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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의 탄압에 맞선 쿠르드족, 지자체 대승
[아쉬티의 중동통신] 소속 지자체수 98개로 확대, 터키 정부 탄압 노골화
 
아쉬티   기사입력  2009/05/06 [17:28]
3월 21일 네우로즈가 끝난 후 3월 29일 지방 선거가 있었습니다. 지방 선거는 쿠르드족 정당(DTP)의 대성공이었습니다. 애초 목표로 했던 100개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56개였던 DTP 소속의 지자체 수를 98개로 늘렸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중, 디야르바크르 수르(성 내부 지역 구시가로 우리의 구에 해당)의 시장 선거 운동 에서 집권 여당(AKP)의 시장 후보가 엄청난 돈을 뿌리고, 이도 부족해서 일천 명이 넘는 경찰관들 주소를 이 지역으로 옮기려 시도하는 등 부정 선거운동이 도를 넘어갔습니다.
 
이에 독일, 네덜란드 친구들과 함께 '국제 기자단'을 꾸려서 국제사회가 이들의 선거운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인터뷰를 사칭' 하여 AKP 시장 후보를 방문하였습니다. 이 여당 후보는 그들이 벌이고 있는 불법 선거를 부정하지 않더군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게 뭐가 나쁘냐?, DTP가 폭력을 사용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관들이 필요해서 그랬다.’는 등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그가 말하는 폭력은 동네 꼬맹이들이 그의 차량에 던지는 돌맹이가 전부였습니다. 그의 유세 차량이 거리에 나타나면,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 정부의 탄압에 대한 저항으로 동네 꼬마들이 그의 차량에 돌을 던지곤 합니다. 또한 이곳 수르 시청은 DTP소속의 전임 시장이 시정을 펼치면서 ‘다문화, 다언어 정책’을 추진했다는 이유로(터키 헌법에는 터키에는 하나의 민족과 하나의 언어만이 존재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시장 직을 상실한 후 2년간 공석으로 남아있던 곳입니다. 터키 선거법에 의하면 시장 유고시 6개월 이내에 재선거를 실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 쿠르드족 단식천막 광경     © 아쉬티
 
DTP 소속의 시청이 일을 못하는 사이 집권 여당(AKP)은 이 지역에 엄청난 돈을 뿌리면서 시청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디야르바크르에서 만약 AKP가 시청 한곳을 차지하게 된다면 이곳 수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AKP의 부정한 선거운동이 도를 넘어서면서 그간 정치에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잠시 접고서 선거에 간접적인 도움을 주기로 한 것입니다. 선거 결과는 결국 전임 시장인 '압둘라 데미르바쉬'가 재출마하여 당선되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습니다만, 운동 기간 중에는 상당한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 수줍어 하는 쿠르드족 소녀     © 대자보
이를 계기로 DTP가 조직한 국제 선거감시 팀의 일원으로 결합하게 되었고, DTP의 요청으로 선거 참관인으로 츠나르라는 조그마한 소읍으로 선거 감시를 위해 가게되었습니다. 이곳은 2년전 의회 선거에서 DTP 지지 성향이 강한 마을의 주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터키 군이 마을 주민들의 이동을 원천봉쇄하기도 한, 군부의 선거개입이 극심한 곳으로 처음 도착하여서는 상당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군부와 충돌하여 추방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간 군부와 행정부간의 거듭된 권력싸움으로 군부에서 이번 선거는 아예 방치하다시피 하였습니다. 물론 군과 경찰을 상대로 한 부재자투표는 거의 100% 집권여당이 나왔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한 경찰서의 투표소에서 DTP를 찍은 표가 3표가 나왔습니다, 제가 '그 3표가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고 했더니 '100%가 나오면 강제 투표라는 사실이 드러날까 투표소의 선거 관리자 3인이 DTP에 표를 던졌다'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사실 이번 선거감시단은 DTP에 의해서 조직되었기에 국제적인 선거감시단의 지위를 갖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투표장을 직접 방문하여 선거 과정을 감시하는데 터키 군과 경찰 그리고 선거진행을 담당한 공무원들로부터 단 한차례를 빼고는 어떤 방해나 저지를 당하지 않았었습니다. 변호사와 함께 비상대기를 하면서 잔뜩 긴장했다가 오히려 허탈해져 버렸던 상황이었습니다. 한 마을 주민은 군부대 앞을 지나가면서 이런 농을 던졌다고 합니다. “당신들 이번 선거에서는 왜 우리 마을에 오지 않는거요?”
 
하지만, 아그르 주의 한 도시에서는 DTP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 같자, 경찰이 폭력을 사용하면서 개표를 방해하고 터키 정부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조처를 취해서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 지역에 파견되었던 선거감시단은 선거과정을 전혀 감시할 수 없었고, 이 과정을 모두 기록해서 국제사회에 보고하는 활동을 하였다는 소식을 나중에 참여했던 친구로부터 들었습니다.

▲ 춤추는 쿠르드족 집회참가자들     © 아쉬티
 
걱정했던 츠나르와 같은 지역에서는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사고가 터졌다고 제가 한탄조로 이야기를 하자 쿠르드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던 독일인 활동가가 그러더군요. 아마도 터키 정부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 같다. AKP가 차지하기 힘든 곳이나 수르와 같이 관심이 집중된 곳에서는 선거 결과를 물리적으로 조작하기 위한 시도를 포기하고 일부 지역에 집중한 것 같다는 설명이었습니다.  5년전 지방 선거에서는 엄청난 수의 투표용지가 쓰레기장과 계곡에 버려진채 발견되는 등 광범위한 투표 조작이 있었습니다.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서는 터키에서도 일정정도 민주주의의 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직후에 쿠르드 노동자당(PKK)의 설립자이자 게릴라 지도자인, 지금은 감옥에 갖혀있는 압둘라 오잘란의 생일이 이어졌고, 그의 고향 마을에서는 선거 승리에 도취되어 조금 과한 집회가 열렸었나봅니다. 군이 시위 진압과정에서 시위대를 정조준하여 최루탄을 발사하는 바람에 두명의 젊은이가 사망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쿠르드족은 이 마을을 방문하는 대규모의 집회를 조직하였고, 군과 경찰은 이들의 방문을 원천봉쇄 하였습니다. 많이 접한 광경과 비슷하죠? 

▲ 터키 깃발 아래서 승리를 자축하는 쿠르드족     © 아쉬티

이 일이 있은 후 이란 국경지역의 게릴라들이 터키군을 습격하여 12명의 터키군을 사살하는 복수극을 진행하였고, 디야르바크르 주의 지방도시인 리제 지역의 산악지역에서도 게릴라의 습격으로 8명의 터키군이 사살당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군과 경찰은 터키 동부지역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탄압을 강화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었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경찰의 주요 목표물이 되었고, 많은 청소년 부상자들이 나왔습니다. 미성년자 탄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지만 터키 정부는 들은척도 하지 않더군요. 이 역시 어디 상황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곳 디야르바크르에서만 51명의 DTP활동가들이 구속되고(쿠르드족에 대해서는 뭐든 갖다붙이기만 하면 곧바로 구속이 됩니다. 이 역시 어디 상황과 비슷합니다.) 전국적으로 200~300명 사이의 DTP핵심 활동가들이 구속이 되었고, 지금도 이 구속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분히 선거 결과에 대한 신경질적 보복으로 보입니다.
 
마침내 DTP는 ‘이제 그만’이란 구호를 내걸고서 이곳 디야르바크르의 한 공원에서 어제와 오늘 1박 2일간의 단식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각 시청의 시장들과 주요 단체의 지도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단식에 합류하였고, 이곳 디야르바크르 시민들은 이들을 지지방문 하면서 농성은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 아예 농성장을 주말 나들이 장소로 선택한 가족들도 보였고, 공원의 잔디밭에 멍석을 깔아놓고(장소가 장소인지라 음식을 먹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차를 끓여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몇 장의 집회 사진을 첨부합니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습니다.
조만간 다시 소식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쉬티 드림
* 글쓴이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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