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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개혁을 방해하는 군사문화 잔재들
[시민논단] 폭탄주 강요하며 눈 부라리는 군사문화 잔재들
 
예외석   기사입력  2006/04/05 [12:18]
얼마 전 한나라당 소속 의원인 최연희라는 사람이 술좌석에서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희롱' 하였다는 추한 사건으로 곤욕을 치룬 일이 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술김에 일어난 우발적인 행동이었다고 변명하며 뻔뻔스럽게도 현역의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도 여러 차례 신문과 방송을 요란하게 장식하였던 국회 의원들의 추태보도가 있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좋지 못한 술버릇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우발적인 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폭탄주가 들어가지 않은 술좌석이 없었다고 한다.

폭탄주의 유래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직업 군인들의 음주문화에서 내려온 것이 많다. 내가 생활하는 주변에도 오랫동안 직업군인 생활을 한 후 전역한 간부들이 있는데, 회식자리에서 보여주는 술 문화는 어김없이 폭탄주를 돌리는 것이다.

그들은 생활 속에서 무엇이든 속전속결이다. 밥 먹는 것도 느긋하게 먹지를 않는다. 술을 한잔 마셔도 빨리 먹고 취할 수 있는 폭탄주라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물론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술을 마실 줄 안다면 폭탄주를 단연 으뜸으로 친다.

문제는 자기들이야 폭탄주를 마시고 건강을 해치든, 술좌석에서 추태를 부리든 상관없겠지만, 꼭 다른 사람들에게도 폭탄주를 먹여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고 실수를 유발하게 한 후 낄낄거리고 즐긴다는 데 있다.
잔을 돌려도 하나의 잔에다가 폭탄주를 제조(?)하여 많게는 십 수명에 이르기까지 입을 대게 하고 돌리는 것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관(官)'자가 들어간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음주 문화도 거의 비슷한 것을 볼 수가 있다. 공무원들이 그들인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변화가 많이 되어 관(官)에 속하는 직업인들도 음주문화가 깨끗한 편이다.

문제는 직업 공무원, 군인을 20여 년 이상 생활 해 온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험하고 체득한 문화를 젊은 세대들에게도 대를 물려주려고 한다. 특히 직업군인 출신들이 더 심한 편에 속한다.

일반 사회에서 성장한 민간인 출신 직장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간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보편화된 음주문화나 예절을 익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직장에서 간부가 되어도 동료나 부하 직원들에게 강압적인 직장문화나 술좌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일반사회의 직장 내 예절이나 술 문화를 망치는 것은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해 오다 민간사회로 나온 사람들이 바로 그 주범들이다. 물론 건전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도 있으나 내가 겪어본 바로는 80%의 사람들이 강압적인 직장문화와 술좌석을 요구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술 더 떠서 밥을 먹으러 가든 술을 먹으러 가든 자신의 지갑을 열어서 계산을 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특히 고위공직을 지낸 인사들은 현직에 있을 때 지갑을 열어 본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하며 음식값은 물론이요 개인적인 경조사까지 관용카드로 처리해 왔다고 한다. 지금의 공직사회에서는 있을 수도 없거니와 설령 있다고 하더라고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일들이 관행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식대나 술값 계산을 아랫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해 왔다고 한다. 자신들이 예전에 그런 생활들을 해 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일반사회로 나와서까지 그러한 군사문화 잔재를 억지로 강요하고 심으려 하는 것은 처음부터 대접받는 생활만 해 온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기업에서는 사원 시절부터 중견간부 또는 임원이 되기까지 원가절감에 익숙한 생활을 해 오고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도 회사경비를 자기 마음대로 펑펑 쓰지를 못한다. 일부 못된 사람들은 눈먼돈처럼 개인용도에까지 쓰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직한 편이다.

그러나 대접(?)받는 것을 생활화 해 온 사람들이 일반 사기업에 들어오면 "무슨 일을 해보려고 해도 돈을 풀지 않아서 못 해먹겠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아마도 그들은 시대가 흐르고 세상이 달라져도 자신들이 오랫동안 몸에 익혀온 문화(?)를 관속에 들어갈 때까지 버리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한번 해 보겠다고 몸부림을 치면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데, 그들은 공짜 돈이나 바라고 공짜 술이나 원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폭탄주를 돌리고 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게 어디 있느냐"면서 "먹으라면 먹는 거지 반항하는 거냐"고 눈을 부라린다. 그들의 눈을 보면 5·18 때 광주 시민들을 박달나무 몽둥이로 개 패듯이 패던 짐승의 눈을 보는 것만 같다.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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