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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노무현, 측근거품에 갇힌 대통령들
[김영호 칼럼] 27:0 전패 의미 알면 인적쇄신 통해 민심이반 되잡아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6/01/10 [00:11]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작년 12월 19일자 표제로 '부시의 세계'를 다뤘다. 표지는 그가 사지를 펼친 채 거품방울에 갇혀 다소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깥 세상을 내다보는 그림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고립된 대통령, 그는 달라질까?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NBC 뉴스 앵커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직접 부시에게 물었다. 거품방울에 갇힌 느낌이 어떤지 말이다. 보좌관은 적지만 유능하여 민심을 잘 파악한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아마 그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고립된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다. 최소한 리차드 닉슨 이후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양당 지도자들이 백악관 담장을 뛰어넘도록 권고하지만 듣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충성파라고 할 수 있는 몇몇 고향사람과 측근 공화당원 말만 경청한다는 것이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충으로 여긴다고 한다. 의리를 바탕으로 하는 소수의 폐쇄적 측근에만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에이브러햄 린컨은 정적도 장관으로 임명해서 반대의견을 들었다. 2차 대전을 치르며 승전의 물꼬를 튼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막료끼리 경쟁시켜 가장 훌륭한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 직면했던 존 케네디는 귀를 활짝 열었다. 양당은 물론이고 전-현직 국가안보 책임자들의 상반된 의견을 들어 전쟁전야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월남전의 늪에 빠져 헤매던 린던 존슨은 전화에 매달려 원로들의 지혜를 들기에 바빴다. 로널드 레이건은 부시의 영웅이다. 그는 완강한 보수주의자임에도 부시와 달리 타협을 알았다. 재선 직후 곤경에 처하자 중도주의자이며 상원의원을 지낸 하워드 베이커에게 구원을 청해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부시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의 아버지도 매주 하원 체육관에 들러 의회 지도자들과 담소를 나누며 고견을 들었다.

 한마디로 부시는 편안과 평온을 좋아하지 불화를 싫어한다고 한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마다하니 주변에는 늘 그의 심중을 잘 읽는 인사만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책결정도 충성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다. 개띠 동갑인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부시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고향 후배, 의원시절 보좌관, 정치적 협조자로 형성된 협소한 인맥에 의존한다는 점이 유사하다.

 새해 벽두에 단행된 개각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정치권은 민심수습과 동떨어진 '코드인사', '보은인사', '측근인사', '땜질인사'라고 혹평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문제의 인물'을 밀어붙여 여당일각의 반발을 불렀다. 집단행동도 불사하여 여차하면 정치행보를 달리하는 사태도 예견된다. 넓은 시야에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지 않고 측근만 골라 등용하는 일련의 인사가 불씨를 댕겼다. 이대로 가면 당장 5월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인사방식을 두고 흔히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고 말한다. 때로는 버린 돌도 다시 찾아 쓴다. 집을 짓더라도 동량재(棟梁材)라고 해서 기둥이 될만한 나무를 고른다. 하물며 나라의 기둥이 될만한 인물이라면 능력과 자질을 겸비해야 한다. 그런데 범인의 눈에도 적임자로 보기 어려운 측근들을 중용해 왔다. 이 자리, 저 자리로 돌려서 윗자리로 올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토록 열렬한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태어난 대통령이지만 곤두박질친 지지율이 좀처럼 고개를 들 줄 모른다. 지난해 두 차례의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0:27으로 전패했다. 이것을 민심이반이라고 한다. 그 의미가 던지는 시사성과 방향성은 단호했다. 그런데 눈도 감고 귀도 막고 들으려 하지 않았으니 그 뜻이 와닿지 않는 모양이다. 여러 측근들이 숱하게 쏟아내는 허튼 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내홍을 그냥 두면 상처는 더욱 깊어진다. 단순히 친노파-반노파의 대결로 치부한다면 치유할 길이 없다. 지금은 휴화산처럼 소강상태에 들어가지만 지방선거가 분수령이 되어 갈림길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시대적 소명인 개혁진영의 분열이요, 실패를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는 아직도 갈 길이 2년이나 남았다.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해 돌아선 민심을 되잡아야 한다. 거품방울에 갇힌 대통령이 아니 길 바란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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