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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심보다 국방의무 우선' 선고
13명중 7명 유죄선언, 시민단체 ‘양심의 자유’ 요구 및 입법활동 거세질듯
 
김주영   기사입력  2004/07/15 [16:49]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유무죄 논란이 계속되온 가운데,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길거리로 나선 양심적 병역거부 홍보 장면     ©대자보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15일 양심에 따른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 대해 상고심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2심에 계류중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유죄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고, 헌법상 기본권 행사는 타인과 공동생활을 영유하면서 모든 기타 법질서에서도 이탈해서는 안된다”며 유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현역 입영을 거부할 경우 형벌 규정을 두거나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돼 있어, 병역거부자에게 대체특례를 주지않고 형벌만 주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나 비례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며 종교적인 차별도 아니다"며 법원판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했으며, 이중 7명이 유죄찬성의견을, 이강국 대법관이 한명만이 반대의견을 내고 나머지 5명은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별도의 보충의견을 냈다. 이강국 대법관은 반대의 이유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할 때에는 양심의 자유가 좀더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최모씨는 판결 선고후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현역병 입영통지를 받은 뒤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입영을 기피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지난 5월 대법원에 상고한바 있다.
 
이로써 지난 5월 21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화의 증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후, 하급심에서 계속된 유무죄 논란은 당분간은 사그라들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있어 헌법재판소가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둘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최정민 공동집행위원장은 “사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나마 이번 판결에서 무죄를 이야기하는 법관도 있었고, 보충의견도 제출되는 등 어느정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번 판례는 병역거부 운동에 있어서 전진하고 있는 인권의 시계를 반대방향으로 돌린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이 인권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민 집행위원장은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있는 상태이고, 대체복무제에 대한 입법도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이번판결로 인해 사회적인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병역거부운동은 계속될 것이다”라며 지속적인 요구를 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최정민 집행위원장은 “만약 이번 판결로 인해서 입법무에서 병역거부 문제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연구와 입법노력을 미룬다면, 그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사법부의 판단과는 다르게 입법부에서는 연구와 입법노력이 계속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연대회의의 입장과 각 사회단체의 입장을 발표하고, 헌법재판소와 입법부를 향해 ‘대체복무도입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연대회의의 기자회견은 16일 11시부터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릴 예정이다.
 


 
[성명서] 정부와 국회는 즉각 대체복무제도 개선에 나서라!

2004년 7월 15일 오후 2시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최명진 씨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라며 “양심 실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밝혔다. 또 헌법 39조 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규정을 인용하며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으므로, 종교적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자유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대회의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뜻을 표한다. 물론 국가 공동체에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 무한의 자유가 보장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면 그 실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양심의 자유는 과연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양심실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그 자유를 제한했던 방법과 정도가 타당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아무리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미 15만에 달하는 대체복무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에서 마치 병역거부자들의 양심 실현의 자유를 보장하면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재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상황 하에서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소수자들의 양심 실현의 자유야 말로 민주주의의 진정한 핵심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1명이지만 “국가형벌권이 한 발 양보함으로써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보다 더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이 제기되고 또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다”고 하여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보충의견에서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사법적인 최종판결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현행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헌법재판소가 아직 판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대회의는 헌법재판소의 조속하고도 전향적인 판결을 요청한다. 또한 사법부의 이러한 판결과는 별개로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바이다. 만약 정부와 입법부과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도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정부와 17대 국회는 즉각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을 통해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4. 7. 15.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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