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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깨"라니? 한국도로공사 공부 좀 하시지요
[우리말 바로쓰기] '갓길' 놔두고 일본말찌꺼기 여전히 쓰는 못된 버릇
 
이윤옥   기사입력  2014/11/24 [13:58]

어제 제2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재미나다기 보다 좀 딱한 선간판(입간판)이 눈에 들어와 몇 자 적는다. 갓길 공사 중인지 곳곳에 세워둔 선간판에는 "길어깨 없음"이라고 적혀있다. 
    
길어깨? "갓길"에 대한 웃지 못 할 이런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일본말 로카타(路肩,ろかた)에서 온 말이다. 일본국어대사전 《다이지센, 大辞泉》에 보면 "路肩 : 道路の有効幅員の外側の路面" 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번역하면 '도로에 유효폭원의 외측 노면'이다. 곧 로카타(路肩)의 한자를 한국음으로 읽어 '노견'이라 한 것이다. 
 

▲ 제2중부고속도로 서울방면 광주 초월면 지점에 서 있는 "길어깨 없음" 선간판     © 이윤옥


   
그러나 원래 이것은 영어의 "road shoulder"에서 온 말로 일본사람들이 이를 직역하여 "길어깨"를 뜻하는 한자말이다. '노견, 路肩'이 그것이다. 이것을 한국인들이 들여다 줄곧 쓰다가 이제 겨우 '갓길'로 정착 되었나 싶었는데 이 무슨 해괴한 표기란 말인가! 
    
오이코시(추월, 앞지르기로 순화), 가시기리(대절, 전세로 순화) 따위의 일본말이 어디 하나둘이겠느냐만은 제2중부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둔 "길어깨"라는 말이야 말로 "제 것의 본디 뜻을 생각지 않고 무늬만 한글로 바꾸어 쓰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인듯 하여 못내 씁쓸하다.
 

▲ 제2중부고속도로 서울방면 광주 초월면 지점에 서 있는 "길어깨 없음" 선간판     © 이윤옥


    
우리말글 사랑은 '국어학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한국도로공사는 당장 이러한 웃지못할 시대를 역행하는 선간판을 '갓길'로 고쳐 세우길 바란다.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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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1/24 [13: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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