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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기결정권과 민주노동당 양보론
민노당의 희생을 요구하던 용감한(?) 지식인들에게ba.info/css.html'
 
이승훈   기사입력  2002/12/20 [17:02]
{IMAGE1_LEFT}정치는 한 공동체안에서 이익추구 집단들 사이의 경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사의 통합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가 기능하기 위한 기초이자 대전제는 각 개인, 각 집단 등 정치적인 주체가 자신의 입장을 자기가 스스로 정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치적 자기결정권'은 톨레란쯔이론의 개념필수적인 전제이기도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자각하고 있는 개인, 혹은 집단등 정치적 주체가 그 입장에 따른 정치적 행동을 할 자유는, 가치상대주의를 기초로 하는 다원주의의 유일한 예외로서의 가치절대적 안티톨레란쯔에 해당하지 않는한 보장되어야하며, 다른 정치적 주체는 그것을 공동체구성원의 의무로써 관용하여야만 한다. 정치적 자기결정권 이라는 것이 없으면, 그 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치라는 것이 아예 존재할 수 없다. 오로지 파시즘적인 힘의 논리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자기 결정권을 둘러싼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행동양식은 그 사회의 정치문화가 선진인가 후진인가를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로써도 기능한다. 예를 들어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성립 및 결렬까지 포함한 전 과정의 해프닝은 각 후보를 지지해왔던 정치사회적 입장이 다른 국민들과 당원들의 정치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정치문화적으로 볼 때 매우 후진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소수정당이던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큰 활약을 보였는데, 이로 인해 보수층의 고정표를 가진 우파정당 한나라당에 대응하는 상대적진보인 중도우파적 민주당이 중도좌파적 민노당의 지지확산으로 상대적인 노무현표의 감표현상을 우려하고, 결국에는 한나라당의 이회창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김민웅, 김동민, 조기숙 교수 등 일부 지식인들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해프닝을 보여주었다.

지식인이라면, 진정한 논객이라면 그 주장에서 미시적 Allegation과 거시적 Allegation을 배격하여야한다. 미시적 논거 -이번 해프닝에서는 이회창대통령당선을 무조건 막자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 하겠다- 외에도 거시적인 세계관에 따른 논거 -정치문화와 정치적자기결정권 민주적세계관 등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겠다-를 반드시 갖추어야한다. 이러한 해프닝은 그들이 도대체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인지, 정치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사이비지식인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참으로 단순무식하며 용감한 행동이다. 다원주의 혹은 톨레란쯔 및 자기결정권의 인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19세기적 사고방식의 소산인 야만적 행위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정강 정책에서 민주당과는 다른 독자적인 의의를 가진 정당이며 그러한 독자적인 정치적 입장을 실현할, 정치적자기결정권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당연히 가진다. 다른 정당등 정치주체들은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자기결정권을 관용하며 정치적 자기결정권의 실행을 보장해주어야한다. (그것은 자신의 정치적 자기결정권이 정당해지는 전제이기도하다)

현대정치에서 선거란 훌륭한 인물 한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현대정치에서 선거란 투표인 개인의 입장에서 혹은 정당의 입장에서 각 정치주체들이 자기의 정치경제적인 입장에 따른 정치적 자기 결정권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각각의 정치주체들이 서로서로 이를 보장하는 가운데 사회를 통합하는 과정이 선거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올린 3.9% 이상의 득표율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표가 아니다. 선거를 훌륭한 한사람의 적임자를 뽑는 행위로 정의한다면 대통령을 만들지 못한 민주노동당의 이번의 3.9%의 득표는 사표라고 하겠지만, 대통령선거가 16대 한번으로 끝나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2002년으로 중단한다면 민주노동당의 3.9%가 사표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민주노동당의 3.9%라는 수치는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자기결정권의 존재를 확인하고 민주노동당이 사회 통합과정에서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정치적 자기결정권의 3.9%가 '과정' 속에서 존재하는데 무슨 사표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하던 용감한 지식인들에게 부탁한다. 결선투표제도입으로 최악을 피하는 차선을 달성하기 바란다. 유력한 진보정당에게 아무리 '최악을 피하는 차선'을 운운하며 사퇴를 종용해봐야 그 진보정당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또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권영길에 해당하는 인물이 6% 얻으면 이회창에 해당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그 단순무식한 용감함을 가지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발벗고 나서기 바란다.

미시적인 이익문제를 떠나서, 앞으로 투표율 50~70% 대를 넘길 것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선투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60%투표율에 투표자중 30%남짓한 지지율을 받고서도 당선자가 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것은 정치문화적인 차원에서 볼 때 대통령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가 심각하기에 대통령선거에서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은 높다고 할 것이다.

어떤 특정한 투표제도가 완전무결할 수가 없고 결선투표제에도 많은 단점이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대통령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가 대통령선거에서의 진정한 사표를 방지하는데 필요하다. 권영길찍으면 이회창된다는 논리로 진보정당의 세력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사표를 강제하며, 박근혜찍으면 이회창된다는 논리로 여성주의 세력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사표를 강제하던 후진적인 정치문화 행태는 없어져야한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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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2/20 [17: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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