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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도, 병역기피 아닌 군개혁으로¨
시민단체, 대만의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시찰보고대회 열어
 
김주영   기사입력  2004/07/15 [16:13]


지난달 21일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이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대만의 대체복무제도를 시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1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린 보고대회는 지난 5월 26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평화연대 최정민 활동가, 그리고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석태 회장이 대체복무실시 4년째를 맞는 대만을 방문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연대회의의 이번 대만 방문은 대만의 국방부 관계자,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 병무청 관계자, 시민단체 관계자, 대체복무자들을 만나 대체복무제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참관단은 이날 발표를 통해 대만의 대체복무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민간부분에서 급속히 안정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특이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참관단은 ``남북관계의 변화와 한국의 민주화 등의 요인을 감안하여 군구조 개편을 포함한 국방체계를 개혁할 것``과 이와 더불어 ``대체복무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대만은 2000년 7월부터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여, 4년째 운영하고 있다. 대만은 대체복무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는 60만명에 가까운 대군을 유지해왔던 병영국가였으며, 중국과 군사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 어떠한 국가들 보다 국가안보의 사회적 분위기가 강했다. 이러한 조건으로 대체복무제도 논의에 있어 대만의 사례가 자주 인용되고 있다.

대만의 대체복무제도, 민간에서 급속히 안정화

현재 대체복무에 대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점은 세가지 정도이다. 첫째로 대체복무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점, 두 번째로 대체복무에 신청자가 급증하여 병역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대체복무 시행 시 현역병의 보상문제 등이 논쟁의 주요한 지점들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연대회의 한홍구 공동집행위원장은 ¨제도 도입 당시 일부에서 제기되었던 우려들에 대해 대만 국방부, 입법원 국방위원회,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구한 결과, 이들은 일관되게 ``대만의 대체복무제도는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한홍구 교수는 ¨대체복무 자체가 만만치 않게 힘들고 기간도 길기 때문에 신청자가 급증하지 않았다. 또한 대만은 대체복무를 무한정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역 병력수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로 한정하고, 우선 현역병 정원을 채운 후에 대체복무 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었다¨며 대체복무의 기간과 정부의 관리로 이러한 문제점은 극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만에서 현재 시행중인 대체복무제도는 우리나라에서 훨씬 더 넓은 폭으로 이미 30년 전부터 시행돼오고 있다. 공익근무요원과 신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과 같은 형태로 2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현역이 아닌 대체복무를 통해 병역의 의무를 대신해왔다.
 
그러나 대만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종교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가에 있다. 대만의 경우 지난 4년간 종교적 요인으로 대체복무를 신청한 사람은 모두 97명에 불과하며,  이들 중에서 94명이 심사결과 종교이유로 대체복무를 인정받아 군사훈련을 면제받았다. 연대회의측은 대만시찰결과 종교를 빙자해 대체복무를 지원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경우 일반 대체복무는 현역 상비군의 복무기간보다 2개월이 연장되어 2년이며, 종교적인 이유로 대체복무를 시행하는 자는 4주의 군사훈련 없이 2년 2개월로 현역상비군에 비해 4개월을 더 복무하게 된다. 대체복무제도의 초기도입시에는 33개월로 현역에 비해 11개월을 더 복무하였으나, 대체복무 내용이 결코 쉽지 않고 대체복무자들의 헌신적인 복무와 진실된 자세 등을 고려해 복무기간을 7개월 단축시켰다. 대만정부측은 장기적으로 복무기간을 현역과 동일하게 할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홍구교수는 ¨한국에서는 대체복무제도 개선이 인권차원에서 제기됐으나, 대만의 경우는 군개혁이라는 실용적인 차원에서 검토되면서 인권도 개선되는 효과를 보았다. 우리 정부나 보수 세력이 배워야 할 점이다¨라며 실용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평화주의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국내에는 불교신자이자 평화운동가인 오태양씨를 비롯해 모두 14명의 평화주의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 감옥을 선택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종교적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는 대체복무제도 도입과 함께 마련되었지만, 평화주의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보호장치는 차후의 과제로 미뤄졌다. 아직까지 대만에서 평화주의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4주간의 군사훈련 대신 4~11개월 정도의 추가기간을 복무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있고, 또한 최근에는 대체복무자들의 훈련과정에서 군사사격훈련을 삭제하는 등의 제도가 있어 이러한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대만은 현재 4주간의 군사훈련 대신 긴급구조과정이나 체력훈련, 전문과정 등을 강화해 실용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한홍구 교수는 ¨대만은 대체복무자들에게 불필요한 군사훈련을 강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한국의 경우 4주간의 군사훈련 때문에 3년여를 감옥에서 보내고 평생을 전과자로 살아가고 있다. 대체복무자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군사훈련을 없앰으로서 대만은 평화주의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한홍구 교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대만사람들처럼 인권의 관점이 아니라 실용주의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그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과 사회봉사를 시키는 것 중 어느 편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국방의 의무는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실용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정민 집행위원장은 ¨대체복무도입은 사회의 복지분야를 좀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은 대체복무제도를 둘러싸고 오해와 편견이 많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특권층에서 병역을 기피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번 보고대회를 계기로 그런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라며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선입관 없는 접근을 부탁했다.
 
연대회의는 대만 시찰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위헌법률심판에 대한 자료를 작성하며 제출할 계획이다. 또한 17개 국회가 개원함에 따라 대체복무개정안을 손질해 법안이 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앞 1인 시위와 공청회 등 사회적인 합의를 모아갈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홈페이지 : http://corights.net/
* 본기사는 2004년 6월 1일에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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