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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똑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좋습니다
평상복의 새내기 유시민의원에게 거는 기대
 
이대로   기사입력  2003/05/01 [00:50]
최근 우리나라의 새소식 가운데 내 눈을 번쩍 띄게 한 것이 둘이 있었다. 그 하나는 사스 환자가 한 명 생겼다는 것이고, 그 다음 유시민 국회의원 당선자가 국회에서 당선 인사와 선서를 하려다가 옷차림 때문에 선서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스 환자가 생겼다는 소식은 예상했던 일이라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었지만 한 새내기 국회의원이 옷차림 때문에 선서를 하지 못한 것은 예상 밖의 진짜 새소식이었다. 처음 뉴스를 보면서 자세한 것을 몰라 "저 분이 실수한 것은 아닌가?", "저렇게 소리지르고 퇴장할 것까지 있을까?", "재미있다! 유시민 답다!"라는 정도밖에 생각을 못했는데 신문에서 "국회가 내 일터가 되었으니 열심히 일하겠다는 뜻으로 일하기 편한 옷차림으로 나왔다"고 말하려했는데 아쉽다는 내용과 유의원의 누리집에서 "모두 똑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좋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써둔 인사말에서 "저는 일부러 오늘 이런 옷차림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보고 "아! 그랬었구나! "라는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한번도 만나보지 않은 유시민이란 정치인과 개혁정당에 대해 다시 보게 했다. '개혁'이란 말의 뜻은 '새롭게 고치는 것'이다. 정치개혁은 정치 환경과 체제, 제도를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현 정치판 바꾸기, 정치개혁은 많은 국민이 바라는 것이다. 이번 보선에서 덕양 갑구의 선거구민들이 유시민후보를 뽑은 것은 정치판을 새롭게 바꾸라는, 바꿀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볼 때 어제 옷차림은 그 보답으로 나온 정치활동으로 보였다.

그렇게 보니 잘한 것이고 통쾌한 일이라고 생각되어서 앞으로 무엇인가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다. 어제 국회에서 일어난 유시민의원의 옷차림 사건은 조그만 이야기 거리가 아니라 국회 개혁이란 큰 뜻이 있는 국회사건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나라임자로서 새내기 국회의원 유시민의원에게 이번 일에 박수를 보내면서 용기를 잃지 말고 힘차게 개혁활동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어제 '국회 옷차림사건'은 "국회가 얼마나 개혁과 변화를 싫어하고 권위주의에 빠져있는지 다시 알게 사건이다". 의관을 잘 차려입고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이 국회의원의 참모습으로 알고 있는 조선시대나 일제시대 권위주의 의식에 사로잡힌 국회의원들에겐 새내기 유의원의 그런 몸짓이 눈에 거슬리고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어제 그 옷차림을 보고 소리치거나 마땅치 않게 생각한 국회의원들과 국민들 심정도 이해가 간다.

아직도 일제시대처럼 이름패를 한자로 써야 좋다는 의식을 가지고 인터넷시대에 전자통신도 제 손으로 못하는 국회의원이 태반인 현 국회 상황에서 번뜩이는 인터넷시대 흐름을 아는 새내기 국회의원의 개혁 몸짓에 담긴 뜻을 알아보지 못함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선배의원들은 유의원의 어제 옷차림과 몸짓은 국회가 권위주의에서 빨리 벗어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국민의 바람과 시대흐름을 반영한 몸짓으로서 신선한 일로 보고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시대정신을 모르고 텃세만 부린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정치개혁 첫걸음이 국회 개혁이라고 본다. 현 국회는 너무 고리타분해서 새롭게 고칠게 많다. 국회의원들이 일반 국민들 의식수준보다 시대흐름을 알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해서 정치발전과 국가부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얼마나 고리타분한지 보여주는 한 증거는 많은 국회의원들이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처럼 한자로 쓴 이름패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유시민의원이 이번 일로 기성 정치인에 그대로 물들지 말고 더 용기를 가지고 힘차게 국회와 정치판을 새롭게 고치기 위해 힘써주길 바라며 줄인다. / 본지 고문

* 필자는 우리말글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이자 한글인터넷주소추진 총연합회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유시민 의원이 4월 29일 선서하고 읽기 위해 쓴 인사말]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좋습니다

존경하는 박관용 국회의장님과 선배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양시 덕양갑 유권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인사드립니다. 개혁당 유시민 의원입니다. 오늘 제 옷차림 어떻습니까. 일부러 이렇게 입고 왔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국회에 나올 때 지금 같은 평상복을 자주 입으려고 합니다. 혼자만 튀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닙니다.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저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것도 이해하고 존중해 주십시오.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이것이 이제 막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서로 관용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자기와 다른 것을 말살하려는 '불관용'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 싸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의원님들 지켜봐 주십시오. 격려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3년 4월 29일
                          새내기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 http://usim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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