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는 습성이 있다. 현실과 타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사적 담론에 익숙한 반면 공적 담론에는 취약하다. 여러 사람이 모인 가운데 자신의 의견과 소신을 말하고 서로 생각을 주고받는 민주적 절차에 참여하는 일에 소극적이다. 그것이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라면 더더욱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포장하려 하는 습성이 많다.
최근 경남도민일보 인터넷과 지면을 보며 느끼는 것은 현재의 도민일보가 과연 언론으로서 얼마나 균형 있는 보도를 하고 정도를 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신문과 사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언론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 사회 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사실에 근거하여 기사를 다루어야만 하는 것이다. 반면에 사보의 기능이란 일반적으로 사보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고, 사보의 역할은 기업문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며 고객을 위하여 무엇을 홍보해야 하는가의 차원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역의 다양한 여론을 가감 없이 수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든 열린 마당은 당연히 지역 독자들의 마당이 되어야 옳은 것이다. 그것이 다소 독하고 매몰찬 소리들을 내뱉은 글이라도 수용해 주어야 할 책임도 감수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역 독자들 보다는 도민일보 기자들의 하소연과 푸념 섞인 데스크들의 주장을 발표하는 광장이 되고 만듯한 느낌이 든다. 어떤 상황, 어떤 시기가 오더라도 언론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쩌면 언론 스스로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유나 권리는 의무나 책임과 상관개념으로서 성립하며, 그런 점에서 조건부 자유요 조건부 권리라 할 수 있다. 나의 자유나 권리는 타인의 동등한 자유 및 권리와 양립하는 한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자유를 보장 받고자 하는 나의 권리가 상대방의 동등한 자유에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와 책임을 함축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언론의 자유가 동시에 언론의 책임을 동반한다는 논거는 언론이 갖는 기능상의 이중성에서 유래되기도 한다. 그러한 자유와 책임을 좀 더 기사에다 비중을 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행복의 많은 부분을 경제적 가치가 지배 한다는 것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신적 욕구 충족에만 치우친 나머지 경제적인 것에 소홀히 한다면 제아무리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도 기업이 존속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윤 추구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누구라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언론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정도는 지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이라는 것과 사회적 공기라는 양대 축을 균형 있게 잘 이끌어 나가기란 정말 어렵고도 험난한 길이다. 자칫하면 사주의 이익이나 사적인 도구로 전락 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의 사명을 망각한 채 사주의 전위대로 전락한 언론사들을 답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민일보 신임 대표의 옹골차게 내뱉은 각오가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것이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힘차게 지지하는 바이다. 다만, 언론과 사보를 분명히 구분해 주었으면 한다.
“약한자의 힘“이 되겠다는 그 창간 정신을 하루에도 여러 번 되풀이 하면서 기사를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바이다. 결코 ‘잠시 이슬을 피하기 위해 들어선 남의 집 처마 밑’처럼 상징적인 구호로만 그쳐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도민일보는 소수의 자본가들이 좌지우지하는 기업이 아니다. 언론은 오늘 내일 당장 손익 계산서를 결산하는 것이 아니라 십년 이십년을 내다볼 줄 아는 여유와 안목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예 외 석[도민일보 독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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