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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노출’ 보다 더 음란스런 국가권력
[정문순 칼럼] 국가가 개인의 창작활동에 음란물 판정은 이제 그만둬야
 
정문순   기사입력  2005/08/05 [21:27]
종교의 엄한 계율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정작 타락한 것은 사제들과 지배층이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는 유가들의 역사책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고매한 유학자들의 손에 의해 쓰인 정사는 춘추필법의 장막을 헤치면 그들의 음란한 취미가 곳곳에 돌출한다.
 
사대부들은 우주의 이치를 논하는 재주뿐만이 아니라 음탕한 것을 밝히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낡은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새 왕조의 주인 자리를 꿰찬 조선의 사대부들은 유전학도, 도청 기술도 없던 시절 남의 침실을 들여다보고 난잡한 상상을 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서릿발 같은 붓이 지나가야 할 지면에, 망해가는 왕가나 역신의 음탕함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사관의 필력은 도색소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야하고 선정적이다. 도덕과 위엄을 표나게 내세우는 입으로 누가 누구와 사통했느니, 왕의 자식이 실은 아비가 따로 있었느니, 왕의 잠자리 상대가 누구였느니 하는 따위의 저속한 가담항설을 지어내는 작태는 속 보인다, 속 보여 하는 찬탄을 절로 나오게 한다.
 
몰락 왕조의 추악함을 징치하는 듯하면서 속내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태도는 역겨울 정도다. 유학자와 성적 난잡함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도덕의 탈을 쓴 위선적 권력자의 생리란 그런 것이다. 자신의 타락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근사한 가면이 필요했을 것이다. 도덕과 윤리를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일수록 거짓말쟁이요, 성 윤리를 떠드는 사람일수록 그 자신의 성적 타락을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나친 것이라면 좋겠다.
 
그러나 이런 냉소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는 근거는 고금을 통틀어 얼마든지 있다. 군사정권의 도덕적 타락은 '국민윤리'라는 해괴한 이름의 덕목을 창조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윤리를 아는 권력이라면 감히 국민의 도덕 선생 노릇을 하겠다고 쉽사리 덤볐을 리도 없다.
 
국가 자신이 스스로를 국민을 가르치는 절대적 권위의 사제에 올려놓은 것보다 더한 도덕의 추락은 드물다. 여성의 종아릿살이 드러나 보이는 것도 세상의 망조라고 생각했다면 스스로 안 보고 눈을 감아버리면 그만일 텐데, 여자 몸에 접근하여 망칙하게 자를 들이대는 변태적 성적 취향의 국가도 우리는 겪어야 했다. 
 
▲김인규 작가와 그의 작품     ©민예총 제공
국가가 개인의 창작 활동에 음란물 판정을 내리는 한, 진정 음란한 상상력이 만발한 것은 국가 자신이다. 도덕으로 위장한 협박과 공포로 세상을 지배했던 유가나 교회 권력, 군사정권의 치하에 여전히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선 중년 부부의 누추한 몸에 사람들이 자극을 느끼고 음란한 상상력에 휘감기리라 멋대로 생각한다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벗은 몸만 보면 변태적 취향이 가동하는 국가 권력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쓸데없이 부채질하여 음란한 상상력을 주입하느라 국가는 바쁘다.
 
역겹다, 역겨워. 공영방송에서 바지를 내린 젊은이들의 철없음을 죽을 죄로 단죄하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마찬가지다. 바야흐로 정치-재벌-언론의 음란한 유착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정국이다. 이런 쓸데없는 소동에 진작 죽을 죄인들은 슬그머니 비껴나고 있다.
 
국가여, 그만 음흉해져라. 자신의 치부나 잘 가리면 되지 시민의 아랫도리에 왜 그리 관심이 많은가. 진짜 윤리적 존재는 자신이나 잘 하지 남에게 똑같은 것을 강요하지 않는 법이다. 법의 단죄는 더욱 큰일 날 짓이다.
 
개인의 몸은 국가의 눈에야 하찮게 보이겠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고귀하고 자유롭다. 남의 몸에 올가미를 드리우겠다는 저 음탕한 사고를 단죄할 길은 없는지 안타깝다. / 편집위원
 
* 필자는 문학평론가입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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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05 [21: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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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DG 2005/08/06 [17:38] 수정 | 삭제
  • 어이엄따// 조갑제 // 한국 고자당 창당 ?~~~~~~~~~~~~~

    기가 차는군요.
    진짜 어이없는 사람이군요.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 사람이군요.

    조갑제가 정당을 창당?

    // 조갑제 // 한국 고자당 창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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