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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최문순 사장, 그 기백 어디갔소!
[비나리의 초록공명] '황우석 게이트' 진실규명, 최문순사장 결단에 달려
 
우석훈   기사입력  2005/12/15 [16:17]
1. 궁금해, 정말 궁금해...
 
피디수첩은 가끔 보는데, 참 어느 방송 프로가 지금처럼 보고 싶어진 적은 정말 내 생애에 마징가제트 이후로는 처음이다.
 
왜 보고 싶으냐고? 궁금하다는 건 사람의 원초적 본능이다. 호기심천국 보다 백 배는 더 호기심을 당겨놓고 방영을 안 하니까, 점점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2. 왜 방영은 안하는 거야?
 
누가 피디수첩의 방영을 막고 있는지가 이젠 더 궁금해졌다. MBC 정관의 해석을 부탁했더니 프로 방영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시사교양국장이다. MBC 스페셜, PD 수첩, 100분토론을 포함해 아주 특별한 아침까지 이런 프로에 대해서는 시사교양국장이 방영 여부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책임도 전적으로 가지고 있다. 시사교양국장이 그럼 방영을 막고 있는거야?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전해들은 바로는 시사교양국장은 방송을 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MBC라는 시스템의 의사결정은 조금 이상하다. 제작자는 방송을 하고 싶어하고, 방송을 결정하는 결정권자도 방송을 하고 싶어하는데도 방송을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방송을 막고 있는 것인가?

나는 MBC의 더 높은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이름이라도 아는 사람은 최문순 사장 밖에는 없다.
 
3. 카메라 출동과 최문순
 
최문순 사장이라는 이름보다는 아직도 카메라 출동을 만들었던 스타 방송인이었던 피디 최문순이 더 익숙하다. 두둥둥하는 시그널과 함께 카메라가 움직이는 인트로로 시작하였던 “카메라 출동”, 바로 그 새 길을 열었던 사람이 최문순 사장이다.
 
최문순 사장은 피디들의 세계만이 아니라 카메라 출동을 보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옛시절의 스타 중의 스타인 사람이다. 
 
▲위기의 MBC, 이제 정면돌파 밖에 없다. 최문순 사장의 결단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MBC 홈페이지
MBC 노조의 간판 스타로 손석희를 사람들이 기억하듯이 그보다 먼저 카메라 출동으로 군사정권 시절의 어두웠던 인권 유린의 현장을 뛰어다녔던 그 꽃같이 빛났던 사람이 최문순이다.
 
예전에 피디수첩보다 더 깝깝하고 암담했던 시절에도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였던 최문순 사장. 이 사람이 피디 수첩의 방영을 막고 있다? 잘 연상이 되지 않는다.
 
사태의 절차는 최문순 사장의 생각인가 아니면 그도 어쩔 수 없는 또 누군가가 있는가?
 
4. 피디수첩의 메타 텍스트
 
어차피 진실은 이기게 되어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덮자고 하는 사람이 있고, 피디수첩에 있을 내용은 이미 다 알려진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군가가 사실은 진짜 비밀이다. 난 한 명은 알고 있다.
 
피디수첩이 재밌는건 피디수첩 안의 내용도 진실이고, 피디수첩을 둘러싸고 방영을 막고 있는 사람도 또 다른 진실이고, 피디 수첩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진실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후기 구조주의 철학에서는 이런 구조를 “메타 텍스트”라고 부른다. 정말 재밌다.
 
5. 최문순 사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문제의 요지는 MBC 시사교양국장의 결정을 부당하게 가로막고 있는 MBC 최문순 사장의 개입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와 이게 최문순 사장의 뜻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의 뜻인지에 관한 얘기이다.
 
MBC가 피디수첩을 조속히 방영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은 청와대와 그 안의 젊은 모사꾼들을 쳐다보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다음 주에도 피디수첩이 방영하지 않는다면 황우석 게이트는 이제 MBC를 넘어 최문순 사장에게 집중되고,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누가 피디수첩 사건의 최종 모사꾼이었는가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황우석 게이트에서 이름이 자연스럽게 피디수첩 게이트로 바뀌게 될 것이다.
 
가장 쉬운 해법은 최문순 사장이 “카메라 출동”의 시절에 가졌던 용기를 회복하면 된다.
 
지금의 사건은 “국익”으로 우롱당한 순수한 국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아직은 최문순 사장이 결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의 용기를 기대한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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