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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조순형 '전투는 승리, 전쟁은 패배'
최병렬·조순형대표 '소장파 진압' 탄핵정국 리더쉽 회복, 역풍 경우 정치생명 끝장
정동영의장 '탄핵의결 적극 막지못해 정치력 의문', 박관용의장 정치경력 불명예마감
 
손봉석   기사입력  2004/03/15 [17:21]

총선을 한달 앞두고 정가는 '반탄'과 '찬탄'으로 전선이 만들어지면서 각 당의 이해득실 만큼이나 정치인 개개인의 진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이번 탄핵가결로 자치단체장과 당선이 유력한 공천후보가 잇따라 탈당하고 소장파 중 탄핵에 반대한 일부로부터는 사퇴압력까지 받는 등 거대한 역풍을 맞고 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 40여명이라는 적은 숫자의 의원을 이끌고 탄핵정국을 주도하며, 사태의 헤게모니를 쥔 듯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을 수 있었다. 

또한 탄핵과정에서 외부의 적인 열린우리당과 맞서는 과정에서 추미애 의원 등 반대세력까지 제압하여 자신의 자장안에 거느리게 됐다. 

그러나 조 대표는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하는 자신을 포함해 주력부대라고 할 수 있는 호남지역 의원들의 당선에 상당한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총선에서의 싸움은 소수여당 세력인 열린우리당이 아닌 새로운 '보수동맹' 관계에 놓이게 된 한나라당과 표를 나누는 싸움을 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으로 여기던 호남지역에서 지구당이 습격당하고 집회에서 '민주당을 깨부수자'는 구호가 나오게 된 것도 조대표가 짊어져야 할  부담중 하나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당 개혁세력에 밀려서 공천까지 탈락하는 수모를 겪고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될 때 까지만 당을 관리하는 처지에 있다가 '탄핵가결'에 성공해 당권을 다시 장악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를 지지하는 보수층에서는 '최틀러가 죽지 않았다'는 격려까지 쏟아지는 상태다.

현재 최 대표는 자신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전당대회보다는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의 역풍을 빌미로 '비대위'조직을 통해 탄핵안 가결에서 보였던 홍사덕 의원을 통한 수령첨정을 통해 총선에서 제1당 유지라는 '작품'이 만들어 지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최 대표가 천명한 대로 전대를 전후해서 대표직을 미련없이 내 놓는다고 해도 '비대위'체제를 통한 간접지휘를 통해 최 대표는 총선에서 성공할 경우에 부담없이 화려한 복귀를 할 수 있고,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에도 홍의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형식으로 정치적인 마무리를 한 후 다시 당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 대표는 3일간 계속된 여야간의 탄핵공방에서 기자들에게 "모든 것은 홍 총무의 책임"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했었다.

그동안 인지도 높은 중견의원 정도의 이미지로 만족해야 했던 홍사덕 의원은 이번 탄핵정국에서 한나라당의 '실세'로 떠오르게 됐다.

정가에서는 이번 탄핵을 조 대표의 제안에 따라 최 대표가 의지를 보이자 홍의원이 나서서 만들어 낸 작품으로 보는 시각이 많고, 홍 의원은 그 과정에서 상당히 기민하게 굴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지지 세력 내에서까지 혼선을 유발시킨 이중적인 태도는 정치가 홍사덕에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으로 '이중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홍의원 자신도 그런 자신의 무기를 총선에서까지 계속 유지해 최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을 이끈 후 이후 당내 입지강화와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의 강한 영향력 행사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홍의원의 문제는 자신의 이중적이고 회색적인 태도를 당내에서도 경계하는 시선이 많고 최대표가 대권과 인연이 적은 '불임대표'라는 이유로 힘이 약회된 것과 같이 사생활문제로 '대권'은 노리기 힘든 인물이라는 점이다.

두 야당의 소장파 혹은 쇄신파와 운동권 출신으로 영입된 김문수의원 등은 이번 탄핵정국에서 총선을 앞두고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집단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추미애, 한나라당 남경필로 대표되는 이들은 그동안 두 당의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나름대로 개혁과 진보의 목소리를 내왔으나 이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수구의 악세사리'라는 비난까지 듣는 상태가 됐다.

각 당 내에서의 입지도 두 당 모두 강력한 대표체제의 복귀로 인해 사실상 지분이나 영향력을 상실한 상태로 보인다.    

특히 김문수, 이재오 등 재야출신 의원들은 날치기 통과에 적극 가담해 더 이상 '깨끗하고 맑다'는 이미지나 '보수정당 내 개혁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선거에서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추미애 의원은 그동안 당내 구파와의 싸움에서 쌓아온 유권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상당부분 잃게 될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의원의 경우 모 인터넷신문에 벌써부터 실명으로 비판기사가 나온 상태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숫자적인 열세로 인해 수구세력의 쿠테타를 막지 못했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얻었으나 현실정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호위병'이나 여당의 보스로는 부족한 인물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의 국민이 탄핵을 반대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도 전에 자신이 몸담고 있던 민주당이나 안정희구세력의 지지정당인 한나라당과 '투표부결'이나 '형식적인 몸싸움 후 시간초과로 인한 폐기'등의 정치적 수완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고, 상황의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자민련이나 무소속, 각당 소장파에게 기권이나 반대를 얻어내려는 노력도 크게 보여주지 못했다.

정 의장은 '탄핵안을 가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속에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정치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열린우리당이 탄핵가결 후 원내대표인 김근태의원이 다시 전면으로 부상하며 투톱시스템으로 나온 것은 정 의장의 부족한 영역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햄릿'으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지난 2002년 대선부터 이어져 온 '타이밍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와 원내대표로서 탄핵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함께 지워진 상태로 보인다.

그동안 정의장에 가려있던 김대표는 앞으로 장외투쟁이나 총선 전선에서 정의장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타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리나 정치비리에 연루가 적은 열린우리당의 정신적인 지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의장과 김대표는 총선결과가 우리당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경우 당의 세력을 양분하며 '포스트 노무현'을 준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탄핵정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이는 인물은 노무현 대통령을 제치고 박관용 국회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그동안 탈당까지 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상태에서 비교적 모범적으로 국회를 이끌어 오며 '신사'로 통했으나 이번 탄핵안 가결로 '역시 YS의 가신'이라는 평가까지 들어야 했다.

특히 야당의 투표권행사를 막지 못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자업자득이야'라고 수차례 외치는 모습이 TV로 중계되며 '정파에 치우친 의장'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박 의장은 투표당시에 전체 국민의 여론보다는 의회내 다수파의 군중심리에 휩쓸려 탄핵안이 몰고올 역풍을 계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 정치권은 상대를 항복시키고 혼자서 전체를 독식히려는 'ALL OR NOTHING' 전술을 펴며 다양한 갈등과 반목을 계속했으나 결국 '한-민공조'라는 어색한 동맹과 시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허탈을 남겼다.

결국 정치권은 87년 6월 항쟁이후 17년만에  '촛불시위'라는 형태의 정제되고 발전된 형태의 '시민저항'을 앞에 두고 다가오는 4·15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 /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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