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민주당, 전면적 '탄핵'사죄로 새출발하라
'전면적 사죄', 민주당 정체성 회복 기본조건, 소장개혁파에 힘실어줘야
 
장신기   기사입력  2004/03/29 [07:48]

민주당이 조순형 대표를 유임하고 추미애의원을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워서 17대 총선에 임하기로 했다고 한다. 제2의 분당론이 나오고 다수의 공천자들이 민주당 공천 반납의사까지 밝히는 등 총선을 치루기도 전에 민주당이 와해되는 것 아닌가하는 말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번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추미애의원을 중심으로 한 상당수 소장 개혁파의 극적 합의는 '탄핵안 통과 주도에 대한 전면적 사과'에 미흡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민공조에 의한 탄핵안 가결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초래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조순형 대표 퇴진과 탄핵안 통과에 대한 전면적인 사과'라는 설훈의원 등의 주장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회복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었으므로 이 번 합의는 미흡하다.

이 번 합의는 민주당이 처한 한계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한계지점에서 절충한 것이다. 즉 강고한 구파 연합 세력의 독선적이고 반민주적인 오기 정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에 저항해야 하는 상당수 소장 개혁 세력들이 탄핵안 통과에 결과적으로 찬성을 하여서 당 내 투쟁력이 약화되었다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딜레마는 28일 추미애의원의 선대위원장 수락 연설문과 일문일답의 내용을 보면 그대로 알 수 있다.

구조적 한계를 보여 준 민주당의 합의

우선 조순형 대표는 유임되었는데 이는 탄핵안 통과를 민주당의 정통성이라고 주장하는 소위 당권파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추미애의원은 일문일답에서 탄핵안 주도에 대한 책임은 당 지도부에게 있고 탄핵안이 당의 총의(즉 후보들의 의사나 전당대회 등의 절차)에 의한 것은 아니며 당의 후보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결국 당 지도부가 민주당 전체의 총의와는 배치된 행동을 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한민공조에 의한 탄핵안 통과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엄청한 반발을 초래하고 이것이 민주당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국 완곡한 어법을 동원해서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탄핵안에 대한 사과 문제에 있어서도 추미애의원은 '사과를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에서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는데 이 역시 완곡한 어법을 통해서 탄핵안에 대한 정치적 사과를 하겠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위와 같은 추미애의원의 말은 탄핵안이 법률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능한 일이지만 탄핵안 자체가 정치적 선택이고 정치적 파장을 몰고오는 행위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탄핵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서 사과를 하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서 보듯 모든 표현 자체가 완곡하면서도 간접적인 어법을 동원하고 있는데 이는 직설적인 어법을 선호하는 추미애의원의 평소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즉 탄핵안 통과에 대해서 문제점을 느끼고 이 문제에 대해서 전면적 사죄를 하고 싶지만 상당수 소장 개혁파가 처한 구조적 한계(결국 본인들 역시 탄핵에 찬성을 하고 또한 구파의 강력한 저항)가 추미애의원의 발언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다시 민주당의 문제는 탄핵안 가결에 대한 총체적 사과를 하느냐 마느냐에 있다. '탄핵안 주도에 대한 전면적인 사죄'는 민주당의 정체성 회복의 필수조건이다. 이렇게라도 해야만 심대하게 상처 받은 정치적 정당성을 상당부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번 합의에서 보듯 구파의 강고한 반대와 탄핵안에 발목이 잡힌 상당수 소장 개혁파의 한계로 인하여 민주당의 정체성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 구파 세력들의 한심한 모습들

그래서 생각해보면 민주당 구파 세력들의 정치적 폐해는 민주당 분당 이후에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이미 탄핵안을 주도한 구파 세력들은 탄핵안에 있어서 한민공조가 아니라 민한공조라고 강조하면서 민주당의 탄핵안 통과를 민주당의 정통성이라고 내세우고 탄핵안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대해서 여론조작 운운하는 등 민심과 맞서려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직선제 개헌은 일반 국민들에게 있어서는 정치적 자존심의 근거다. 이것은 일반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의식이고 더군다나 특히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력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의식이 더욱 강하므로 이 번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바로 87년 6월 항쟁의 직접적인 결과물인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더군다나 87년 당시와 본질이 바뀌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의 주류인 냉전 수구 세력들이 발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87년을 기억하는 민주화 운동 세력들이 강하게 저항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번 촛불시위를 비롯한 국민적 저항은 '노무현'을 넘어선 보편적 민주화 의식과 감성에 기초한 바가 크기 때문에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은 석고대죄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민주당이 87년 당시에 지금 탄핵안에 분노하는 세력들과 같은 입장에 있었던 세력임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의 이 번 탄핵안 가결은 당의 정체성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구파 세력은 전혀 반성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탄핵안 주도를 당의 정통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더군다나 이들 세력은 민주당이 탄핵을 주도하여서 반노의 중심이 되면 민주당이 많은 의석 수를 얻을 수 있다는 등의 터무니 없는 정치 논리로 상황을 악화시켰음에도 반성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민주당 구파 세력들은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복수심과 자신들의 화풀이를 위해서 민주당을 죽이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안겨 준 것에 대해서 입이 열 개라고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어제도 오늘도 자신들이 행위는 정당하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한심할 뿐이다.

이미 구파 세력들은 2002년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를 앞 뒤에서 흔들어서 정몽준 후보한테 민주당의 정통성을 가져다 바치려고 했었다. 그리고 작년 신당 논의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구파 세력들은 역시 아주 작은 차이점에 대한 상호 인정과 수용을 거부하여서 결국 민주당 분당을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구파 세력들에게 분당의 절반의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민주당의 재건 운동 과정에서도 민주당의 사당화와 한나라당과의 반노 연합 전선을 펼치는 등 민주당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였다. 그리고 결국에는 탄핵안 가결을 주도하여서 민주당을 정치적 사망의 길로 몰고 갔다.

민주당 구파 세력들은 ‘평화’와 ‘민주’라는 외형적 가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국민’에 대한 고려가 없으므로 그와 같은 가치가 자신들의 현실 정치 과정 속에서 변질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탄핵안 가결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지지층 이반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오기와 독선을 포기하지 않고 언론과 여론 조사 조작 운운하면서 보기 흉한 정치적 몰락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민주당 내 소장 개혁파의 모습

이와 같은 구파 세력들을 견제하면서 민주당의 개혁적 정체성을 유지 강화했어야 하는 민주당 내 소장 개혁파의 여러 노력은 이 번 탄핵 문제 하나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탄핵안을 반대한 설훈의원 등과 탄핵안에 소극적이었던 소장 개혁 세력들이 ‘탄핵안에 가결에 대한 국민적 사죄’와 ‘민주당의 정체성 회복’을 내세우면서 몸부림을 쳐봤지만 이 역시 구파 연합 세력들의 강고한 힘과 오기 정치에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는 상당수 소장 개혁파 인사들이 탄핵안 가결에 소극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동조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정치적 약화에 그 원인이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물리적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민주당’이라도 우선적으로 지키는 것 외는 대안이 없다는 인식의 결과로 오늘과 같은 합의가 나오게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민주당에 직접 몸을 담고 있는 정치인과 그 세력들을 위한 단결을 될 수 있으되, 민주당을 떠난 민심을 모을 수 있는 합의라고 하기는 어렵다.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이 번 합의대로 그냥 탄핵안 가결에 대한 총체적 사죄를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민주당의 정체성의 회복은 어려우며 그 결과로 형해화 되고 있는 ‘민주당’이라는 이름과 조직을 총선때까지 유지하고 보자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며 이와 같은 민주당의 모습은 얼마 남지 않은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할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민주당의 개혁성과 정체성을 대변해왔던 소장 개혁 세력들의 이번 탄핵 문제로 인하여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 소장 개혁 세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보적 의의를 확고하게 대변하는 정통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과의 개혁경쟁과 통합을 할 수 있는 정치적 구심 세력들이었다. 그래서 민주당 내 소장 개혁파는 개혁공천을 주장하고 열린우리당과의 재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여서 통합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고 이라크 파병안 반대를 주도하는 등 민주당의 지지세력들의 진보적 입장을 가장 충실하게 대변해왔다.

민주당 내 소장 개혁 세력들이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 동참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아마도 열린우리당 창당에 중심 세력의 하나가 될 수 있었을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나 지향점 등에서 민주당 내 소장 개혁파와 열린우리당 내의 민주당 탈당파와는 동질성이 강한 세력들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을 지킨 이유는 노무현 정권의 김대중 정권에 대한 인위적인 단절 시도에 대해서 비판하였기 때문이다. 대북 송금 특검 수용에서부터 시작된 노무현 정권의 일탈과 노무현 정권의 김대중 정권과의 인위적 단절 시도는 당시 호남을 중심으로 해서 비판 여론이 조성되었었고 이것이 바로 민주당 내 소장 개혁파가 민주당을 지킨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 내 소장 개혁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보적 의의'라는 대의 명분을 내걸고 노무현 정권의 행동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민주당 사수론을 통해서 내세운 것이었다.

이러한 소장 개혁파가 민주당에 남아서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노무현 정권의 정당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되므로 강경 친노 세력인 노빠들은 소장 개혁파의 중심 인물로 받아들여졌던 추미애의원에 대한 인신공격을 펼쳤던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소위 일부 친노 지식인도 가담을 하였는데, 이와 같은 강경 친노 세력들의 태도는 그들의 편협함과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강경 친노 세력들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 세력과 대화와 설득을 통해서 정당성의 빈곤을 만회하려고 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죽임으로서 자신들의 배타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대단히 잔인한 심성을 보여 주었다.

사실 이와 같은 잔인함은 바로 강경 반노 세력들의 탄핵안 주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으로서 탄핵이 주는 정치적 감성적 상처를 생각해본다면 탄핵안을 주도한 세력들의 잔인함 역시 강경 친노 세력들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노무현 정권 전후의 한국 정치는 강경 친노와 강경 반노 세력들의 상호 절멸의 욕구가 초래한 '골육상쟁'의 역사 바로 그것이다.

탄핵안 통과에 대한 총체적인 사과를 해야만 한다

어찌되었든 소장 개혁파 세력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내 구파 연합 세력들이 벌이는 감정과 오기 정치 사이에서 민주당이 극단적 반노 노선으로 우경화되는 것을 막지 못하였고 그 최종 결과물인 탄핵안 문제에 말려들게 되었다는 점에서 과오가 있고 그로 인하여 소장 개혁파의 정치적 영향력에 큰 상처가 발생했다.

그러므로 소장 개혁 세력들은 자신들이 민주당을 지킨 초심을 생각해서 '탄핵안 주도에 대한 전면적 사죄'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어정쩡하게 넘어가려고 한다면 소장 개혁파가 지키고자 했던 자신들의 진보적 의의가 탄핵 문제로 인하여 평가 절하되거나 혹은 완전히 묻혀 버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탄핵안 통과에 대한 전면적이면서도 총체적인 사죄만이 크게 상처받은 정치적 정당성을 그나마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3/29 [07:4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