이다.

    이 나라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과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백성주가 있고,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김헌동 선생이 있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최용식 선생이 있다. 인재가 있으면 뭘 하나? 인재인지 알아볼 안목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없는데.....

    히딩크의 용병술을 들먹이는 김영호님의 분석에는 도무지 동의할 수가 없다. 히딩크가 없던 선수를 새로 기용해서 4강이라는 성과를 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 히딩크를 들먹이자면 '체력강화'가 주효했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