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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유권자들에게 고함
주인이 될 것인가? 노예로 살 것인가?
 
이태경   기사입력  2004/04/14 [11:35]

사방에 꽃향기가 가득한 4월입니다. 목련은 이미 처연한 모습으로 그 목을 꺽어 바닥으로 낙하하고 있습니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벚꽃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눈꽃이 피어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곤 합니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입고 있는 색깔은 너무나 선명해서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물감 따위로는 감히 흉내조차 내는 일이 불가능하겠죠? 태양이 너무 눈부셔서 살인을 했다는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생각나는 요즈음입니다. 나들이와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한 시절입니다.

이 좋은 시절에 20대의 유권자 여러분에게 간곡한 호소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익히 아시다시피 4월 15일은 국회의원 총선이 있는 날입니다. 무릇 정치는 공기와도 같습니다. 공기가 더럽다고 해서 호흡을 하지 않을 수 없듯이 정치도 마찬가지랍니다. 취업이 걱정되십니까? 결혼을 앞두고 내집마련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십니까? 학벌과 출신 등의 연고에 의해서 평가받기를 거부하십니까?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를 원하십니까? 특권이 허용되지 않고 법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반드시 투표하십시오!

여러분의 삶이 이번 총선 결과에 의해서 아주 많이 좌우됩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하여 법률과 정책을 만들고 그런 법률과 정책에 의해서 여러분들 삶의 중요한 부분이 결정되는 이치는 아주 자명하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이를 분점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입법과 예산의 권한을 가지고 있고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를 할 수 있으며 심지어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서 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의 권력기관을 수족으로 부리지 않는 한 대통령의 힘은 국회의 그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물며 이승만과 박정희가 즐겨했던 국회해산은 꿈조차 꿀 수 없습니다. 최근에 여러분이 목도한 3.12 의회쿠데타가 이를 잘 보여주지 않습니까!

여러분! 4월 15일은 투표하는 일 보다 중요한 일이 세상에 없습니다. 이 사실을 여러분 마음에 새기시고 빠짐없이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 주위에 있는 친구와 후배, 선배들에게도 손 잡고 투표장에 가자고 강권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지난 2000년 총선에 2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불과 36%남짓 이었고, 최근에 선관위에서 조사한 20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의사는 60%를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 투표참여의사가 이 정도라면 실제 투표율은 휠씬 떨어질 것입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만한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것은 모두 여러분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임을 기억할 때 선거일에 투표를 하지 않고 놀러 갈 궁리를 차마 할 수 있겠습니까? 투표를 하고 놀러가도 늦지 않습니다.

탄핵정국속에서 열리는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는 너무나 큽니다. "거여견제론"이라는 허망한 논리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디 여당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서 한나라당을 통해서 견제합니까? 더욱이 지금은 국회가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하던 시절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미소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녀가 새로운 비젼과 손에 잡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그녀가 하는 무수한 말들은 구체적 내용이 없기에 공중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이 그 중요한 속성입니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잘못을 저지른 한나라당은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숙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를 대표로 선출한 후 천막당사로 옮기고 죽은 박정희의 망령에 기대는 등 시종일관 거짓 이미지에 기대서 의회권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 거여건제론이라는 허구의 논리와 강고한 지역감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중·동과 서울방송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에 의해서 이런 논리가 확대재생산되고 있고 많은 유권자들에게 폭넓게 어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언제인가부터 우리들은 견제와 균형, 중용과 중립, 타협과 포용 등의 가치에 대해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생각을 하게 길들여졌습니다. 제도권 교육과 기존 질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 의해서 그런 생각들이 유포되고 고착되어 왔던 것이지요. 위에서 열거한 가치들이 때로는 옳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모순을 감추고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결과를 불러오곤 합니다. 최근에 한나라당이 들고 나온 견제와 균형이 바로 그 생생한 실례가 아닐까요?

아마 여러분들은, 정치판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은 그놈이 그놈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일면 맞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어차피 우리의 선택은 도토리 키재기의 연속이고 정치도 예외가 아닙니다. 물론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을 제외한 보수정당들의 강령과 정책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정당이랍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법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국민들을 통치의 대상이라고 간주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반상의 구별이 엄연한 봉건제 사회를 그리워하는 자들이며 냉전으로 회귀하길 소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뿌리로 해서 유신, 5공화국, 6공화국을 거쳐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 정당들의 후신이 바로 한나라당 아닙니까? 유신과 5공에서 자행되었던 그 많은 고문과 의문사와 인권유린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까? 광주에서 있었던 저 참혹했던 학살에서 한나라당은 완전히 자유롭습니까? IMF사태로 인해서 나라경제를 거덜낸 장본인들이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아닙니까? 국세청을 동원해서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안기부 예산을 선거에 전용한 정당이 그들이 아니고 누구입니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차떼기, 책떼기 등으로 선거자금을 마련한 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입니다. 그뿐입니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탄핵한 정당이 다른 정당입니까?

여러분들의 저조한 투표참여로 인해서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원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획득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장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하야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상황이 그 지경이 이르면 거리는 시위대와 진압경찰로 메워질 것이고, 한국경제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입니다. 아시아의 용으로 비상하던 대한민국은 한없는 추락을 거듭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여러분! 정치에 관심이 없음을 cool하게 여기는 것은 분명 잘못된 태도입니다. 잠시의 편안함과 무관심을 투표권 불행사와 바꾸는 것은 스스로 민주공화국 시민이 될 자격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진정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원하십니까? 진정 자랑스러운 조국을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반드시 투표하십시오! 여러분의 의지와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여러분들의 두 다리와 양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4월 15일은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주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소수 기득권 세력의 노예로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날입니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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