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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승리 위해 노대통령 측근이 먼저 희생해야
전경환과 발철언, 김현철과 삼홍비리를 생각해야
 
김성호   기사입력  2004/03/23 [10:06]

저는 지난 2월 국민경선에서 처음으로 탈락한 이후 열린우리당의 ‘국민경선지킴이 겸 공직후보자 재심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당내경선에 떨어진 후보들의 하소연 때문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출마하는데 부족함이 없지만,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정치적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분들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만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재심위원장으로서 경선에 결코 승복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아직은 불안정한 경선문화를 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며, 초기 경선에 뛰어들었던 저와 여러분들이 그 짐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득해야할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 삶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삶 모두를 송두리째 흔들리게 하는 충격 앞에 “당을 위해, 민주주의의 대의를 위해 참아 달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못할 짓입니다.

최근 탄핵국면 이후 우리당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이의제기 사례는 더욱 많아졌습니다. 우리당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당내경선에서 탈락한 현역의원이나 불출마 선언한 인사, 공천에서 배제된 인물들에 대한 재공천 얘기도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과 한 불출마 약속과 경선의 결과에 대한 승복은 끝까지 지켜야합니다. 상황에 따라 약속을 뒤집는다면 그것은 대국민 사기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당내경선에서 탈락 한 뒤 어떤 경우에도 17대 총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제 지역구뿐아니라 다른 지역구, 그리고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경선불복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면 저는 열린우리당의 현역의원,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했던 사람, 그리고 청와대 출신이나 대통령 측근이 그 희생을 가장 많이 떠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수십년 동안 궂은 일을 해온 분들에게 또 희생하라고 하면 억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부정부패로 얼룩진 경험을 지닌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해 가혹한 심판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전두환 정권 때 전경환, 전기환, 노태우 정권때의 박철언, 김영삼 정권의 소통령 김현철, 국민의 정부의 김대중 대통령의 세아들의 부정부패와 같이 매번 거듭되는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비리에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들은 김현철은 과거 권력을 남용하여 축재를 했던 전두환 정권 때의 전경환 씨나 전기환 씨, 노태우 정권 때의 박철언과는 다르다고 했으나, 결과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이러한 교훈은 망각한 국민의 정부에서 김대중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2002년 6월 지자제 선거와 8월의 재보궐선거 등에서 당시 여당은 참패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도 이미 몇몇 인사들이 구속됐습니다. 비리의 규모나 배경은 다를지 모르지만,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비리라는 성격은 국민에게 동일한 불신과 혐오를 안겨 줍니다.

최근 대통령 측근인사들의 출마가 심심찮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언론으로부터 재심위원장인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대통령 측근인 아무개씨 등의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입니다. 대답하기 참 곤혹스럽습니다. 물론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들에게 단지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출마를 포기하라는 것은 가혹할 것입니다. 저는 원론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처신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에둘러 대답합니다. 그러나 제 진심은 “대통령 측근은 참모로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해야 하며, 국회의원 출마는 대통령 임기를 마친 다음에 떳떳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측근이 임기 중 출마하는 경우에는 조그만 잘못도 크게 와 닿고, 문제가 발생하면 측근 개인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측근은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 출마하는 전통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통령 측근들에게 너무 가혹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임기 중에는 더 이상 ‘대통령 친인척 비리나 측근비리’를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국민들의 열망에 귀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2004.3.22
우리당 공천 재심위원장의 임기를 마치면서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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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3/23 [10: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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