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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네들, 홧김에 한나라질 하실 겁니까?
어르신 체통이란 임계한도가 발동하게 해야
 
베컴   기사입력  2004/04/10 [22:28]
정동영의 노인 폄하 발언 파동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굉장히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또 말하고 싶었지만 이 문제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점점 더 커지는 종기와 같다는 생각에 참고 지내 왔습니다.

허나 이미 이에 대해 정치포탈 사이트는 물론이고 언론까지도 연일 이 문제를 언급해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열린우리당의 의석수의 폭락이 예견되는 매우 시급한 상황이기에 이제는 언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해결책을 내놓으려면 정동영의 발언에 대한 판단이 급선무이겠죠.

저는 그간 정동영의 노인 폄하 발언이 파괴력이 적다는 혹자들의 의견들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반대 의견입니다.

이미 노인 폄하 발언이 선거판에서 영향력이 이미 수그러 들었다는 의견에서부터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라는 것 정도가 아니라 선거 이후 한 두달 정도도 아니고 앞으로 열린 우리당이 이땅에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끈질기게 괴롭히는 낙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봅니다.

마치 김대중에게 용공내지는 공산주의자라는 라벨이 그의 평생을 괴롭혔듯이, 지금의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결국 386만의 당이라는 낙인이 문화적 공동체(상식)를 배경으로 하는 일상적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구성되며, 또 사회구조를 이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재생산하는 고도로 복합적인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열린우리당에게 노년층을 무시하는 정당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프로세스에 주목해야 된다고 보며 정동영과 열린우리당에게 젊은이들만의 정당이라는 낙인(stigma)을 찍고 있다고 봅니다.

노년층의 분노의 불길로 뜨겁게 달궈진 낙인이 열린우리당의 몸에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노무현 지지자 여러분, 그간 국민을 우매한 사람으로 매도하던 야당의원들의 망언을 듣고 어떠셨습니까. 사나이 가슴에 불을 확 땡겼습니까 ? 그때의 그 분노 기억하십니까 ? 여러분의 머릿 속에 제 주인 몰라보던 미친개의 이미지가 메타포로서 떠올려 지던가요?

정녕 그리 하다면 정동영의 말에 분노하시는 노년층의 그 마음을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에 대해 애미애비도 몰라보는 후레자식의 메타포를 떠올리는 그들을 인정하십시오. 또한 당신이 아직도 탄핵사태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남아있으면서 한잔련에 대한 이미지가 앞으로도 전혀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면 노년층 또한 그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시길 바랍니다.

노무현 지지자 여러분, 여러분은 왜 일반 국민과 달리 탄핵사태의 분노의 감정이 여전히 계속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를까요. 그건 아마 여러분을 노빠로 매도하고 청년백수로 지칭하며 구체적으로 딱지 매김하며 일부를 전체로 과장하며 인격모독을 하였기 때문일 겁니다.

이점을 조금이라도 동의하신다면 지금의 어른들을 TK꼴통으로 몰아붙이고 수구 꼴통으로 몰며 독재자 향수병에 걸린 정신 나간 인간들로 딱지를 매기고 비난하는 짓거리를 당장에 때려 치시길 바랍니다.

물론 잘 압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있다는 것을. 허나 "모든 60대 70대는 수구 꼴통 내지 TK 또는 박정희 광신도이다."라는 극렬 몽상주의 적 극렬 노빠의 명제를 지지하지 않는 한 모든 60대 이상이 곧 부정이라는 도식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과연 그 악의에 찬 비난은 언어적 적합성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분노의 불길이 여러분 자신조차 태울까 염려됩니다. 그 분노로 인해 싸우고 싶은 감정 또한 충분히 이해됩니다.

싸우고 싶고 굴복하기 싫기도 할 것입니다만 지금의 노년층이 분노 내지는 반대로 돌아선 명분이라는 것은 노인을 무시했다는 매우 나름대로 그럴듯한 명분 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즉 친TK vs 반 지역감정 또는 독재자향수병 vs 민주주의자의 구도로 판이 짜여진 상황이라면 여러분이 매우 유리합니다만 노년층의 유니폼과 전략 그리고 최종 소속은 그들이 정한다는 것, 결코 여러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대책을 세워 봅시다.
열린우리당이 잔민련과 그나마 우월한 부분이 무엇이겠습니까? 자신의 실수를 신속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것 이겠습니다.

허나 용서를 구하면서 체면 또한 생각하여서는 용서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시길 바랍니다.
분위기 심상치 않다고 포기하시는 방식으로는 전혀 이빨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상대가 차갑게 마음이 얼어있다는 걸 생각해 주십시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사실 이미 많이 늦은 게 사실입니다. 개망신 당하는 걸 두려워 마시고 지금 보다 한층 더 상대가 지겨워서 학을 띨 정도로 잘못했다는 걸 빌고 또 비시길 바랍니다.

사즉필생의 정신으로 뛰시길 바랍니다. 지금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상대의 마음에 똥바가지를 끼얹었으면 똥바가지를 뒤집어 쓰셔야 합니다. 더 개망신 당하시면서 그분들의 경륜이 말뿐인 경륜인지 아니면 그 경륜이 있어 냉정을 찾으시고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실지 스스로 증명하시도록 해야 합니다.

경륜을 자랑하시는 분께 젊은 사람들이 빌고 또 빌면 어르신 체통이란 임계한도가 발동하게 되어 있는 겁니다. 계속 회초리만 들고 호통치기에 스스로 겸연쩍도록, 아니 그분들 사이에서도 보기 민망해서 “엥간하면 그쯤 해두지 그래”라고 말씀하실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단 빌고 또 비시면서 떠나실 때 한마디만 건네십쇼. 아무리 그래도 “홧김에 한나라질 하실겁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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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10 [22: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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