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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을 위한 연구비 지원에 문제는 없는가?
[고발] 자의적인 연구비 지원에 신청학자들 분통, 재단 ‘정상지급’ 주장만
 
김영조   기사입력  2006/07/07 [12:40]
학자들은 학문연구가 자존심이다. 이들에게서 학문연구를 빼앗아가면 그들의 삶은 아마 끝나는 것일 게다. 또 학자들의 학문연구는 세상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따라서 학자들을 위한 연구비 지원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의 연구비 지원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연구비를 타기 위해 별별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연구비 지원은 주로 정부기관이다. 또 정부기관 외에 민간단체도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학술재단이다. 학술재단 중 "ㅅ" 재단도 해마다 학술연구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인문사회학 전분야에서 26과제를 지원받았다. 과제당 연구비 지원금액은 1천만 원 이내이며, 연구수행 기간은 2005년 4월 1일부터 2006년 1월 31일까지 10달 동안이었다.

연구비 지급은 선정 후 1차로 지원액의 30%, 2차 중간보고서 접수, 검토 후 30%, 3차로 연구결과보고서 제출 후 심사에서 가(可) 판정을 받으면 나머지 40%를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급은 소속대학 총장을 거치고, 연구비 관리는 소속대학 연구지원 부서에서 관리하게 했다.

그런데 최근 이 재단의 연구비 지원사업에 문제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학자들이 2005년 신청하여 착수금을 받아 연구한 뒤 결과보고를 했는데 3달이 돼서야 겨우 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통고도 없이 지금이 미뤄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재단의 2005년 연구비 지원사업에 참여한 학자들은 총 26명이다. 그런데 이중 누리편지 주소(이메일)가 확인되는 학자 13명에게 누리편지를 보내 연구비 수령 여부를 확인했다. 이중 답변을 보내준 학자는 6명이었다. 6명 중 3명은 문제없이 받았다는 답변이었고, 오히려 친절하게 지원해준 학술재단에 고맙다며, 칭찬을 해줘야 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2명의 학자가 아직 받지 못해서 대신 지급한 비용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더구나 왜 지급이 안 되는지 여러 번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논문이 문제가 있다면 보완을 요구해야 하는데 그런 얘기도 없다고 한다.

"가" 대학의 아무개 교수가 재단에 문의를 여러 번 한 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재단 내부 사정으로 심사가 늦어졌고 이에 따라 연구비 지급도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심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연구비를 지급할 예정이며, 4월 말이나 5월 초에는 지급이 가능할 것이다. 단 잔여 연구비 지급은 논문 심사를 통과한 연구자에 한한다."

하지만, 이 학자는 무려 5달 이상이 지난 7월 초 현재까지 아무런 통보없이 연구비 지급이 안 된 상태이다. 또 "나" 대학의 아무개 교수는 3달 가까이 되어 받았지만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며, 그 재단에는 다시 지원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다음은 그 학자에게서 받은 누리편지의 전문이다.

"물론 저도 곤욕을 치렀습니다. 연구활동을 위해서 우선 제가 은행에서 마이너스로 차입하여 집행했으나, 결과보고를 한 후 3달 가까이나 돼서야 나머지가 집행되었습니다. 정말 외상값(?)달라고 소리칠 수도 없고, 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자존심이 심히 상했습니다.

한번 선택되면 5년 이내에는 다시 신청을 못 하게 규정지어 놓았지만, 다시는 그 재단에게 쥐꼬리만한 돈도 달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늦으면 왜 늦는지, 언제 지급되는지 정도라도 알려 주었으면, 자존심은 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정도라고 배려했으면 마음놓고 기다렸겠지만, 아무 말이 없었었습니다. 교수들이 돈에 약하니까 완전히 무시하는 것인가 봅니다. 다음 연구자들에게는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 말기를 거듭 부탁합니다."

동 재단에게 확인차 팩스로 질의서를 보냈다.

"그런데 최근 들리는 말로는 귀 재단의 연구비 지원사업에 신청했다가 연구비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2명의 연구자가 결과보고를 한 뒤 몇 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아직 연구비를 지급받지 못했고, 또 한 사람은 받기는 했지만 3달 정도 기다린 끝에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본 기자는 귀 재단의 명확한 답변을 듣고자 합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서로 대화부족 탓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이에 대해 재단의 담당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지원 신청한 사람은 다 지급했다. 심사기간이 있는 것이고, 아직 지급받지 못했다면 그건 논문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애써서 지원해주고 뒤통수 맞는 격이다."

물론 서로 의사소통이 명확하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논문을 제출하고 반년 가까이 결과가 없다면 이건 문제이다. 또 논문이 문제 되었다면 그걸 분명히 해야 했을 것이다. 학문연구가 척박한 나라인 한국에서 그나마 일부 생각있는 기업가가 학술재단을 설립하고, 지원하는 연구비 지원사업에 이런 불협화음은 이제 일어나지 말기를 학자들은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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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07 [12: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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