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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민정 '고통분담' 실효성 의문…민노총 강력반발
합의 내용 각기 해석 달라…비정규직·최저임금 등 불씨 여전
 
권혁률   기사입력  2009/02/23 [18:20]
정부와 한국노총, 경총을 비롯해 종교계와 YMCA 등이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진통 끝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 타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내용이 추상적이고 정부대책에 새로운 것이 거의 없어 효과가 의문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임금 '삭감' 대신 '절감’으로
 
23일 발표된 노사민정 합의문의 주요 골자를 보면,
 
○경제위기 극복기간 동안 노동계는 파업을 자제하고 임금동결·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한다
○경영계는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자제해 기존의 고용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
○특히 대기업은 사내하청·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적극 지원한다
○정부는 노사의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유지·나누기 노력을 적극 지원하며,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임금소득이 감소된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방안도 강구한다
○노사정은 양보교섭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시민사회는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며, 정부와 국회에 위기극복에 필요한 재원확보를 촉구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 반발…“이벤트에 불과” 비판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와 사, 정부와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한 걸음씩 양보한다는 면에서는 고무적이지만 실제 합의문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자칫하면 ‘이벤트’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노와 사, 정부가 제각기 편리한대로 해석함으로써 실질적 효과가 미약할 것이라는 우려는 선언문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과정에서 대표자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는 데서부터 흘러나왔다.
 
이 자리에서 ‘임금 삭감’과 ‘절감’이 어떻게 다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은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노동자들이 고통분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즉각 말을 받았다. 장 위원장은 “경영여건이 어려운 사업장에 한해 임금동결과 일시적 반납을 할 수 있으며, 개별 사업장에서 무분별하게 임금삭감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원칙을 정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또 “잘 되는 기업까지 임금삭감을 하는 것은 안 되며, (임금동결이나 절감 등은)기업여건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한국노총 차원에서 임금인상 지침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수영 경총 회장은 “노총과 경총 모두 올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 않기로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밝혀 올해 임금교섭이 개별 기업의 실정에 따라 진행된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노사민정 합의에 대해 즉각 성명을 내고 “노사의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유지 및 나누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노동자의 임금동결·반납·절감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고통전담만 있고 사측은 임금삭감에 덧붙여 오히려 세제지원을 받고 각종 정책자금 지원 등 경영, 금융상 각종 지원사업의 우대를 받게 되어 있으며 심지어 법정 기준 미만의 휴업수당 지급도 허용되고 있다”고 바난했다.
 
한마디로 “기업에는 지원만 있고 노동자에게는 고통전담을 강요하고 정부에는 면죄부를 줬다“는 주장이다.
 
◈“이행점검단 통해 내실 확보할 것” 
 
이 같은 우려를 차단하고 합의문의 효과를 실제화시키기 위해 노사민정 대표자들은 ‘합의사항 이행점검단’을 비상대책회의 산하에 구성하기로 했다. 또 국무총리실에서 정부 각 부처의 실천사안을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점검단을 민간 위주로 운영해 정부와 사측의 합의사항 실천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이미 내놓은 경제위기 극복대책 이외에 뚜렷한 추가대책을 내놓은 것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이 요구한 31조 원 가운데 절반 정도를 올해 추경예산에서 확보하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번 노사민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 등 당면 현안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노사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노동계의 또다른 축이자 노사관계에 파급력이 막강한 대기업 노조가 중심인 민주노총이 이번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노사관계 현장에 미칠 파급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결국 이번 합의에서 노동계는 ‘해고 자제’라는 추상적 성과를 얻어내는 데 그쳤지만 경영계는 ‘파업자제’와 ‘임금동결·반납·절감’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얻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이번 합의가 성과를 낼지 여부는 결국 정부가 고용유지와 근로자 소득보전을 위해 얼마나 추경을 편성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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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2/23 [18: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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