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은 대자보 독자이신 ‘^^’님이 MBC '신강균의 사실은‘ 내부기자가 밝힌 명품제공 건과 관련, 문제의 본질과 올바른 언론개혁의 방향에 관해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귀중한 의견에 감사드리며, 다른 누리꾼들의 평가와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괴물은 괴물을 물리칠 수 없다. MBC '사실은'의 기자가 자신을 비롯한 몇 사람의 잘못된 처신을 고백하는 글이 인터넷을 돌면서 기사화되고 당사자들에 대한 문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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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내부의 치열한 상호비판으로 신망이 높았던 MBC '신강균 사실은'이 명품제공 건을 스스로 밝히는 밝히는 바람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 MBC 홈페이지 |
대학 신입생 시절에 겪었던 기억 때문일까? 나는 우리나라 언론을 그리 좋게 보고 있지는 않다. 더 솔직히 말하면 형편없는 기사에 종이 낭비라는 생각까지 한다. 이런 나의 생각이 언론 자체의 불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 입맛에 맞는 부분을 선택하거나 사실왜곡과 같은 형태를 보이는 우리나라 언론은 사실 불필요하다.
언론문제 뿐만 아니라 언론문제를 다루고 있는 시민사회운동을 보면 우려스러울 때가 있다.
'조중동'이라는 상징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중동'에 대한 집중적인 문제제기는 그들과 대립적 관계에 있는 대상에 대한 문제제기의 소홀로 나타나고 있다. 똑같은 범죄자라고 해도 금전적 차이에 따라 형벌이 달라지는 경우와 같이 편파적인 보도에서 '조중동'에 대한 성토가 개혁적(?)언론들에게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울노동연구소 하종강 소장이 말씀하신대로 노동에 관한 언론 보도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왜곡되어 있다. 노동관련 보도에서 '조중동'과 개혁적(?) 언론과의 차이는 찾아보기 힘들고 굳이 찾겠다면 왜곡과 편향의 경중에 따른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언론이라는 것이 덜 왜곡하고 덜 편향되어 있다고 해서 차악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언론개혁은 개혁적 언론(?)이나 '조중동'이나 다 같이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언론개혁이지 '조중동'에게는 성토와 개혁적(?) 언론에게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민단체나 개혁적(?) 언론의 친정부적인 면을 보고 있으면 '조중동'을 보고 있을 때보다 더 참담한 경우가 있다. 그것은 정부와 열우당 및 자기 내부의 문제를 향한 비판이 '조중동'에게 휘두르는 칼날보다 무뎌지는 경우다. 그것은 결코 개혁일 수 없으며 조금의 전진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영화 '반헬싱'에서 반헬싱이 드라큐라를 제거하기 위해서 늑대인간이 되는 것은 단지 영화일 뿐이다. 영화처럼 늑대인간이 드라큐라를 제거하고 인간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은 결코 현실속에서는 넉넉치 않은 일이다.
늑대인간은 스스로 치료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인간이 되기를 거부할 것이다.
잘못된 언론개혁운동이 뿌려놓은 씨앗은 '조중동'을 해체시키는 것보다 더 거둬들이기 힘들 것이다. 개혁을 부르짖던 자들이 자기합리화를 위해서 내놓는 '개혁은 힘들다'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여야 할 것이다.
조중동과 수구세력을 성토한다고 해서 '사실은'이라는 프로그램에게 보냈던 개혁적인(?) 분들의 성원은 문제 발생 이후에도 계속될 것 같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면 "MBC와 '사실은'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구나 아무도 모를 그 사건을 밝힌 이상호 기자에게는 기립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그동안 '사실은'이 만든 어떤 프로그램보다 더 큰 걸작임을 인정한다."라는 부분이 있다.
근데 내 생각에는 박수를 보내야 할 곳은 따로 있다. 물론 부정한 자의 양심고백은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그런 기립박수는 삶의 안위를 버리고 양심이라는 부름에 충실했던 내부고발자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나는 '사실은'의 문책중에 어느 정도의 문책인지 알 수 없지만 내부고발로 인해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우리들의 기립박수를 굳이 '사실은'의 그 기자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일까?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감추지 않고 드러낸 그 기자에게 매몰찬 비판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 기자에게 기립박수를 쳐줄만큼 우리 사회가 양심을 걸고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에게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기자는 MBC와 '사실은'이 보여준 모습이 밝아진 사회모습을 반영이라도 하는 냥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설레발을 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이런 기립박수는 적절한 비판을 보여준 후에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 기자에게는 '사실은'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칭찬의 대상인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실수로 간주되고 실수에 대한 인정은 상식이 되지 못하고 칭찬으로 귀결된다.
부적절한 식사를 함께 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언론인의 부족한 윤리의식인 것이다. 내 편의 잘못은 실수지만 상대의 실수는 잘못이라는 구조속에 과연 언론이 바로 설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은'의 광 팬이라는 신분으로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으로서 기사를 쓴다는 의식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런 기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조중동의 큰 해악 앞에 이번 기사의 잘못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바른 언론으로 가는 길에 똑같은 걸림돌인 것은 사실이다.
비판의 칼은 피아구별이 없어야 한다. 나에게는 무딘 칼을 상대에게는 레이저 광선검을 드리대는 것이 언론이라면 나는 언론 자체의 불필요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언론은 그것이 아니기에 '조중동'에게 집중되어 있는 잘못된(내 편 감싸주기식) 언론비판은 분명 수정되어야 한다. 괴물은 괴물을 물리칠 수 없다. 또다른 괴물의 확산은 괴물을 물리친 것이 아니다. / 독자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