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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와 마녀사냥, 그리고 개똥녀
인터넷토론 스트레스 해소장으로 착각하지 말자
 
예외석   기사입력  2005/06/11 [12:58]

요즘 인터넷을 들어가보면 온통 ‘개똥녀’ 란 단어로 네티즌들이 마치 파리떼처럼 달라붙어 난리들을 치고 있다. 논쟁이라고 해야 할지 난장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네티즌들이 그것 때문에 후끈 달아 올라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어쩌다가 한 여성이 지하철 내에서 애완견 한 마리 때문에 곤혹스럽게 ‘개똥녀’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우리는 인터넷의 위력이야말로 이제 자칫하면 폭력과 살인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래 전에 파파라치라고 불리는 잔인한 족속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영국의 다이애나 전 황태자비가 떠오른다. 이때부터 전세계적으로 파파라치라는 단어가 알려지게 되었는데 파파라치란 프리랜서 사진 작가들로써 자신이 물색한 대상을 집요하고 끈질기게 잔인할 정도로 추적하여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고야 마는 사람들이다. 다이애나 비의 경우 몰래데이트가 파파라치한테 걸려서 그들을 따돌리려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지만, 그 책임유무는 여전히 법적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은 지난 97년 8월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와 관련,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차량을 뒤쫒던 이른바 `파파라치'들의 무죄를 확정했었다. 법원은 사고 당시 승용차에 동승했던 고(故) 다이애나비의 남자친구 도디 알 파예드의 아버지이자 아랍의 부호인 모하메드의 항소를 기각했었다. 재판부는 당시 다이애나비의 승용차를 쫓아갔던 9명의 파파라치와 1명의 오토바이 운전사에게 살인죄 또는 사고 희생자를 구조하는 것을 등한시 한 책임을 지워야 할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운전기사는 음주운전 상태였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개똥녀’ 논쟁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한 여성의 애완견이 실례한 장면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사진으로 담아 인터넷에 유포하여 희희낙락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하이에나와 같은 파파라치를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 고발자로 보아야 옳을까 아니면 개인의 인격을 모독한 폭력범으로 보아야 할까. 필자의 생각은 개의 주인을 나무라기 이전에 그 사진을 성급하게 인터넷에 유포시킨 사람을 파렴치한 폭력범으로 보고 싶다.  

 

최초에 ‘개똥녀'는 지하철에 탑승한 한 여성 승객이 주변 승객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애완견이 열차 바닥에 싼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사건을 놓고 인터넷 누리꾼들이 애완견 주인에게 붙여준 이름인데 이 사건에 대하여는 설왕설래 이견들이 많다. 사진과는 달리 그 장면의 전과 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정황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갑자기 실례를 한 강아지로 인해 당황하던 여성에게 개똥을 치운 할아버지가 휴지를 주어서 강아지의 항문을 닦던 사이 할아버지가 얼른 개똥을 닦아 내었다고도 한다.

 

사건의 진실은 알 수가 없지만, 일반 상식으로 생각해 보면 제아무리 생각이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일지라도 자기가 기르던 개가 공공장소에서 실례를 하였다면 미안한 마음에 얼른 치우려고 하는 것이 상례이다. 어쩌면 그 여성이 당황을 하여 어쩔 줄 몰라 쩔쩔 매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순간을 기어이 포착한 파파라치에게 걸려 들었던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처음엔 단순히 그 사진과 고발성 글만 보고 그 여성을 비난하고 싶었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앞뒤 진실도 모르면서 사진만 보고 그 여성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보면 우리 주면에도 너무나 많은 개똥녀들과 개똥남들이 많이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당장 예쁘다고 충동구매를 했다가 나중에 아프고 병들면 귀찮아서 길에다 그냥 내다 버리는 일이 많이 있다. 애견을 생명체로 생각하기보다는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덩치가 큰 개들도 온 동네를 배회하게 그냥 풀어놓고 기르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있다. 비난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해야 옳을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기 이전에 왜 그 사람은 할아버지를 도와서 같이 치우지를 못했단 말인가. 

 

궁지에 몰린 한 여성을 개똥녀로 만들어버린 네티즌들이나 그에 편승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하이에나와 같은 개떼들은 아닐까. 감자기 인터넷과 지면에서 은근 슬쩍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대졸 대통령 발언을 한 전여옥씨를 개똥녀와 강아지로 둔갑을 시켜 비하한 그림들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었다. 어쩌면 패러디물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 꼭 그렇게 초점을 맞추고 이용을 해야만 주가가 올라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참으로 순간포착을 아주 적절하게 잘 하는 사람들이다. 한 때는 대통령을 개구리로 비하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으니 이미 갈 데까지 간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이제 사이버상의 폭력은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단순한 토론에서 논쟁으로 논쟁에서 말싸움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상대방 죽이기로 기어이 결론을 맺어야 직성이 풀리는 네티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상의 언어도 이상하고 해괴한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것은 분명히 중독 현상이다. 가상과 현실을 헷갈리게 하는 게임중독처럼 인터넷 토론을 스트레스 해소하는 장으로 보는 누리꾼들이여 제발 자중하자.

 

* '네티즌에게 고함' 마당은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토론공간입니다. 본문에 대한 누리꾼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가와 토론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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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6/11 [12: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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