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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오마이뉴스의 '엄살'에 대하여
위기론은 허구,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제자리로 간 것
 
조그만실천   기사입력  2004/04/12 [09:48]

열린우리당과 오마이뉴스가 연일 엄살을 부리며 이른바 위기론을 확산시키고 있군요. 뭐, 지지자들의 결집을 위한 정치적 전략의 일환이니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엄살에 넘어가는 순진한 분들이 제법 있을 것 같아 (가령,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중간에 있는 분들) 이것이 왜 엄살인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군요.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선거운동 직전보다 훨씬 올라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중간층이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한나라당 지지층이었는데, 탄핵후폭풍을 계기로 부동층으로 돌아섰던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사실 탄핵사태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은 이른바 '안정'을 희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탄핵사태는 이와 반대로 정치적 불안정성을 한층 증폭시키는 것이었으니까요. 공식선거운동 돌입 직전에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이 우세한 지역은 10~15석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건 사실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결과였습니다. 한나라당이 수구정당 어쩌고 하는 것은 반한나라당 유권자들의 이야기일 뿐 기존의 한나라당 열성지지자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텐데, 과반수 가까운 거대의석을 점하고 있던 정당이 한순간에 10~15석 정도의 우세로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은 단순히 중간층만이 이탈한 것이 아니라 원래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 상당수조차 부동층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간층이 아니라 원래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었다가 부동층으로 돌아선 이런 사람들은 언제든지 계기만 있으면 다시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설 사람들이었습니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발언이나 박근혜 대표의 거여견제론은 이렇게 돌아갈 계기를 찾고 있던 사람들에게 자기합리화를 위한 계기를 부여해 준 것 이상이 아닙니다. 즉, 이미 그렇게 가기로 되어있던 표를 현실화시킨 것일 뿐입니다. 반면 원래부터의 중간층은 탄핵사태를 계기로 열린우리당 지지로 결집되었거니와 이것은 아직까지도 별달리 변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더 이상 한나라당에 대항할만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당 재건에 대한 희망을 접게 됨으로써, 마음에 별로 들지 않지만 한나라당의 대항마로서 적어도 지역구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하게 된 사람이 꽤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결국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를 제외한 중간층 및 구 민주당 지지자의 상당수는 정당투표는 다르겠지만 최소한 지역구투표에서는 열린우리당 지지로 결집되어 있습니다.

공개되지는 않지만 현재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공식선거운동 돌입 직전에 마지막으로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구만 보았을 때 열린우리당은 140~150 군데 정도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었고 한나라당이 10~15 군데 정도에서 우세였으며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자민련 등 기타 정당들이 5~10 군데 정도에서 우세했고 나머지 70~80 곳에서 경합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것은 주로 영남지역이었던 경합지역의 상당수가 한나라당의 우세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일 뿐, 원래 열린우리당이 우세했던 140~150 곳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대로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10~20 곳 정도가 경합으로 바뀐 정도입니다. 사실 이것은 위기론을 주로 설파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조차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잘 살펴보면, 영남지역이 대부분 돌아섰다라든지 경합지역이 한나라당 우세로 돌아섰다라고 주장할 뿐 기존의 열린우리당 우세지역이 경합지역이라면 몰라도 한나라당 우세지역으로 돌아섰다고는 별로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 그렇다면 아예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기존의 경합지역 중 상당수가 이미 한나라당 우세로 돌아섰음을 감안해서 총 80~100 곳의 기존 및 신규경합지역에서 모두 열린우리당이 패배한다고 칩시다. 그러나 그럴 경우조차 열린우리당은 이미 우세가 확정적인 120~140 곳의 우세 지역구에다가 20석 전후의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140~160 석 정도를 획득하게 됩니다. 게다가 기존의 경합지역은 몰라도 신규경합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전부 패배한다는 것도 사실은 별로 현실성이 없는 가정입니다. 이 중 일부는 열린우리당이 승리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런 곳이 대략 5~10곳 정도는 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경합지역에서 전부 패배하더라도 최소한 140석을 확보한 제1당이 될 것이 확실하거니와, 정상적으로 판단할 때 과반수인 150석을 약간 넘길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가들 또한 이런 견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결국 150+α에서 +α가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일 뿐,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입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넘는 제1당이 되는 것이 이후 우리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여기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것은 안정적인 정국전개보다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로만 언급해 두지요. 확실한 것은 현재 열린우리당이나 오마이뉴스가 주장하고 있는 위기론은 일종의 엄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영남의 상당수와 서울강남 등 수도권의 일부를 한나라당이 장악하여 한나라당이 100석을 넘는 제1야당이 되는 것 그 자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들에게는 현재의 상황이 위기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수구건 어쨌건 나름대로 오랜 지지자층을 가진 정당이 한꺼번에 몰락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임을 생각한다면, 원내 의석의 5분의 1도 가지지 못했던 소수여당이 과반수를 넘는 제1당이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됨에도 이를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엄살이라는 생각입니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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