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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 유시민 대표에게 드리는 공개항의문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말바꾸기를 개탄하며ba.info/css.html'><
 
이장규   기사입력  2002/12/23 [03:06]
유시민 형, 저 기억하십니까?

84년 유시민 형이 복학생협의회 회장일 때 자연대 학생회장이었던 이장규입니다. 그때 형과 같이 술도 몇 번 했었지요. 뭐, 기억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건 문제가 아니구요.

형을 알고 형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단, '이해'할 뿐입니다. 저는 졸업 이후 계속 노동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해 왔었고 현재 민주노동당의 당원입니다.) 유시민 형이 앞으로 좋은 정치인으로 커나가서 이 나라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조금의 힘이나마 보태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IMAGE1_LEFT}그런데, 그간 형과 입장은 다르지만 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던 저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형은 투표날 새벽에 쓴 호소문에서 '노무현의 승리를 예상하고 권영길에게 표를 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대거 노무현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이 사태로 인해 권후보 득표율은 여론조사 지지도의 절반으로 빠지게 될 것입니다' 라고 하시고는, 투표 후에는 '민노당은 약 3∼4%의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민노당의 표가 (노 후보 당선에)그리 영향력이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5억원 내고 얻을 것은 다 얻었는데 마지막에 던지지 못했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루도 채 안되어 말이 바뀔 수가 있지요? 투표 전에는 권후보 지지율이 영향을 크게 영향을 받을 거라고 해놓고 바로 뒤에는 별 영향력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제 주변에도 막판의 정몽준사태 때문에 노무현으로 돌아선 사람이 숱합니다. 저는 이 사건 때문에 최소한 저희가 2% 이상은 손해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형 탓이 아닙니다. 우리 민주노동당이 아직은 그만큼 미약한 것이 본질적 원인이며, 이걸 가지고 노무현 지지자 분들께 섭섭한 마음을 가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도 아닌 한 정당의 대표인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 형에겐 항의하지 않을 수 없군요.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하루도 안되어 말을 바꾸는 게 도대체 기성정당의 정치인들과 뭐가 다르지요? 아니 기존정치인조차 하루만에 말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뒤의 발언을 보고 이게 유시민 형이 한 말이 맞나 의심스럴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던지지 못했다'는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요? 혹시 후보사퇴를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는 뜻이라면, 이런 발언이 형이 스스로 내세우시는 '자유주의자'의 원칙에서 얼마나 벗어난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기 위해 선거에 나오는 그 자체를 문제삼다니요? 강준만 교수조차 예전에 이런 말을 한 것을 사과했는데,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형이 이런 말을 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아직까지도 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형에게 공개항의합니다. 그리고 위의 두번째 발언에 대해 사과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제 괜찮은 선배로서의 유시민은 더 이상 저에게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저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만, 항의하지 않을 수 없군요.

형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유시민대표가 2002-12-19 01:10:02에 올린 내용(출처: 개혁국민정당 홈페이지 http://vision2002.org/

‘정몽준 폭탄’이 터졌지만 승리는 우리 것이다
---노무현 후보에게 다시 한 번 믿음을!---

설마 설마 했던 ‘정몽준 지뢰’가 드디어 터지고 말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합니다. 시점이 너무 늦어 대응할 여유가 적다는 것이 문제일 뿐 두려움이나 좌절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노후보의 득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단견에 불과합니다. 이 상황은 노무현 후보의 위기관리 능력을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려놓았고, 노후보의 대응에 따라 표심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2시 19분 현재 민주당 측의 평창동 정몽준 방문은 문전박대로 끝났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노후보는 당사 밖 모처에 머물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정몽준 대표가 즉흥적으로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시나리오를 검토했고 명동유세 노후보 발언에서 그 빌미를 찾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해석입니다. 정신병자가 아닌 한 선거운동 종료 시한을 불과 한 시간 앞둔 시점에서 즉흥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노후보를 믿고 국민을 믿어야 합니다. 노후보는 국민경선 때부터 언제나 배수진을 치고 싸웠습니다. 사즉생의 자세로 숱한 위기를 타개하고 고비를 넘어 오늘 이 자리에 온 사람입니다. 그는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을 가진 뛰어난 지도자입니다. 나는 이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국민은 여러 차례 마음이 흔들렸지만 끝내는 노무현의 진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노후보의 입장 발표 뿐입니다. 노후보가 선택할 길은 자명합니다. 평소 우리가 보았던 노무현의 모습, 바로 그대로 하면 됩니다. 노후보는 단일화 이후 보름 가까이 정몽준 대표의 부당하고 불합리한 권력분점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밀약과 거래의 구태정치를 통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원칙을 지키다 실패한 대통령후보가 되는 게 역사와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것이 노후보의 최종 결단이었습니다. 정몽준이 공동유세에 나선 것은 노후보의 흔들리지 않는 결심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후보가 이번에도 이 원칙을 견지하리라고 봅니다.

저는 노후보가 국민 앞에서, 담담한 어조로, 단일화 이후 정몽준이 어떤 요구를 했는지, 자신이 어째서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지를 밝히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을 국민 앞에 밝히고, 정몽준의 지지 철회에 대한 평가를 국민에게 맡긴다는 입장을 밝힐 것입니다.

우리는 노후보를 믿어왔던 것처럼 국민을 믿어야 합니다. 노후보의 육성을 기다립시다.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지자를 결집하고, 위기상황의 도래 가능성을 훤히 알면서도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새 정치의 원칙을 견지한 노후보의 당당한 자세를 주변에 알립시다. 개혁당이 언제 노무현의 당선 가능성을 보고 그를 지지했습니까. 노무현이 바로 이런 자세로 정치를 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국민지지율이 바닥에 있던 시점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그를 지지했던 것이 아닙니까. 저는 오늘 이 사태를 보면서 노무현을 지지하기로 했던 우리의 결을 더욱 자랑스럽게 느낍니다.

유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 이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노후보가 적어도 250만 표 차이로 이길 것이라 예상하고 당직자들과 내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수정하겠습니다. 더 큰 표 차이로 이길지도 모르고 박빙의 승리를 거둘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패배는 없다는 것이 이 시각 현재 저의 판단입니다.

정몽준 지지자의 55% 정도는 단일화가 이루어진 그 순간 바로 노무현 지지로 넘어왔습니다. 25% 정도는 이회창 지지로 돌아섰고 20% 정도가 유보층으로 빠졌습니다. 표가 노무현에서 이회창으로 건너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이 사태의 영향으로 원래 정몽준 지지에서 부동층으로 돌았던 표가 전부 이회창에게로 가지 않는 한 이 사태는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그럴 가능성 역시 별로 높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노무현의 승리를 예상하고 권영길에게 표를 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대거 노무현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이 사태로 인해 권후보 득표율은 여론조사 지지도의 절반으로 빠지게 될 것입니다.

승패는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 손에 달렸습니다. 결집력을 높이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장에 나가고, 다른 사람의 투표 참가를 독려하고, 정몽준의 지지철회 때문에 흔들리는 주변 사람들을 붙들어 세우고, 그렇게 해서 투표율을 80% 이상으로 올리면, 노후보는 질래야 질 수가 없습니다. 12월 19일, 운명의 날이 이미 왔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화기를 잡읍시다. 노력하는 그만큼 표는 모입니다. 노무현은 위기를 타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지도자임을 믿읍시다. 우리 국민들이 그런 지도자를 알아볼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믿읍시다. 오늘 밤 기사회생했다고 환호성을 올리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천상에 올랐다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지옥체험을 다시 한 번 하게 될 것입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나아갑시다.
지금 노무현에게는 우리들이 보내는 한없는 신뢰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2002년 12월 19일 0시 50분

개혁당 대표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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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2/23 [03: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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