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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리철진'보다 더 허술한 '간첩 민경우'
이제는 국가보안법까지 총선용으로 전락, 통일운동 역행
 
황진태   기사입력  2004/01/20 [11:59]

결국 통일연대 민경우 사무처장이 ‘간첩’혐의로 구속되었다. 통일부의 뒷통수 치기로 불거진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당분간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은 상당기간 위축될 듯 하다.(이미 위축되었다) 그래! 앞으로 통일부 혼자서 통일준비 잘하시라.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간첩혐의를 뒤집어 씌우는가. 통일부인지 반통일부인지 모르는 그들의 통일논리를 따르면 ‘간첩 민경우’는 간첩 리철진보다도 어설펐다. 간첩 민경우의 어설픔은 북한과의 접선한 통화내역에서 적날하게 드러난다.

“누가 오실 겁니까-누가 가실 겁니다”

▲민경우씨의 부인과 아들 ©브레이크뉴스
아니! 간첩이 제정신인가. 6.15 공동선언 이후에 화해무드가 생겼다고 착각해서는 결코 안된다. 이런 고급정보를 어떻게 남한의 공안당국에 노출시킬 수 있는가. 참으로 어설픈 간첩이 아닐 수 없다.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누가 오실 겁니까-누가 가실 겁니다”는 소통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위법행위다. ‘통일일꾼 민경우’를 ‘간첩 민경우’로 변신시켜 체포하는데 공안당국은 205쪽씩이나 되는 방대한 체포영장 사유서를 만들었다. 공안당국의 작문능력을 무시하지 마시라. 방학 때 밀린 일기를 날짜만 바꿔서 부풀리는 초등학생과 그 실력을 견줄 만하다. 대단해요!

205쪽의 페이지 숫자만 다르고 “누가 오실 겁니까-누가 가실 겁니까”로 비슷하게 채우고 있는 체포영장 사유서를 볼 때 과연 공안당국은 단 한 줄이면 끝날 것을 주석까지 달면서 펄프를 낭비하고 있다. 미래는 자원전쟁! 종이 한 장 수입하는 처지에 공안당국은 제정신인가. 빈약한 경제관념, 안이한 자원안보의식을 갖고 있는 공안당국에 자성을 촉구한다.

통일부 혼자서 통일 다 해먹어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민경우씨가)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간부로 활동하면서 국내 운동권 동향 등을 일본에 있는 범민련 해외본부를 통해 북한에 알려주고 사무실 운영비 등을 받아 쓴 부분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뭣하러 아직까지 인력비용만 많이 드는 간첩을 애용하는 지 모르겠다.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인터넷을 통해서 한총련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보면 직접 운동하는 사람들보다도 전반적인 현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데 아니면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을 통해서 주사파 파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북한은 앞으로 CIA나 국가정보원처럼 해외기업정보나 경제정보를 얻는 데에나 인력을 투입하라. 남한의 운동권 동향에 대해서 관심 있는 남한사람은 정작 매우 드물다. 조선일보조차도 운동권 기사로 돈 벌기 어려워서 내팽개친 지 오래됐다. 오직 관심 있는 곳은 그리고 관심을 주기적으로 재생산하는 곳은 밥벌이 차원에서 공안당국 밖에 없다.

더불어 연합뉴스에 따르면 “범민련 남측본부는 지난 1997년 대법원 판결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됐다”고 한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공안당국의 말처럼 북한으로부터 사무실 운영비를 받았다는 이적단체 범민련은 해체하라. 꽃제비 천지인 북한에 무슨 염치로 북한으로부터 지원받는가. 그리고 통일부는 뭐하는 것인가. 창피하지도 않은가. 통일부는 통일을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서 북한의 통제에 들어간 범민련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여 돈을 퍼주어 지원했어야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보다도 이렇게 자본주의의 사업감각이 떨어져서야 어떻게 통일연대 등의 민간시민단체를 ‘왕따’ 만들고 통일부 혼자서 통일비용을 감당하려고 했는가. 통일연대를 공안당국에 고발하고 혼자서 통일을 하겠다는 통일부는 “민간부문의 협조” 따위의 말치레는 그만하고, 앞으로 제발 경제적인 사고 좀 갖고서 통일작업 혼자서 잘 좀 수행 하시라. 까딱하다 통일부만 ‘왕따’ 될 수 있다.

▲이종린, 민경우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민중의소리

또한 칼바람과 혹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단 소속의 7~80대 노인들은 파병저지 운동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희생하셔 봤자 이적단체서 활동한 간첩으로 몰릴 뿐이다. 송두율 교수의 경우에는 북한으로부터 항공비 수준이나마 돈을 받았다고 해서 간첩이라고 몰리고 이번에는 길거리에서 단식운동을 하며 치료비조차 없어서 모금운동을 하고 있는 가난한 통일일꾼들에게까지 간첩으로 만들고 있다. 참으로 재미있는 논리다.    

국가보안법이 총선용인가

대북송금 관련자들에 대해서 특별사면을 한다고 한다. 조국통일을 위해서 일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난도질을 하고서 대충 땜질을 하는 처방에 화가 나지만 더욱 어이가 없는 점은 민주당 장성민 청년위원장의 말처럼 “특검법을 수용한 노무현 정부가 지금에 와서 대북송금 관련자를 특별사면하기로 한 것은 햇볕정책에 대한 정책적 특별사면이 아니라 “총선을 위한 정략적 특별사면”이 아니냐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논리를 따른다면 대북송금 관련자들은 “누가 오실 겁니까-누가 가실 겁니다” 수준을 넘어선 “얼마 주렵니까-얼마 받을 랍니다”는 돈 없어서 모금운동을 하는 범민련의 가난한 간첩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간첩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급간첩을 구속한지 1년도 안돼서 특별사면으로 풀어준다? 공안당국에 말마따나 국가안보에 구멍 뚫린다!

조선일보가 윽박질러도 곧은 의지를 보여주었던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대북송금과 관련해서는 관대한 관용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돈 없는 간첩들에 대해서는 구속탄압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총선을 위한 정략적 특별사면”인가. 그러니까 이번에 대북송금 관련자들을 총선용 ‘총알’로 발사했으니 탄창에 총알을 채우기 위해서 범민련 죽이기를 시도한 것인가. 그렇다면 대북송금관련자 사면을 미루어 볼 때 이들 가난한 간첩 범민련은 다음 지방선거에서나 특별사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방선거를 위한 정략적 특별사면”으로 말이다. 국가보안법을 구태정치의 유물이라고 단정했던 기자의 생각을 앞으로 바꾸어야 할 거 같다. 이렇게 국가보안법은 선거용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가보안법의 희생자들에게 효순이-미선이만큼의 관심을 보여야

모두가 총선에 올인한 듯하여 평화통일을 위해서 단식투쟁을 하는 7~80대의 통일일꾼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대중들이 모르고 있는 듯하다. 마치 지난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물결에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단 ‘한줄기사’로 보도되었듯이 말이다. 말문이 막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의도에서 영하의 날씨에 단식투쟁을 하며 노구를 이끄는 통일일꾼들께서 만약에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까지 치달아야 ‘한줄기사’나마 언론은 보도할 작정인가.

“누가 오실 겁니까-누가 가실 겁니다”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 국가보안법에 걸려들어 ‘통일일꾼’이 ‘간첩’으로 뒤바뀌는 세상이다. 6.15공동선언의 가치를 인정하고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도래했다고 하더라도 지하철 곳곳에 붙어있는 간첩신고 스티커처럼 우리 일상사 여기저기에는 공안당국의 촉수 또한 여전히 살아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정치과잉이 다른 사회현안에 대해서 둔감해져서는 안된다. ‘관심’에서부터 사건해결의 절반은 이루어진다. 통일연대(http://615tongil.org)에서 노구를 이끄시는 통일일꾼들에 대한 치료비 모금운동과 민경우 사무처장과 이종린 선생에 대한 무죄석방을 위한 후원의 밤이 있다. 조그만 성의와 게시판에 응원의 메시지라도 한 줄 써보는 것은 어떨까./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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