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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멸의 길로 가고 있는 노대통령과 민주당
취임1년, 극단의 정치가 초래한 '우울한 하일라이트'
 
장신기   기사입력  2004/02/24 [18:18]
현 정세를 정확하게 독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우선 검찰의 대선자금과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에 관련된 부분인데, 국민들이 막연하게만 인식하고 있었던 검은돈의 실체가 ‘차떼기’와 같은 극적인 효과를 통해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 부분은 새로운 거듭남을 위한 창조적 진통의 과정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평가해줄 수 있는 것으로서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로 국민적 인정을 받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부분은 노무현 대통령이 일방적인 선언을 통해서 촉발된 소위 재신임 문제인데 재신임 문제는 민주당 분당과 야당에 대한 조소어린 비판(민주당은 반개혁이라든가 혹은 1/10 발언과 큰 도둑과 작은 도둑)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사생결단식의 쟁투를 초래하였다.

물론 위의 두 가지 모두 ‘정치개혁과 국민통합’(물론 이는 철저히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세력들에 의해서 본 뜻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다)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열린우리당과 창당과 총선승리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은 상식적인 일이다.

일반 국민들과 평론가들도 혼동하고 있을 수 있지만 대선 자금과 수사와 재신임 정국 사이에는 상호 연관성이 없다. 권력을 쥔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규정해놓아서 그 뒤의 상황이 그 선 안에서 전개되고 있지만 정치자금수사와 재신임 문제는 처음부터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고 후자(재신임 문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던 것이다. 있어서는 안 될 그 일(재신임 문제)이 바로 있었서는 안 될 일(대통령 탄핵)을 잉태한 것이다.

재신임 정국은 노무현 대통령과 그 친위 세력들의 극단주의적 도박사적 기질과 이분법적 사고관이 만들어 낸 정쟁의 산물에 불과하며 현재의 정치 파탄은 이로부터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와 같이 친노 권력에 대한 비판자들이 노무현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지만 그 방향은 근본적으로는 후자에 해당되는 것이며 바로 이 부분이 정치를 파괴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노무현 정권 자체의 존립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우려를 아주 극적으로 확인시켜주는 두 정치 지도자의 발언이 24일에 나오게 되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사실상의 총선과 재신임 연계 시사 발언과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탄핵 추진 가능 발언이다. 참담한 심정으로 이 두 지도자의 말을 옮기고자 한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나는 선거에 대해 관심이 많다. 대통령이 잘해서 우리당에 표 줄수 있는 일 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개가 공천되고 어디가 유.불리한지 하나도 따져보지 않았다. 당원들이 경선에 의해 후보를 낼 일이고 제가 그걸 분석 안해보고 있으니까 몇석 이기게 될지 정말 저도 모른다. 이번 총선에서 한국의 정치가 어디로 가야할지, 나머지 4년 제대로 하게 해 줄거냐, 못견뎌서 내려오게 하느냐 국민들이 분명하게 해 줄 것이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조순형 대표의 발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24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불법관권선거에만 몰두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며 "국민의 이해를 얻으면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 "총선에 `올인'하는 불법관권선거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탄핵 사태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경고를 했지만 노 대통령은 한술 더 떠서 이번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고 국민을 협박하기까지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같은 극단주의적 충돌이 낳게 된 일차적이면서도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민주당의 분당에 있고 이차적인 이유는 재신임 정국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만의 형식적인 세계관 속에서의 안녕과 만족을 위해서 임의적으로 설정한 노선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수 많은 세력들을 비판자 혹은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분당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에 참여하지 않고 민주당을 사수한 세력들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세력들 중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임의적 극단성에 비판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분당과 재신임으로 이어지는 현 상황은 제 정치 세력들의 극단성을 촉발시키고 있고 민주당에게는 큰 악재로서 작용하는 것이었다. 분당이 노무현 비판 세력들의 약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라면 재신임문제는 반한나라당 정서와 결부되면서 노무현 비판 세력들의 존립 근거를 축소시키고 심지어는 소멸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신을 걸고 한나라당과 대립 전선을 펼치는 현 정국은 기본적으로 비노, 반노 개혁 세력의 정치적 스탠스를 가지게 되었던 민주당의 존립을 뿌리채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참으로 딱한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탄핵 추진 가능성’론이다.

탄핵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 일이다. 4.19와 같은 민중 항쟁과 5.16과 같은 군사 쿠데타를 통해서 권력의 변경이 이뤄진 적은 있으나 의회 차원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이뤄진 적이 없었다.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에서의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그 추진과 발의만으로 대통령에게는 심대한 리더십의 훼손을 가져오는 사안이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정할 경우에는 법적인 탄핵까지 이뤄지는 것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가 된다는 것만으로 정치적 탄핵은 이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탄핵안은 국회와 대통령 모두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서 그야말로 ‘극단의 정치’의 우울한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탄핵안의 발의 주체가 민주당일 경우는 민주당의 분당에 이은 정치적 골육상쟁을 증거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것임과 동시에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 모두 공멸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02년 대선은 민주당 후보인 노무현씨의 당선으로 결정났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다는 사실은 민주당이 분당 국면에서 내놓은 민주당 사수론과 노무현 배신론의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였다. 그리고 이는 확고부동한 사실로서 민주당이 분당 국면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후의 정당성의 보루인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세력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친노 세력들은 민주당 구 세력들에게 분당의 ‘모든’ 책임을 떠 넘기려고 했지만 탈당으로 비롯된 분열적 상황에 대한 부담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민주당이 배출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고 발의하게 된다면 그 자체는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게 정체성과 정치적 존립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바로 분당 국면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로 작용한 부분이 이제는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동시에 결정적 침식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 된다.

대통령 선거가 장난이 아니고 대통령의 자리라는 것은 엄중한 역사적 책무를 띠는 것임을 감안해 볼 때 공당이 자신이 배출한 대통령에게 탄핵안을 제출하는 일 자체가 2002년 당시의 노무현 지지자들의 정치적 자기 부정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는 2002년 대선 결과 자체가 희화화되고 부정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서 노무현 이후의 자유주의적 진보 세력들의 정치적 자존심과 역사성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상흔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입후보한 정당에서 부정당하는 대통령이 과연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을 탄핵을 추진하게 되면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극단적 쟁투에서 결과적으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한나라당 정서로 인하여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해줄 가능성이 높으므로 민주당이 심대한 타격(혹은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 역시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리더십이 붕괴될 것이다. 즉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민주당과 노무현 정권의 공멸을 가져올 사안인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이러한 상황을 제어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니 어쩌면 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러한 일을 기대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은 생산없는 극단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열린우리당에 있는 합리적인 세력들이라도 나서서 극단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 극적인 중재나 타협을 시도해야 하나 이 역시 여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중재할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정치개혁과 국민통합, 과연 노무현 대통령의 극단의 정치가 도착할 예정지인 것으로 보이는 공멸이 과연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의 진면목인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말로 묻고 싶은 부분이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지지하기 어렵지만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행태는 정말로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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