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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대한 안과 밖의 상반된 평가
국내 언론과 경제전문가는 각성하라!ba.info/css.html'>
 
최용식   기사입력  2002/11/13 [15:41]
{IMAGE1_LEFT}우리 경제는 1980년에도 아주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었다. 극단적인 보도통제로 국민들은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쳤지만, 이번에 겪은 환란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했었다.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 역시 아직까지 그 실상을 거의 모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무렵, 나는 한국경제와 관련된 외신을 종합하여 보고하는 일을 해야 했었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발견하곤 쾌재를 불렀던 적이 있었다. 비록 일류로 대접받는 언론은 아니었지만, 한국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가 지면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이 잡지를 긴급 공수 받아 그 내용을 정리하여 보고했다. 칭찬을 기대했으나, 그 잡지의 해당 지면을 우리 정부가 산 사실도 모르냐는 핀잔과 공연히 돈만 낭비했다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시 국내 언론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모든 신문들이 국제면을 크게 할애하여 비중 있게 다뤄주었고, 방송들은 더욱 열광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보도행태도 이미 예정되어 있었는지 모르지만, 국민들 역시 이런 기사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절망적으로만 보이던 시대였기 때문에 비록 조작된 희망일지라도 환영을 받았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내 눈에는 비쳐진 것이다. 어쩌면 국민들의 이런 심리를 당시 정권이 적절히 이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론이 다소 장황했지만, 지금 국내 신문언론의 어이없는 보도행태들을 보고 있자니 옛 일이 새삼스럽게 기억났다. 그 때 그 신문들이 지금은 어떤 짓을 하고 있느냐를 생각하면 한 숨만 나올 뿐이다. 국내 신문의 양심을 최후까지 지켜줄 보루라고 여겼던 한겨레신문마저 어이없는 보도를 간헐적으로 하고 있어서, 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만 들자면, 지난 11월 11일 경제면은 '단말기 중국시장 한국산 프리미엄 완전히 사라졌다'는 기사로 1면을 거의 다 채웠다. 중국경제 때문에 한국경제가 큰 일 났다는 투였다.

만약 이 기사가 사실을 전달하여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중국경제가 어떻게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도 함께 다뤄줘야 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경제의 성공은 경제특구의 지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북한이 경제특구를 지정하려는 것도 중국의 성공에 자극 받은 것이다. 이 사실을 한겨레신문이 알았다면, 경제특구법 제정을 반대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점잖게 훈계해야 했다. 노동조건 등을 악화시키는 법이 아니라, 실업률을 더욱 낮추고 임금도 상승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이다. 노동자보다 더 약자인 실업자들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이다. 훈계는 하지 않더라도 부정적인 보도라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중국은 경제특구 지정에서 더 나아가, 국영기업을 대부분 퇴출했거나 민영화했고, 그 대신에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오늘날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한겨레신문은 민영화를 반대하고 국부를 유출시킨다는 비난에 앞장 설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진보를 추구한다지만,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마저 민영화와 외자유치에 앞장서고 있는 현실이라도 직시해야 했다. 중국 때문에 한국경제가 큰 일 날 것처럼 떠들기 전에 말이다. 최소한 중국과의 무역수지라도 먼저 들여다보았더라면, 그처럼 자극적인 기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겨레신문의 보도행태는 그래도 다른 신문에 비해서 아주 양호한 편이다. 조중동은 엉터리로 판명나더라도 사과는커녕 정정 보도조차 하지 않으며, 심지어 거짓이 명백한 보도마저 일삼고 있다. 이런 보도를 바탕으로, 현 정부가 총체적인 경제실정을 저질렀고 그래서 한국경제가 내일 곧 무너질 것처럼 조중동은 지금까지 줄곧 떠들어 왔다. 그런데 어쩌랴, 경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특성을 지녔으니 말이다.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면 경제성적도 나빠야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니, 국내 신문언론의 국제망신은 꼴이 아니게 되었다.

우리가 이룩한 업적은 우리가 자랑스러워해야 하는데, 우리는 스스로를 꾸짖고 비관하고 저주하기에 바쁠 뿐이다. 우리의 업적을 질투하고 시기하고 견제해야 할 다른 나라 언론들만 오히려 칭찬하기에 바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를 찬양할 필요가 없는 해외언론은 오래 전부터 침이 마르도록 한국경제를 극찬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8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이 A등급으로 회복된 뒤에는 더욱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들만 따져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이다. 국내언론이 외면하고 있어서 국민들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

우선,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는 일찍이 3월 21일 "일본 정부는 한국의 금융위기 극복을 배워야 한다"면서 "일본의 제자였던 한국이 이제 일본의 스승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5월 9일에는 "역내 어느 나라보다 구조개혁에 충실하다"라고 보도했고, 5월 10일에는 "한국은 기업 및 은행들이 건전성을 회복하고 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데 반해, 일본은 여전히 부채와 부실채권의 늪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5월 15일에는 "한국은 세계의 디지털 실험장"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8월 10일에는 "한국경제를 회생시키고 변화시킨 한국의 소비자들"이라는 기사에서 "한국 은행권의 대출문화의 변화 즉 기업대출 위주에서 가계대출 위주로의 전환은 IMF 위기를 극복한 핵심요인이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경제회생이 일본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10월 25일 기사에서는 "점점 더 많은 논평가들이 일본 정부에 대해 한국식 개혁모델을 따를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도 5월 6일 "경제분석가들은 개혁에 대한 비교적 강한 정치적 의지와 국가적 합의를 들어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5월 8일에는 "성공적인 구조개혁으로 전망 밝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7월 24일 "한국경제, 일본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이라는 기사는 "아시아 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일본경제보다 훨씬 더 유연한 모습으로 바뀌었고, 수출과 내수 사이의 균형이 잘 이뤄지고 노동시장도 훨씬 더 유연해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10월 14일에는 "앞으로 세계의 경제성장을 선도할 나라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10월 28일자는 "한국경제는 강력한 성장동력을 지녔다"는 한 저명한 경제전문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는 5월 4일 "오랫동안 일본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한국이 아시아 경제발전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에이타임즈(LA TIMES)는 6월 3일 "해외에서 더 빛을 발하는 김대통령의 영예"라는 기사를 보도했고, 로이터(REUTER)통신도 7월 25일 "한국은 개혁에 있어 가장 큰 진전을 보여왔다"고 보도했다. 6월 20일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AR EASTERN ECONOMIC REVIEW)는 "세계 통신업계의 미래가 한국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SIAN WALL STREET JOURNAL) 역시 9월 5일 "한국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4월 10일 "한국은 철저한 개혁에 의한 창조적 파괴를 통해 아시아 경제의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新聞)는 6월 12일 "일본 은행개혁, 한국보다 늦다"면서 일본 정부의 지도력 결여를 탓했으며, 7월 23일자는 "한국경제의 부활, 일본보다 빠르고 힘차다"면서 "한국은 경제위기로 재벌 및 은행들이 파산한지 5년만에 혹독한 구조개혁을 거쳐 다시 태어났고, 단기간에 개혁을 단행한 기업들은 차례로 세계 수위로 약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세계주보(世界週報)도 "한국의 성공에서 배우는 IT입국으로 가는 길"을 실었다.

이코노미스트(THE ECNOMIST)는 7월 5일 "적정한 경제모델을 찾고 있는 많은 동아시아의 기업들과 정치가들은 한국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겪었던 금융개혁 등의 고통과 노력의 과정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즈(THE TIMES)는 9월 24일 "한국의 놀랄만한 경제회복 사례는 경제개혁 가망이 희박해진 독일과 일본에 교훈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IMAGE2_RIGHT}해외언론의 압권은 아무래도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 6월 10일자 커버스토리와 파이낸셜타임즈의 10월 29일 한국경제 특집을 꼽아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한국경제의 놀라운 변화"라는 기사와 함께 김대중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고, "한국의 놀라운 발전"이라는 사설까지 함께 실었다. 파이낸셜타임즈도 4면에 걸쳐서 전윤철 경제부총리의 인터뷰를 포함하여 "田부총리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 "한국, 아시아 협력을 제안", "한국 구조조정의 강력한 조치들이 성과 올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모범인 한국", "구조개혁 성과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 "부실기업과 건전한 기업이 걸러지면서 변화가 지속 중", "월드컵 유산, 국가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제고" 등의 기사와 함께, 구체적인 사례로서 삼성전자와 다음(DAUM)에 관한 기사까지 덧붙였다.

해외 언론만 위와 같이 보도하는 것이 아니다. 조중동 등이 그렇게 찬양했던 마하티르도 "일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한국에서 배우자"고 말했다고 말레이시아 베르나마 통신이 10월 11일 전했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국가경제행동위원회 무타포 사무총장은 "한국의 개혁정책은 모두 옳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을 전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선언했다. 싱가폴과 태국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언론들과 리콴유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도 한국경제의 성공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대만의 유력 일간지인 중국시보(中國時報)도 10월 14일 "일본보다 한국을 봐야 한다"고 보도했고, 대만 행정원장과 재정부장까지 "요새 대만의 금융개혁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한국이 올해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6% 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부럽지 않느냐"고 국회를 다그쳤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경제인 중국마저 한국경제를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중국 정치지도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립서비스가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이 전부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접했고 생각나는 것만 모아도 이처럼 엄청난 내용들이다. 더욱이 위 보도 중 어느 것도 과거 정권 때처럼 돈으로 지면을 산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대단한 일이 아닌가! 경제정책은 성공했고, 우리 경제는 튼튼하며 미래도 밝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위와 같은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접촉한 사람들로부터 얻은 경험이다. 심지어 경제전문가들조차 까마득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약 우리 국민들이 위와 같은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았더라면,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인가! 그동안 환란을 극복하면서 겪었던 노고가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곧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현 정부가 그동안 경제를 결딴낸 것으로 오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지경으로 이끈 자들이 과연 누구인가? 이들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성공한 것을 실패했다고 국민들을 오도하면, 장차 우리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전 세계가 칭송해마지 않는 성공한 경제정책을 팽개치고, 앞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경제정책을 채택한다면, 우리 경제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언론부터 각성하고, 경제전문가들도 자성할 일이다. / 논설위원

* 필자는 21세기 경제학연구소 http://www.taeri.org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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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1/13 [15:4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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