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은 21세기경제학연구소 최용식 소장의 "조중동의 '경제위기'론, 과연 위기인가?"라는 기사에 대해 대자보 독자이신 '이거...'님이 비판글을 올렸습니다. 본문에 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가와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먼저 이 글을 쓰는 본인은 경제학에 관련된 전문 지식이 별로 없는 평범한 교양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이라는 사람의 글에 이렇게 답글을 달게 된 이유는 첫째로 제 상식에서 판단하기에 너무나 판이한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 학문 분야에서 상식과는 전혀 다른 진리들이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현상들을 보다 합리적이고 설명할 수 있는 발상으로서 설명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적어도 그 대전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수긍이 가는 이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용식 소장(이하 경칭 생략)의 글은 읽을수록 의문이 들고 아리송해지기만 하는군요.
둘째, 최 소장의 글 자체가 아주 '억지' 수법을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주장의 요지와 조금 무관하며, 최 소장의 필력이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설득을 위한 근거와 자료의 제시 방법은 보다 많은 사실을 보다 통합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러 요소들이 자신이 제시한 이론을 통해 보다 쉽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 소장의 글은 경제를 주특기로 사는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사실들을 조각조각으로 분해하여 단편적인 주장들을 펴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법은 흔히 별로 합리적이지 않은 전체 흐름을 부분적인 진실 제시를 통해 관철시키려 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인 3.8%를 기록했던 2001년, 두 분기나 연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연간 성장률도 3.1%에 불과했던 2003년 등의 시기에는 경제가 위기라는 보도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연초에는 7%만 성장해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8.5%라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2000년의 하반기, 7.0%를 성장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2001년의 하반기, 지난해 4/4분기에 전기대비 성장률이 연률 11.2%를 기록하여 경기가 빠르게 상승한 직후인 올해 상반기 등의 시기에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졌다.- 최용식 소장 글 중에서" 최 소장은 이러한 주장을 당당하게 자신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보통 경제 이론이라면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걸치는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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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한국경제의 실상을 빨간신호등에 비유한 어느 네티즌의 사진. U턴 표시가 마치 하락하는 한국의 경제지표를 가르키는 것 같아 씁쓸하다. ©네이버 이미지 검색 |
최 소장의 글만 재구성을 해보면 2000년 하반기에는 8.5%의 경제 성장을 했으나 2001년에는 (상반기에는 죽을 쑤었기 때문에) 하반기에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인 7%를 기록했으나 2001년 전체로 보아서는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인 3.8%를 기록했습니다. 2003년에는 4/4분기에 11.2%의 빠른 상승을 보였지만 연간 성장률은 고작 3.1%에 지나지 않았지요. 올해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 소장이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보도' 타령을 하는 것으로 보아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별로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상하게도 최 소장이 제시한 경제 성장의 시기는 매년 하반기에 집중되어있고, 하반기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연간 경제 성장률은 별로였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하반기, 혹은 4/4분기하면 정부의 업적을 위해 경제 성장률을 맞추느라 쓸데없이 도로 공사하고 여기저기 돈쓰는데 정신없던 한심한 행정이 먼저 생각나는데 이점에 대한 최 소장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혹시 "경제 성장 - 겨울을 노려라!" 같은 저서를 준비해보심은 어떤지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최 소장은 이것이 하반기에 잘나갔는데 상반기마다 언론이 비관적 전망을 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다시 떨어졌다고 주장하시겠지만,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당장의 경기 활성화 속에서도 언론이 비교적 정확한 추측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당장의 경기 활성화가 경제 성장률의 업적을 노린 단기부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지.
다음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그 폭은 0.25 - 0.5%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서슴없이 했었다고 말하는 최 소장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습니다. 0.25와 0.5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습니다. 참고로, 2003년 미국이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5%씩 조정했었는데 그 것은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의 증가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0.5%의 '미세' 조정은 석유를 잔뜩 가지고 있는 한 나라와 전쟁이 날지도 모르?불안함을 상쇄시킬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수치일 뿐일까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최용식임을 감안하여 한가지 지적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하나의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로 지속되고 있음을 깨닫고 그에 대한 본격적 문제제기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외환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청년 실업자들은 (그리고 사회적 시각은) 최초에 스스로의 무능력을 탓하거나 운이 없음을 탓하고 개인적으로 실업 상태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청년 실업자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의제라는 점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최 소장도 인정했듯이 언론이 안좋은 시기를 골랐든 아니든 현재에도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하고, 이것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서 다루어져야 할 사안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언론의 발표 시기를 탓하기보다는 청년실업이 어째서 심각해진 이후 고작 3년만에 거대한 사회적 의제로 상정되었는지를 연구해보시는 쪽을 권합니다. 산업공동화와 설비투자 문제는 한번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산업 공동화라는 단어를 경제학자답지 않게 아주 자의적으로 해석하시는 모양입니다. 당장 공장을 뜯어 딴 데로 이사가거나 어제까지 있던 것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더 이상 발전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더 이상의 설비투자를 중단한 채 현재의 생산라인만 활용하여 뽑을 수 있는 만큼 뽑고 그 다음 정리하는 순서를 거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설비투자의 감소는 산업 공동화의 진행형으로 보아도 무방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설비투자에 관한 부분은 이 글의 백미인데,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최 소장이 이렇게 형편없는 글을 쓰는 것은 앞으로 좀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체감지표와 경기지표의 차이가 클수록 훌륭한 것이라는 주장도 썩 와닿는 말은 아닙니다. 올해 제가 살기 정말 피곤했는데 그로 미루어보아 국민 행복 지수는 한 100% 쯤 성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득에 관한 문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우니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주십시오. 올해 소득이 감소한 가구가 40%이며 증가한 가구는 10%대 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계 부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소득이 늘었으면서 소비와 저축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모양입니다. 최 소장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국민들 자력 갱생에 대한 꿈과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어설픈 논리를 주장하기 위해 국민 경제 주체들의 판단을 일거에 무시하면서 오로지 보수 언론에 한국 경제가 매여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내국인들을 한낱 어중이 떠중이 집단으로 비하하는데 정신이 없는 셈입니다. 자식들이 굶어죽는 걸 보면서도 밥 한끼 제대로 못먹여준 피눈물나는 부모가 엄존하는데 돈이 있으면서 안쓴다고 국민들을 질타하는 대범한 모습까지 보여주십니다.
그렇다면 최 소장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경제부 기관지를 만들어 전국민에게 돌립시다. 조중동이 자전거, 선풍기 경품줄 때 오토바이, 에어컨 돌리고 신문용지에 흑백판으로 찍어낼 때 올칼라 비닐코팅 신문 찍어서 국민들에게 돌립시다. 예산이 1조가 들든 10조가 들든 무슨 상관입니까. 언론만 장악하면 경제 성장이야 한순간일텐데요.
혹시 헌법을 바꿔야 한다면 국민투표라도 합시다. 제가 직장 때려치고 법개정 투쟁에 나서겠습니다.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경제 좀 성장시키자는데 설마 통과 안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