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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에게 할말은 하겠다는 마하티르 총리
미국과 서구의 패권주의를 일관되게 견제해 와
 
이용길   기사입력  2003/06/03 [12:03]
연합뉴스 5월 30일자에 따르면 주말레이지아 미국 대사(매리 후탈라)가 한 포럼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의 비판적 입장이 미국과 말레이시아 양국 관계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판단에 입각하여 할 말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최장수 선출직 지도자로서 마하티르 총리는 그 동안 미국·영국의 이라크 침략을 비롯한 미국과 서구의 패권주의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 가장 선도적으로 비판적 자세를 보여 주었던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과 독일의 슈뢰더 총리도 이라크의 패배 이후 대미 관계에서 예전의 저자세로 급속히 전환하였다.  

이에 반해서 미국에 대한 마하티르의 일관된 당당함은 더욱 돋보인다. 또한 마하티르는 UN(국제연합)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데 대해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하티르는 대부분의 개발 도상국이 가입한 비동맹운동(NAM)과 다수의 이슬람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슬람제국회의기구(OIC)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미국 등 서구의 패권 국가들에 대해서 제3세계와 아시아의 자주성을 적극 옹호해 왔다. 또 그는 제 3세계에 대한 미국의 강경 패권주의를 추종하고 옹호하는 호주의 하워드 정부에 대해서도 ‘미국의 보안관’이라면서 비판적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마하티르는 경제 부문에 있어서도 제3세계의 자주성과 아시아적 가치를 적극 옹호해 왔다. 그는 1990년대 말 도래한 아시아의 외환 위기가 서구의 투기 자본(헤지 펀드)에 의해서 초래되었고, 이러한 투기 자본의 배후에 국제통화기금(IMF), 무디스(Moody's),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처방(고금리, 금융 시장 개방, 긴축 재정 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독자적인 노선(저금리, 외환 통제, 경기 부양 등)을 통해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말레이시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여 국제통화기금도 결국은 마하티르의 외환 위기 해결 방안의 정당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하티르는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패권에 대항해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 등 9개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단일 통화권 창설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충분한 주체적 역량에 기초하지 않는 미국에 대한 공세(= 이슬람 강경파의 성전)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그의 반미적 성향이 현실주의적 노선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물론 마하티르는 그의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22년간의 장기 집권에 따른 일반적 폐해인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를 탈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날로 강도가 더해지는 미국의 세계 패권주의로 인해 퇴색되어 가는 제 3세계와 아시아의 단결과 자주성을 옹호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마하티르의 노력과 행동은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주권을 유지하면서 정치·외교적 자주권을 견지하고자 노력하는 마하티르의 리더십(현실주의적 자주 노선)은 미국의 세계 패권을 반대하고 인류 사회의 평화와 공존 공영을 바라는 많은 이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필자는 농협대, 숭의여대, 전북대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고 여러 인터넷 언론에서 시사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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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03 [12: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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