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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벌벌떠는 우리당, '배부른' 민노당 유감
[기자수첩] 우리당과 민노당, 눈앞 이익 아닌 미래위해 연대하라
 
심재석   기사입력  2004/03/30 [13:29]

어떤이들에게 선거란 언제나 수구세력막기진보세력 힘 실어주기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연속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이들에게 선거는 뽑힐 가능성이 없는 진보후보에게 한 표를 던져 나중을 기약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주의로 포장된 조금 덜 수구적인 후보에게 한표를 던져 수구세력의 득세를 막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비판적 지지라는 말도 이들의 갈등 속에서 나온 산물이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도 이 같은 유권자 부류에 포함된다. 20세가 넘어 유권자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지금까지 몇 번의 선거에서 기자는 앞서 말한 딜레마에서 자유로운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단,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험했던 정당투표는 예외였다. 정당투표에는 소위 말하는 (死)표가 없기 때문에 고민 없이 진보세력에게 힘 실어주기가 가능했다.

 

지역주의 파괴와 진보세력 원내진출

 

누구나 투표를 하면서 나름대로 선거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기자에게 이번 총선의 의미는 지역주의 파괴와 진보세력 원내진출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주의란 자신도 모르는 새, 우리 삶의 깊숙이 파고 들어있는 본질적 의미의 지역주의라기 보다는 지역주의에 근간을 둔 정치세력구도를 말한다.

 

, 특정지역에 근간을 두고, 이를 이용해 정치력을 유지하고 있는 정당구도를 해체하는 것이다. 기자는 지역주의 정당구도가 한국정치의 근본적 모순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을 깨지 않고는 한국정치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또 하나, 진보세력의 원내진출도 한국정치의 중요한 숙제다. 기자가 진보세력의 원내진출을 강하게 희망하는 것은 기자가 진보주의자이기 때문은 아니다. 기자는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으며, 좌파는 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자가 진보세력의 원내진출을 강하게 희망하는 이유는 진보세력이 원내에 들어가는 순간 한국정치가 새롭게 재편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의 수구정당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 중에 하나는 똑 같은 놈들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차떼기로 수백억을 받은 정당이 즉시 망하지 않는 이유는 다 그렇지 뭐다른 당이라고 뭐 다른 것이 있겠어? 액수에 차이는 있겠지만, 전부 도둑놈들이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다른 당은 언제나 시민들의 인식이 사실임을 현실로 증명해 보여왔다.

 

, 진보세력이 원내에 진출해 모두가 똑 같은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면, 한국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소망을 기자는 갖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서운함

 

앞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간단히 말해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에게 서운함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경남 창원을 지역이 관심을 끈 바 있다. 창원을 지역은 민노당의 권영길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으로 울산북구와 함께 민노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지역에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 불거졌다.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민노당이 선전하고 있는 창원을 지역에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정책공조를 하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열린우리당은 펄쩍 뛰었다. 그리고 즉시 창원을 지역에 후보를 선정했다. 열린우리당의 걱정은 민노당과 연대하면 색깔론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걱정을 증명이나 하듯 민주당 전성철 총선 정책기획단장은 지난 27일 <4.15 총선, 무엇이 쟁점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KBS심야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색깔론을 펼쳤다. DJ의 뒤를 잇겠다는 민주당이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은 한심스럽다 못해 서글프기 그지없지만, 오보일 뿐이라고 해명하는 열린우리당 정세균 정책위의장의 주장도 어이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이부영 상임중앙위원 등이 민노당 강세지역에 후보를 내지 말자고 강하게 주장해 온 것은 이미 다 아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과 지역주의 해체는 단지 특정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 두 문제는 한국정치가 한 발자국 나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통하지도 않는 색깔론을 두려워하며,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창당목적이라는 정치개혁을 위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꿈인 지역주의 해체를 위해서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더불어, 민노당은 겸손해져야 한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의 경남지역 연대제안에 콧방귀도 안 뀌던 민노당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은 민노당이 당리당략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문제다.

 

민노당은 열린우리당의 도움 없이도 몇몇 지역에서 1등을 자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설사 여론조사에서 월등한 차이로 1등을 달리고 있다하더라도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한다. 4년전 울산북구에서 경험했던 아픔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새벽2시까지 꽃다발 들고 당선유력자로서 인터뷰하던 민노당 후보가 어떻게 역전패했는지 다시 상기해야 한다.

 

지역주의는 그렇게 만만치 않다. 당장은 당선이 확실시 돼 보여도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선거직전에 초원복집 같은 사건 하나면 지역주의의 망령은 다시 살아날 수도 있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은 또 4년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조심에 조심을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어디서든지 받아서라도 민노당은 원내에 들어가야 하다.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이건 역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대한 문제를 대하면서 이빨 빠진 색깔론에 벌벌떠는 열린우리당과 자존심을 세우며 조심하지 않는 민주노동당에게 참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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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3/30 [13: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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