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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성애자 인권운동 재편됐다
실무조직 갖춘 한국동성애자연합 출범
 
조이여울(여성신문)   기사입력  2002/07/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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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동연 출범식 기자회견 모습(여성신문 제공)
연대체를 갖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활동을 전개해오던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이 7월 14일 ‘한국동성애자연합’(이하 한동연)을 결성하고 26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동성애자들이 인권운동을 위한 연대체를 구성한 것은 1995년 동성애자인권운동협의회, 1998년 한국동성애자단체협의회 이후 세 번째 시도다.

한동연은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모임 ‘끼리끼리’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부산경남 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안전지대’등 단체와 하이텔 동성애자모임 ‘또하나의사랑’과 같은 커뮤니티, 그리고 개인이 연대하는 형태로 출범한다. 각 단위의 대표자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실무조직인 사무국도 두고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한동연 측은 “작년 4월 국가인권위법 제31조에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교과서와 사전, 언론매체 등에서는 여전히 성적소수자들의 존재를 왜곡시키고 비하하고 있으며 국가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동성애’에 대해 청소년에 위해하다는 규정을 두는 어처구니없는 차별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을 해고하고 트랜스젠더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현실에 맞서고 이성애와 가부장적인 결혼만을 강요하는 편협한 가족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김병석 한국동성애자연합 사무국장

- 동성애자인권운동 바로 세우려는 반성이자 투쟁
- 남녀 불평등 문제도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


- 한국동성애자연합은 동성애자 인권운동 진영이 연대체를 결성하는 세 번째 시도다. 동성애자인권운동협의회와 한국동성애자단체협의회가 꾸준히 활동을 펴나가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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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병석 사무국장(여성신문 제공)
“두 협의체는 전체 동성애자 단위들을 모두 묶겠다는 의지를 갖고 출발했지만 각 단위들의 생각이 다르고 인권운동의 방향설정도 상당히 달랐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또 실무를 맡는 조직을 두지 않고 협의체를 결성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사안별로 모여 회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자 했지만 실무를 책임질 만한 역량은 못 됐던 것이다. 결국 동인협과 한동협은 끝도 맺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 실무조직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단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실무자들의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은 다른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로 겪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자는 우리 사회에서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적인 활동에 지장이 많다. 활동가들은 필연적으로 언론과 매체 등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데 이를 감수할 만한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또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했다는 것이 사회에서 경력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니 활동가들은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하는 것이다.”

- 2002년 한국 동성애자 인권현실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가.

“일단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성장했다. 수적으로도 그렇지만 다양화됐다. 예전엔 종로에서 술 먹는 문화만 존재했다면 지금은 문학·스포츠·학술 등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고 이것은 인권운동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다. 시민사회단체가 인권이라는 개념에 성적소수자의 문제를 수용하고 있는 것도 큰 변화다. 사회적으로도 홍석천씨와 하리수씨가 커밍아웃할 수 있을만한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그것은 90년대 후반 들어 인디문화가 조명받고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각광을 받으면서 소수자들의 문화가 재평가된 영향으로 보인다.”

- 얼마 전 동성애자 인권단체와 커뮤니티 그리고 60여명의 동성애자들이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 임모씨의 활동방식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고 활동중단을 요구한 바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한동연의 출범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동성애자인권연대라는 한 단체와의 마찰은 동성애자 인권운동 진영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고 전업적으로 활동하는 이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외부적인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덮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동성애자 진영 내에 팽배해 있었다. 또 이를 견제할 만한 다른 활동가나 단위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동성애자 단체와 커뮤니티, 활동가들이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의 활동중단을 요구하는 연대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금이라도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바로잡고자 하는 동성애자들의 반성이자 투쟁이다. 한동연의 출범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 레즈비언과 게이의 연대는 마찰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한동연은 이를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가.

“게이들은 동성애자로서 당하는 차별에 대해서만 문제의식을 갖지만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여성주의적인 시각을 함께 갖고 있다. 게이와 레즈비언 간 마찰을 빚었던 것은 이 사회가 교육한 남성들인 게이들이 가부장적인 언행을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끼리끼리 측에서는 성 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 왔고 레즈비언들 스스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강화시켰다고 생각한다. 게이 활동가들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동연은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간 평등의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동연의 운영위원 구성비율을 보면 레즈비언이 더 많다는 것도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본 기사와 사진은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 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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