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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노무현 지지일변도 벗어나야"
진보누리, '서프라이즈'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손봉석   기사입력  2004/04/03 [22:43]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상에서도 지지정당과 인물에 따른 논쟁과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4일 민노당을 지지하는 인터넷사이트 <진보누리>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서프라이즈>에 대한 비판을 담은 '진보누리가 서프라이즈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진보누리 김재기 운영위원이 작성한 이글에서 '진보누리'는 '서프라이즈'에게 보수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며 "서프라이즈가 대통령 선거 당시에 노무현 후보가 주장했던 개혁적인 정책과, 서프라이즈가 강조했던 ‘상식과 원칙’은 뒷전으로 밀리고 오로지 시대의 승리만을 노래했다"고 비판을 가했다.

김 위원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참하자 서프라이즈의 대표적 필자인 서영석씨는 2003년 10월 17일, ‘정부, 이라크 비전투병 파병키로 잠정 결정 대미 설득 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 이라크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웠다"며 인터넷에서 드세었던 이라크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전투병/비전투병 파병논쟁으로 부당하게 전환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어 "서프라이이즈가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노무현 정부를 옹호하는 것을 구태여 탓하지는 않겠다"고 전제한 후 "중요한 것은 서프라이즈가 이라크전쟁 참여반대의 목소리를 인터넷에서 잠재우기 위해서 전투병 파병이냐 비전투병 파병이냐로 몰고 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노무현 지지자들은 비전투병 파병에 찬성을 하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전투병 파병을 찬성한다는 웃지못할 논쟁 속에서 이라크 파병이 노무현 정부에서 결정되고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서프라이즈의 내분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한국최초의 정치 웹진으로 출발한 서프라이즈가 분열해 동프라이즈가 분화되었고, 이후 동프라이즈는 남프라이즈로 분화된 원인도 "서프라이즈가 노무현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고 "인넷이라는 열린 공간이 정치적으로는 닫힌 공간이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서프라이즈는 이제 노무현지지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에서 벗어나 한국의 보수 시각에서 정치에 대한 담론을 생산해야 한다"고 당부한 후 "보수 이데올로기와 담론을 형성해 줄것을 주문했다.

김 위원은 거기에 맞춰 "진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담론을 제시하겠다"며 글을 맺었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진보누리'의 글에 대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기 보다 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사이트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민주노동당 사이트에 오른 글 전문이다.


진보누리가 서프라이즈에게

'보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라

인터넷의 주류는 노무현,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입니다. 2002년 3월 광주에서 불붙기 시작한 노풍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나는 그 날을 잊지 못합니다. 민주노동당 당 대회와 민주당 광주 경선이 같은 날에 열렸죠.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당 대회에 집중하면서도 민주당 광주 경선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노무현 후보가 광주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는 소식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노무현 이데올로기 전파의 전초기지

정치인 팬클럽 1호인 노사모의 회원수는 급증했고, 노무현 후보가 있는 곳은 어디서나 노사모 회원들의 발랄함과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분들은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의 주도권을 장악했습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한 노무현 흔들기에 맞서서 탄생한 사이트가 서프라이즈입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한 이데올로기 전초기지를 자임하면서 인터넷 논객들이 탄생시킨 서프라이즈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습니다.

서프라이즈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그 자체가 시대의 승리”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 당선 그 자체가 한국 사회의 변화”라고 이야기합니다. 대통령 선거 당시에 노무현 후보가 주장했던 개혁적인 정책과, 서프라이즈가 강조했던 ‘상식과 원칙’은 뒷전으로 밀리고 오로지 시대의 승리만을 노래합니다. 맞습니다. 노무현과 서프라이즈는 승리했습니다.

서프라이즈는 노 후보가 당선되면 수구세력인 한나라당은 소멸한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노동당은 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노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도 한나라당은 무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참하자 서프라이즈의 대표적 필자인 서영석씨는 2003년 10월 17일, ‘정부, 이라크 비전투병 파병키로 잠정 결정 대미 설득 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 이라크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웠습니다.

파병 논점 부당한 전환으로 물타기

인터넷에서 드세었던 이라크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전투병/비전투병 파병논쟁으로 부당하게 전환시켰습니다. 결국 인터넷 상에서 논점은 바뀌었고 이라크 파병 반대의 목소리가 인터넷에서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서프라이즈가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노무현 정부를 옹호하는 것을 구태여 탓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프라이즈가 이라크전쟁 참여반대의 목소리를 인터넷에서 잠재우기 위해서 전투병 파병이냐 비전투병 파병이냐로 몰고 갔다는 것입니다. 그 후 노무현 지지자들은 비전투병 파병에 찬성을 하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전투병 파병을 찬성한다는 웃지못할 논쟁 속에서 이라크 파병이 노무현 정부에서 결정되고 국회를 통과했다는 겁니다.

인터넷에서 엉뚱한 논쟁이 일어났지만 결국은 노무현 정부,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은 이라크에 전투병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시대의 승리라고 말했던 평가가 고작 한나라당과의 정책연합으로 나타났죠. 서프라이즈는 자신들의 노선 전환의 배경을 설득력있게 설명해내지 못한 채 자신들의 이 같은 행동을 비판하는 진보누리를 한나라당 2중대라고 몰아치고 얼치기 진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노대통령 탄핵으로 새로운 정치 국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민들 앞에서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이제야말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수구세력을 잠재울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서프라이즈의 방법으로는 한나라당의 자살을 확인 사살할 수 없습니다.

서프라이즈,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채찍들 수 있나

여전히 서프라이즈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를 수구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민주노동당을 양비론자라고 몰아치고 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누리의 열린우리당 비판을 네거티브 전술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한나라당을 죽일 수 없고 오히려 살려줍니다.

이제 서프라이즈는 담론을 바꾸어야 합니다. 진보누리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책 대결로 나가야 합니다. 제대로 된 보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면”이라는 가정 하에 논쟁하지 맙시다. 지금부터 논쟁을 합시다. 치열하게 멋진 한판 승부를 합시다.

총선 담론이 바뀌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한국사회에서 필요한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꿈꾸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이 던진 수많은 정책들에 답을 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이 나서지 않으면 서프라이즈가 나서야 합니다. 진보누리는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정치의 담론이 바뀌면 한국사회는 바뀝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자체가 시대의 승리’라는 것을 현실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한국의 정치 담론을 바꾸는 것입니다. 서프라이즈는 열린우리당이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될 수 있도록 열린우리당에 채찍질을 가해야 합니다. 진보누리는 민주노동당의 잘못에 대해서 가차 없이 비판합니다.

노무현 지지보다 보수 담론 생산에 앞장서야

한국사회에서 최초의 정치 웹진으로 출발한 서프라이즈는 분열의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사업에 대한 특검정책으로 동프라이즈가 분화되었고, 이후 동프라이즈는 남프라이즈로 분화되었습니다.

서프라이즈가 노무현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이 정치적으로는 닫힌 공간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치권의 분화가 결정적인 이유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보수정당의 분열과 보수진영의 정치웹진 분화가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서프라이즈는 이제 노무현지지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에서 벗어나 한국의 보수 시각에서 정치에 대한 담론을 생산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보수 이데올로기와 담론을 형성해야 합니다. 진보누리는 진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담론을 제시하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도 천박합니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가 파업하면 보수시각에서도 그 파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보수는 한국의 진보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동자, 농민들의 투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진짜 보수의 모습입니다. 서프라이즈가 앞으로 진짜 보수가 무엇인지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인정하고 치열한 논쟁을 하면서 한국사회의 상식을 넓혀나갔으면 합니다. 보수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모습, FTA 타결에 투쟁하는 농민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모습, 노동자 투쟁으로 발생하는 불편을 당연시 여기는 모습, 이런 것을 만들어 갑시다. 진보누리와 서프라이즈가 치열하게 대립했던 이라크파병 반대의 논쟁들은 한국사회의 건강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한번 해 봅시다. 승리의 결과보다는 논쟁의 과정에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논쟁을 기대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멋진 승부는 이제 시작됐습니다.

진보누리 김재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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