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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감독 모방말고 자기만의 세계 창조해야”
[사람] <내 남자의 유통기간>으로 여성영화제 찾은 도리스 되리 감독
 
임순혜   기사입력  2006/04/11 [12:47]
<파니 핑크>로 한국에 잘 알려진 독일의 여성 감독 도리스 되리(doris do"rrie)가 <내 남자의 유통기간>으로 8회 여성영화제를 찾았다.

1973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에서 연기와 철학, 심리학을 공부하고 뮨헨 영화학교에서 영화공부를 한, 도리스 되리는 1983년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베스트셀러인 <나와 그>를 각색한 첫 장편 <마음을 관통하여>로 흥행에 성공하고, 1989년 '골든 스크린상'을 수상하였다.

1985년 두 번째 작품 <남자들>로 독일과 해외에서 크게 흥행에 성공하여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받는 여성감독이 되었다. 1999년 로 바바리안 영화제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하였고, 2002년 개봉된 로 독일에서 'Silver for Outstanding Feature Film상'을 받았다.
 
▲ 8회 서울여성영화제 <내 남자의 유통기간>의 도리스 되리 감독과의 대화가 신촌 아트레온 13층에서 열렸다.     © 임순혜

도리스 되리는 2001년부터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오페라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성공한 드문 독일의 여성감독의 하나다.
 
다음은 4월9일, 오후2시, 서울여성영화제 스페셜 이벤트 프로그램인 에서 도리스 되리와 임성민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와 나눈 대화다.

Q : 영화공부는 언제 어디서 했나?

"미국에 건너가 1973년부터 2년 동안 연기공부와 심리학을 공부했다."

Q : 그렇다면 배우 생활도 했는지?

"잠깐 하다 그만 두었다."

Q :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사람은?

"많은 감독들을 좋아하였으나 다른 감독들을 모방하려하지 않았다. 나 혼자 창조할 수밖에 없었다. 카나다의 한 여류 감독을 좋아한다."

▲ 임성민 프로그래머가 도리스 되리 감독에게 관객들의 질문지를 받아 질문하고 있다.     © 임순혜

Q : 시나리오를 직접 쓸 뿐 아니라 영화감독과 오페라 제작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여러 가지 혼합된 일 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 있어 혜택이라고 생각해 감사한다."
 
Q : 동화책을 발간했는데?

"동화책을 처음 쓰게 된 것은 딸아이가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면서다. 책 읽어주는 것 통해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가르쳐 주려 했다. 그러나 책을 출판했을 때는 아이가 이미 커서 맞지 않았다. 딸아이가 6살 때 쓰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에게 있어 세상 자체가 활기찬 세상이라는 것 가르쳐주고 싶었다. 모두 5권을 발간했다."

Q : 소설을 쓰고, 영화작업을 하고 또 오페라까지 하게 된 동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떤 매체를 통해서 할 것인가? 고민을 하였다. 처음에는 연기공부를 하였으나 생각을 바꾸어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독일에서는 '작가'를 우아하게 생각한다. 일단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면 '작가'라고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단편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한 출판업자가 적극 추천하고 출판을 해 주었다. 처음으로 그 분이 나를 '작가'라고 보아주었다.”

Q :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애를 키우면서 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비 보태기 위해 썼는데, 첫 단편 3집이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것이 남자들은 문제라 생각지 않는데, 아이가 고3이 되어서야 비로소 장편을 쓸 수 있었다. 딸이 학교에 가서 시간이 있을 때인 겨울, 봄에 영화를 많이 찍었다. 이제 딸이 16살이 되었으니 여름에 찍어 보려고 한다."
 
▲ 관객의 질문에 답변하는 도리스 되리 감독     © 임순혜

Q : 남편은 어떤 분?

"나는 특별한 남편을 두었다. 매일 아침 식기를 정리해 준다. 전형적인 남자이기에 자신이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남자보다는 훨씬 더 많이 도와주고 있다. 남편하고 시간을 가지고 많이 싸운다. 남편이 생각하는 시간하고 여자가 생각하는 시간이 다르다.

<내 남자의 유통기간>에서 왜 남자가 갖는 시간이 중요한가? 묻는데, 남성들이 8∼10시간 일하는 동안 여성도 일하는 시간 똑같이 보내고 있다. 다른 식구들 시간을 계산해서 피해 일하기 때문에 점점 더 빨리 일하게 된다. 남성들은 근무 시간이 끝난 후 여성들 일 손보지 않는다.

단순히 내 남편문제는 아니다. 여자들은 일하면서 꼭 중요한가? 물어보게 된다. 여기 오기 직전에 딸아이가 아파서 오는 것 고민했다. 남자들은 고민 안한다. 영화도 꼭 만들어야 될 때만 만들었다. 딸과 가족과 시간 보내는 것 후회하지 않도록..."
 
Q : 인생에서 힘을 주는 관계는 무엇인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파니 핑크>에서 로맨틱한 남녀관계도 사실은 우정을 바탕 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모색하는 영화였다."

Q : 94년도에 <파니 핑크>를 만들었는데, 지금 다시 만든다면?

"더는 안 한다. 그 주제는 그 당시 관심 있었던 주제다."

Q : 부모님의 양육 방법은?

"집안에 딸만 넷 중 첫째다. 여자아이가 불이익 당하는 것 모르고 자랐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게 내버려두었다.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우게 하였다. 나와 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러 넣어 주었다. 나와 동생 가족 다 합하면 아이가 7명이다. 대가족 이루는 것 소중히 생각한다. 일하다 애 낳을 시기 놓치는 여인들 보면 안타깝다."
 
▲ 도리스 되리 감독과의 대화시간에 많은 취재진과 관객들이 자리를 했다.     © 임순혜

Q : 한국영화 본적 있는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영화제에서 보았다. 한국영화 중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는 못 보았다. 대부분 예술영화를 영화제에서 보았다. 요즈음 화제가 되고 있는 <왕의 남자>가 궁금하다. 독일이나 유럽에 초청되지 않는 한 볼 기회 없다."

Q : 독일에서 감독님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관심 있는 이슈가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 있기 때문 아닐까 한다. <파니 핑크>에서 혼자 사는 여자들 많은 남자 없는 사회를 다루었다. 당시 독일에서 큰 이슈였다. <내 남자의 유통기간>에서는 남녀 다 같이 누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내 인생도 그렇기 때문에..."

Q :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 책을 쓰고 있다"

Q : 한국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 세계를 다녔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 가져준 것 고맙다. 엄청난 호기심과 집중력 가지고 질문하신 분들 없었다. 다시 한번 고맙다."
 
▲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끝나고 관객에게 사인을 해주는 도리스 되리 감독과 임성민 프로그래머     © 임순혜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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